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트위터가 이용자들이 트윗을 주고받는 사이에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인 ‘오디오 카드’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용자들이 서로 음악을 추천하는 ‘트위터 뮤직’을 접은 지 불과 7개월 만의 일이다. 트위터는 한번 실패했던 서비스에 왜 다시 도전하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스트리밍 시장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 트위터. 사진제공 - AP

트위터의 스트리밍 도전기

트위터는 지난해 자사의 서비스와 음악을 활용한 ‘트위터 뮤직’을 야심차게 출범했었다. 팔로어(follower)한 사람이 추천하는 음악을 팔로잉(following)한 사람이 듣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용자가 팔로잉을 했다고 해서 팔로잉한 사람의 음악적 취향까지 같을 수는 없다. 게다가 음악을 즐긴다고 해도 수동적인 입장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밖에 없었으며, 신곡이나 새로운 아티스트의 음악만 제공되어 별다른 반향을 끌지 못했다. 결국, 지난 3월 트위터는 ‘트위터 뮤직’을 소리소문없이 접었다.

하지만 이번에 등장한 ‘오디오 카드’는 인프라부터 탄탄하다. 트위터는 이 서비스를 위해 베를린에 본사를 둔 오디오 스트리밍 업체 ‘사운드클라우드’와 제휴했으며, 사운드클라우드의 협력사인 나사와 워싱턴포스트, CNN, 워너뮤직, 콜드플레이와도 협업한다. 음원은 아이튠스에서 공급받는다.

업계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서비스가 확대되면 ‘독점음원’에 대한 가치가 높아질 것이고, 이는 자연스럽게 오디오 카드의 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트위터라는 ‘빠른’ SNS에 확고한 서비스 모델만 구비되면 가장 극적인 효과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경험도 많다. 실제로 트위터는 지난 8월 28일 신라 서울호텔에서 광고주 초청 행사를 열어 사실상 새로운 광고 상품의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소개된 새 광고 상품은 트위터 동영상 플레이어를 활용하는 ‘프로모션 비디오’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를 유도하는 ‘모바일 앱 프로모션’이다. 트위터는 기존의 ‘프로모션 트윗’, ‘프로모션 계정’, ‘프로모션 트렌드’ 등 3가지 광고 상품을 비롯해 추가로 새로운 상품을 공개하며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공개된 광고 상품 가운데 프로모션 비디오의 경우, 기업이 트위터 자체 플레이어를 통해 동영상을 재생하게 하며 이용자가 클릭하지 않아도 다른 이용자의 타임라인에 해당 플레이어가 노출되는 방식이다. 이는 빠른 광고 확산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또한 모바일 앱 프로모션은 타임라인에서 모바일 앱 다운로드를 유도하는 광고 상품으로 정리된다. 각각의 과금 방식은 영상이 재생되어야 과금이 이뤄지는 CPV 방식과 앱을 클릭할 때마다 과금되는 CPAC로 정해졌다.

▲ 트위터. 사진제공 - AP

단적인 사례지만, 트위터는 지금까지 새로운 사업의 영역을 빠르게 점유하고, 이에 적응하는 노련한 비즈니스 감각을 보여 왔다. 광고 서비스에서 엿보인 트위터의 감각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러나 트위터가 오디오 카드를 통해 얻으려는 것이 ‘서비스 활성화’에만 국한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노림수는 또 있다. 바로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의 패권장악이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블루오션이며, 시장도 지속해서 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9일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에 따르면 음원 시장의 스트리밍 규모는 올해 17억달러에서 내년 22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5년간 연 평균 성장률도 44.4%에 이른다. 폭발적인 성장세다. 이에 반해 다운로드 시장 규모는 정체다. 올해와 내년에도 40억달러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시장 자체는 다운로드가 훨씬 크다. 올해 스트리밍 시장이 17억달러를 기록했지만 다운로드 시장은 40억달러 수준을 유지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표] 스트리밍/다운로드 시장 규모(출처 : 가트너) 

연도

2010년

2011년

2012년

2013년

2014년

스트리밍

시장 규모

3억달러

5억달러

8억달러

12억달러

17억달러

다운로드

시장 규모

33억달러

36억달러

38억달러

39억달러

40억달러

스트리밍의 자양분, ‘속도’

