▲ 현대자동차 아슬란 / 사진 =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현대차)가 쏘나타-그랜저-제네시스-에쿠스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라인업에 새로운 세그먼트를 추가했다. 그랜저보다는 고급스럽고 제네시스보다는 한 단계 아래인 ‘아슬란’을 선보인 것. 아슬란은 터키어로 ‘사자’를 뜻한다. 전통적으로 한국에 사자는 없었지만 문헌에 처음 등장한 것이 신라시대 진흥왕 13년(512), 이사부가 현재의 울릉도를 정벌하는 내용에 처음 ‘사자’라는 명칭이 등장했다. 이후 불교를 중심으로 사자는 불법(佛法)을 보호하고 액운(厄運)을 막아내며 부국강병(富國强兵)의 의미로 사자춤을 춘 것으로 알려진다.

현대차 입장에서 아슬란, 사자가 막아내야 하는 액운은 수입차의 열풍일 것이고, 이 차를 통해 부진에 빠진 내수시장은 물론 해외시장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시장에서 현대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막강했다. 기아차를 포함해 80%가 넘는 압도적인 점유율이 현대차 성장의 근간이었다. 하지만 현대차 점유율은 지난 4월 LF쏘나타 출시로 44.6%까지 오른 후 하락세가 이어져 9월에는 37.2%로 내려 앉았다. 기아차 30.1%와 합쳐도 70%를 넘지 못한다. 낮아진 만큼의 점유율은 수입차로 이동했다. 9월까지 수입차 점유율은 전년(10.3%) 대비 25.6% 상승한 12.1%를 차지했다.

해외 상황도 녹록지 않다.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미국에서 9만4775대를 판매해 전년대비 1.6% 증가하는데 그쳤다. 평균 성장률인 6.1%에 크게 미치지 못한 것이다. 현대차는 전년 동월대비 6.5% 감소한 5만81대를 파는데 그쳤고, 기아차는 12.4% 증가한 4만4694대를 팔았다. 미국시장 점유율로 보면 현대차의 지난달 미국시장 점유율은 3.9%, 기아차는 3.5%에 머물렀다. 기아차가 그나마 선전했지만 현대차의 경우 지난 2010년 12월 이후 약 4년 만에 3%대로 점유율이 낮아질 정도로 고전하고 있다. 현대차 점유율이 4% 밑으로 하락한 것은 2010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반면, 경쟁사인 닛산의 판매량은 전년보다 13%, 스바루가 25% 증가하는 등 일본업체들이 엔화약세로 상대적 이익을 보고 있다.

아슬란은 개발단계부터 독일계 B세그먼트를 겨냥했다. 김충호 사장도 아슬란 출시 장소에서 “쏘나타와 그랜저 고객들이 수입차로 이동할 때 가장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조만간 디젤 모델을 준비하고 있으며 중국과 중동을 중심으로 수출에도 나설 계획임을 밝혔다.

▲ 사진 = 현대자동차 제공

아슬란은 그랜저와 같은 플랫폼을 사용했고 외관상 신형 쏘나타와 비슷하다. 가격은 4천만원대 초반으로 제네시스보다 1천만원가량 저렴하고 그랜저보다는 600만원 정도 비싸다. 차 내부에는 그랜저에 없는 다양한 고급 사양이 추가됐고, ‘고급차=후륜구동’ 이라는 공식을 깨고 전륜구동을 선택했다. 현대차는 “뒷자석 승차감을 우선으로 하는 후륜구동은 운전자가 피로하기 쉽고 공간 확보에도 불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일 파주 출판단지에서 임진각 평화공원을 돌아오는 왕복 90km 구간을 시승했다. 시승한 모델은 고급사양인 아슬란 3.3익스클루시브. 가장 인상적인 특징은 실내가 넓고 나파 가죽시트를 이용해 안락하고 편안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주행을 해보면 운전 중 엔진음이 전혀 거슬리지 않고, 시속 100km를 넘어 최고속도 240km까지 돌파해도 안정감은 흔들리지 않는다. 유럽 디젤 세단을 넘어 일본 가솔린 차량에 못지 않는 승차감을 구현해냈다. G330 모델에는 3342cc V6 직분사 가솔린 엔진을 탑재해 294마력의 힘을 발휘하고, 6단 자동변속기와 궁합을 이룬다. 3리터 엔진은 270마력으로 그랜저와 같다.

편의사양도 수입 세단과 견주어 부족하지 않다. 운전석 앞 유리에 주행 속도와 방향을 안내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해주는 ‘추돌 주의’ 표시가 전방 유리에 표시되며 경고음도 울린다. 운행 중 차선을 이탈하면 핸들 진동을 통해 운전자에게 주의를 알린다. 성능과 제원의 차별성은 갖춘 것으로 보인다. 아슬란, 나아가 현대차의 관건은 고객과 소통하고 돌아선 민심을 담아낼 ‘진정성 전달’로 보인다.

▲ 현대자동차 아슬란 / 사진 = 현대자동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