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같은 협력사들은 자동차 트렌드를 알려고 해도 쉽지 않습니다. 해외 모터쇼를 찾아가도 일반 고객 중심으로 전시된 차량에서 기술이나 소재 등은 알기 어렵죠. 새로운 부품과 기술을 연구해야 하는 입장에서 결국은 신차를 구입해 분해하고 절단해야 하는데 이를 대기업에서 함께 해 주시면 경비도 절감되고 연구진들이 머리를 맞댈 수 있어 참 좋은 기회입니다.”

인지컨트롤스 이명헌 이사의 말이다. 경기도 시흥에 위치한 이 회사는 현대∙기아차에 들어가는 냉각시스템 부품 등 다양한 차량용 온도, 압력 조절 밸브 등을 생산하고 있다.

15일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기술연구소 앞에는 현대∙기아차 연구진과 협력업체 관계자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저마다 전시된 차량을 들여다 보며 관련 기술과 부품 등을 꼼꼼히 체크하고 사진을 찍는 등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이날 전시된 차량은 현대차 현지 전략 모델인 ix25, i10, i20와 기아차 씨드를 비롯해 테슬라 모델S, 닛산 캐시카이, 폭스바겐 UP 등 좀처럼 국내에서 보기 어려운 모델부터 내부를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절개된 차량들까지 100여종에 이른다.

현대차그룹은 협력사의 신기술을 알리고 기술교류를 지원하는 등 R&D 부문에서 동반성장과 소통을 위해 ‘2014 R&D 협력사 테크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는 36곳의 1, 2차 협력사들의 신기술 47건을 전시하고 세미나를 진행하며, 세계 각국의 완성차 및 절개차 전시를 통해 기술 경쟁력 향상 기회를 제공하고자 마련됐다.


사진 = 현대차제공/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특히 이번 모터쇼는 경소형과 준준형, 중대형, 대형, RV, 맞춤제작, 상용, 친환경차 및 연비 관련 양산 기술을 구역별로 타사 제품과 비교·전시함으로써 한눈에 세계 완성차 업체의 트렌드와 기술력을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구역별로는 현대차그룹 개발 책임자들이 직접 설명과 의견 교환으로 소통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관람객이 찾는 곳은 단연 스포츠유틸리티(SUV)를 비롯한 레저용(RV) 차량이 전시된 ‘레저존’이었다. 이곳에는 올해 말 출시를 앞둔 닛산의 캐시카이와 최근 출시돼 인기를 모으고 있는 기아차 올뉴쏘렌토가 함께 전시되었다. 해당 관계자는 “캐시카이는 높은 연비로 북미시장에서 2만대 이상 판매되는 모델이지만 국내 연비 기준으로 측정하면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기아차 올뉴쏘렌토는 넓은 실내 공간과 부드러운 핸들링, 고급스러움으로 차별화된 대비를 마친 상태”라고 강조했다. 또한 “내년에는 투싼과 스포티지 등 더욱 업그레이된 기술력을 탑재한 신형 SUV 출시가 예정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차 중국 전략 모델인 ix25도 눈길을 끌었다. 관람객들은 “작은 체구에도 실내공간은 넓고 야무진 느낌”이라며 “최근 수입차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는 폭스바겐 티구안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출시를 기대했다.

바로 옆에는 신기술과 전기차, 하이브리드 차량들이 모여 있는 ‘테크존’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곳에는 전기차의 대명사인 테슬라 모델S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 닛산 리프, 기아 전기차 쏘울EV와 그랜저 하이브리드, 수소연료전지차 투싼FCEV 등이 내부까지 훤히 볼 수 있도록 절개되거나 엔진, 배터리 등이 노출된 상태로 전시되었다.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 김진호 차량분석팀장은 “연구소에 확보한 경쟁 차종이 500대가 넘는데 이 가운데 협력업체 등이 최신 기술 등을 볼 수 있는 신차 중심으로 전시했다”면서 “전시를 마치면 협력업체들과 함께 절개, 분해해서 내부 기술과 부품을 연구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