스트리밍 시장이 급격히 팽창하는 원인은 빨라지고 있는 인터넷 속도에서 찾을 수 있다. 실제로 1990년 중반만해도 인터넷 속도가 평균 96Kbps에 머물렀지만, 현재는 100Gbps에 이를 정도로 인터넷이 빨라지고 있다. 기술의 발전이 IT의 전반적인 발전을 견인하는 전형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 대목에서 노키아와 협력한 SK텔레콤은 물론, 삼성전자의 기술력에 주목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최근 100km의 속도로 이동하며 초당 1.2Gbps의 인터넷 속도를 기록하는 5G 시연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15일 삼성전자는 시속 100km 이상의 고속주행 환경에서 1.2Gbps(1초에 약 150MB 전송)의 끊김 없는 데이터 전송속도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심지어 정지상태에서 세계 최고 속도인 7.5Gbps(1초에 940MB 전송)까지 5G 기술의 전송속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현재 4세대(4G) LTE 상용망보다 약 30배 빠른 속도다.

▲ 삼성전자의 5G 시연. 사진제공 - 삼성전자

이번에 삼성전자가 개발한 5G 이동통신은 현재 사용하는 저대역 주파수뿐만 아니라 이보다 훨씬 높은 대역의 초고주파 대역을 함께 사용할 전망이다. 다만, 초고주파는 저주파 대역의 주파수 부족 상태를 돌파할 대안이지만, 전파 손실이 크고 전파의 도달거리 또한 짧다는 게 문제다. 이에 삼성전자는 28GHz의 초고주파 대역에서 ‘적응 배열 송·수신 기술’을 적용해 기가급의 전송속도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은 수많은 안테나 소자를 배열해 전파를 특정 방향으로 더 멀리 송·수신할 수 있게 해준다.

삼성전자는 오는 2020년 5G 상용화를 목표로 ‘적응 배열 송·수신 기술’을 고도화하는 등 핵심기술 개발과 표준화를 주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5G 시대를 통해 대용량의 영화파일을 단숨에 전송하고, 언제든 초고화질(UHD) 영상을 스트리밍으로 즐기는 등 ‘초고속 모바일 라이프’가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대용량의 UHD 영상을 스트리밍하는 기술은 실시간 초고화질 뉴미디어 플랫폼 시대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인터넷 속도가 반도체 시장의 전설이던 ‘황의 법칙’을 뛰어넘어 무자비한 기술적 진화를 기록한다는 뜻이다. 당연히 콘텐츠 소비방식도 변하고 있다. 인터넷 속도가 고속으로 발전한다는 것은 결국 ‘무거운 콘텐츠’를 별다른 제약없이 이용자가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속도, 스트리밍이 의미하는 것

인터넷 속도의 증가로 콘텐츠 소비방식이 변하자 민감하게 반응하는 쪽은 방송계다. UHD의 진화를 꿈꾸는 방송계는 무거운 콘텐츠를 전송하기 위한 기술적 실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의 지상파 방송사인 CBS가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레슬리 문베스 CBS 최고경영자(CEO)는 “엑세스 서비스(스트리밍 서비스)는 오랫동안 지속해온 CBS 전략에서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기 위한 것”이라고 단언하며 “우리가 만든 콘텐츠를 해외 팬들도 접할 수 있는 새로운 구독 서비스이며, 앞으로도 더 많은 시청자들을 위해 기술개발에 앞장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훌루의 사례도 대표적이다. 미국의 지상파 방송사인 NBC와 폭스가 합작으로 설립한 동영상 서비스 사이트인 훌루는 인기 드라마와 영화 등 전문가 제작 콘텐츠를 풀타임 버전과 5분 이내 편집 버전 등으로 제공해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리고 이는 전형적인 스트리밍 서비스로 여겨진다.

자연스럽게 유료방송 업계의 분위기도 변하고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추진하는 방송사들이 많아지며 비슷한 콘텐츠를 ‘라인’으로 제공하는 유료방송 업계가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불러온 미디어 업계의 근본적인 변화로 여겨진다.

