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엄청난 내수시장을 보유한 중국에 뜨거운 구애의 손짓을 보내고 있다. 2009년 신장 위구르 사태 이후 페이스북을 원천봉쇄했던 중국이 페이스북에 닫았던 마음을 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5일(현지시각) 중국의 반관영통신사 중궈신원왕(中國新聞網)은 중국을 방문중인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왕치산(王岐山) 중국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기율검사위원회(기율위) 서기를 만났다고 보도했다. 두 사람이 회동한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 쯔광거(紫光閣)는 중국 최고지도부가 해외 귀빈을 접대하는 장소다. 저커버그가 중국의 문을 열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당국이 그에게 최고급 대우를 했다는 의미다. 당장 글로벌 IT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페이스북과 중국의 악연? 아니, '인연'
전 세계 12억 명이 넘는 가입자를 보유한 페이스북은 SNS는 물론, 글로벌 IT기업의 선두주자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거대한 내수시장을 보유한 중국에서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 사용인구 6억 명, 모바일 인구 5억 명을 보유한 중국은 그야말로 '약속의 땅'이지만 중국은 페이스북을 말 그대로 원천봉쇄하고 있다.

원인은 2009년 발생한 신장 위구르 유혈사태다. 당시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 소수민족인 위구르인들이 중국에서 독립하기 위해 대대적인 유혈시위를 벌였으며, 그 과정에서 시위대가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들의 활동을 전 세계에 알렸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은 페이스북 계정을 막아버리는 방법으로 페이스북을 자연스럽게 자국시장에서 퇴출시켰다. 뒤이어 세계 최대 검색회사인 구글도 2010년 중국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2000년대 중반 알리바바의 공습에 무릎을 꿇은 이베이가 완전히 철수한 이후 중국이 '글로벌 인터넷 기업의 무덤'이라는 별명을 얻는 순간이다. 물론 트위터도 중국에 없다.

덕분에 중국은 토종 IT 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대표적인 사례로 웨이보와 바이두, 텐센트 등이 있다. 이들은 구글과 페이스북이 사라진 중국의 IT환경을 급속도로 장악하며 세계시장으로 뻗어 나갈 기회를 잡았다.

저커버그의 '구애'
구글 차이나를 통해 중국정부와 협력하는 한편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구글과 달리, 페이스북은 꾸준히 중국 내수시장의 문을 과감하게 두드렸다. 이 과정에서 페이스북은 홍콩을 교두보로 삼아 B2B에 집중한 중국 내 사업모델을 제시하며 중국직원을 채용하는 등, '열렬한 구애'를 보내왔다.

이는 가상현실 오큘러스VR 인수와 같은 '상상 이상의 무언가'를 끌어내는 한편, 스스로 새로운 사업모델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절박함이 원인이다. 게다가 중국시장은 절대 놓칠 수 없는 '기회'다. 페이스북은 이미 홍콩에 사무실을 내고 중국 기업에 글로벌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광고를 판매하고 있다. 올해 안에 중국 사무실도 오픈할 예정이다.

이번 방중도 페이스북의 구애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실제로 저커버그는 22일 칭화대학교 학생들과의 만남에서 "페이스북은 중국 기업이 해외 고객을 유치하도록 돕고 있으며, 중국과 다른 국가 간의 연결고리가 되고 싶다"는 말을 했다. 이어 추후 인공지능 개발에 대한 뜻을 넌지시 던지며 자신의 아이템을 중국의 수재들과 공유하는 영악한 전략도 구사했다.

심지어 자신의 애인인 프리실라 챈과의 인연을 열거하며 중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2012년 저커버그와 결혼한 프리실라 챈은 중국계 미국인이며, 저커버그 자신도 상당한 수준의 중국어를 구사한다고 알려져 있다. 저커버그는 22일 학생들과의 만남에서도 유창한 중국어를 뽐냈다는 후문이다.

어떻게 될까?
25일(현지시각) 저커버그와 만난 왕 서기는 일단 기계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왕 서기는 "13억 중국인이 탑승한 '중국'이라는 배가 어디로 나아갈지 전 세계가 유심히 주목하고 있다"며 "막을 내린 중국 18기 4중전회에서 '의법치국'의 적용을 확정한 만큼 기율위는 반부패와 사정작업을 단호하게 추진할 것"이라는 다소 원론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법에 의거해 투명하고 청렴한 공직사회를 만들고 공정한 시장규율을 세우는 것이 가장 훌륭한 투자환경"이라고 강조했다. 왕 서기의 강경한 입장에 대한 저커버그의 반응은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페이스북에 대해 조심스러운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우선 왕 서기의 발언과는 별개로, 그가 중국내 광풍처럼 몰아치는 반부패의 선봉장이라는 점에서 페이스북 CEO를 국빈대우로 대접했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반부패 척결은 중국 내 올바른 여론형성을 주도하겠다는 뜻이고, 결국 왕 서기는 '시끄러운' 담론의 장을 제공하는 외국기업의 진출 여부를 정리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 그가 저커버그를 만났다는 것은 그 자체가 강경했던 중국 당국의 미묘한 입장 변화를 뜻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중국내 IT기업은 최근 속속 세계무대로 진출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들이 세계무대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밀 수 있었던 중요한 배경에는 중국 당국의 '해외기업 퇴출, 자국기업 육성'이 주효했다. 그리고 이러한 전략은 지금까지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세계무대는 이야기가 다르다. 이제 전략을 수정해 글로벌 협업이 필요한 순간이다.

이 때문에 중국 당국이 예전처럼 무조건적인 쇄국정책을 펴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샤오미와 애플의 특허논쟁같은 '중국에서 세계무대로의 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협화음'이 조금씩 터지는 상황에서, 이제 중국도 지구촌의 '눈치'를 봐야 한다. 자연스럽게 페이스북이 중국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가 마련되지 않겠냐는 전망도 그래서 나온다.

하지만 반대론도 만만치않다. 저커버그가 열렬한 구애의 손짓을 보내고 있지만 중국의 입장이 쉽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최근 벌어지고 있는 홍콩의 '우산시위' 과정에서 페이스북이 인수한 인스타그램이 지난 2009년 신장 위구르 사태와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중국 당국의 입장에서 보면 불편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중국 내 애플의 아이클라우드 서비스 이용자들이 해킹을 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황이  미묘하게 변하고 있다. 일단 팀쿡 CEO가 중국으로 날아가 담판을 통해 사태를 해결하려고 준비하고 있으며, 구글에서 스카웃된 휴고 바라 부사장의 주도로 중국 토종기업인 샤오미가 서버를 미국에 분산 이전하기 시작했다. 물론 아이클라우드 해킹을 중국 당국이 벌였다는 직접적인 증거도 없고, 샤오미의 서버 이전이 당국의 사이버 검열을 피하기 위함이라는 공식적인 언급도 없다.

하지만 중국은 종종 IT기업이 원하는 적절한 생태계보다 직접적인 정치적 이유를 최우선에 두는 행보를 보여왔다. 이런 관점에서 페이스북이 중국에 진출해도 별 힘을 쓰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물론 업계에서는 저커버그도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으리라 본다. 만약 페이스북이 중국에 진출한다고 해도 지극히 좁은 영역에서만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보는 견해는 이러한 상황인식에서 비롯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