스트리밍이 성장하며 새로운 산업군도 뜨고 있다. 대표적인 아이템이 반도체다. 스트리밍의 핵심은 데이터이며, 고품질의 콘텐츠를 무리 없이 서비스하기 위해선 안정적인 서버용 D램과 데이터 저장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힘입어 서버용 D램 시장은 향후 2년간 약 33%의 성장세가 점쳐진다.

현재 분위기도 좋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팽창할수록 콘텐츠를 제공하는 업체의 서버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무거운 콘텐츠를 빠르게 전달하는 것에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만 논의를 국한시키면,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는 최소 수백만 곡의 음악을 서버에 저장해놓고 실시간으로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이를 듣는 사용자 수가 늘어나면 서버로부터 전송 받는 데이터의 양도 늘어난다. 서버용 D램의 중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게다가 콘텐츠의 질적인 측면에서 스트리밍은 다운로드를 압도한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고음질, 고화질 콘텐츠의 소비가 늘어난다는 것이 정설이다. 동일한 콘텐츠라도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의 양과 속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흐름은 실시간 UHD의 발전을 위한 자양분이 될 전망이다.

▲ 삼성전자의 UHD TV. 사진제공 - 삼성전자

또한, 애플의 전략을 보면 시장 상황도 확인할 수 있다. 음원 다운로드 위주인 아이튠즈가 매출 정체를 겪자 곧바로 지난 5월 음원 스트리밍 업체인 ‘비츠뮤직(비츠일렉트로닉스 포함)’을 30억달러에 인수했기 때문이다. 다운로드에 방점을 찍었던 애플의 전략은 결국 팽창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노리기 위함이다.

스트리밍 서비스 시대를 맞아 통신사도 준비하고 있다. 모바일 트래픽를 유도하는 다양한 모바일 IPTV(인터넷 TV)의 등장도 스트리밍 서비스의 핵심이다. 주파수를 활용해 공격적인 모바일 트래픽을 시도하는 통신사 입장에서 스트리밍은 그 자체로 ‘재원’이다. 물론 국내의 700MHz 대역 주파수를 두고 벌어지는 논쟁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통신사의 스트리밍 서비스 수혜는 근본적인 전략의 수정과 강력하게 추진되어야 하는 실제적인 전략 사이에서 갈피를 못잡고 있다. 이는 추후 보완 및 수정되어야 할 문제로 보인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시사하는 것

결국, 스트리밍은 빠른 인터넷 속도와 모바일 세계의 협업으로 이뤄진 새로운 시장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트위터가 음원 스트리밍에 뛰어든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SNS는 어차피 기본이다. 이제 이를 넘나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야 한다. 페이스북이 전용 스마트폰이나 오큘러스VR의 인수,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강조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며, 아마존이 게임 영상 전문 스트리밍 서비스인 트위치를 약 9800억원에 인수한 것도 동일한 이유다.

현재 글로벌 IT 기업은 새로운 블루오션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스트리밍은 가장 확실한 수익원이자, 미래의 먹거리로 손색이 없다. 인터넷 속도가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콘텐츠 소비 행태가 즉각적이고 실제적인 방식으로 굳어갈수록 스트리밍 서비스는 모든 ICT(정보통신기술) 분야의 핵심으로 급부상하기 때문이다.

물론, 스트리밍 사업 자체가 탄탄대로의 미래만을 장담하는 것은 아니다. 우선 망 중립성 문제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망 중립성 논쟁은 한정된 통신사의 망을 활용하는 각각의 주체가 지나친 데이터를 활용할 때 발생되는 ‘논란’이다. 만약 스트리밍 서비스로 망 중립성 논쟁이 도마 위에 오르고, 궁극적으로 통신사가 추가요금이라는 카드를 뽑아들면 스트리밍 서비스는 총체적인 위기에 처할 확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이러한 논란을 감수하면서도 거대 IT 기업이 스트리밍 서비스에 승부를 거는 이유는 해당 시장 자체가 미래 성장동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논란을 감수하며 ‘밀크’를 서비스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삼성전자의 밀크는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일종의 ‘서비스’로 인식되고 있지만, 스트리밍 시장의 성장과 그에 따른 파급효과를 고려하면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스트리밍은 진정한 ‘핵심’이다.

▲ 삼성전자의 스트리밍 서비스 ‘밀크’. 사진제공 - 삼성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