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P(생태산업단지)의 지속적인 성공을 위해서는 다양한 사업 전개와 지원이 필요하다.


산업단지를 지나다보면, 시민들의 인상은 자연스레 찌그러진다. 단지 내 하수구 옆은 오염된 물로 썩은 냄새로 진동한다. 이것이 한국 산업단지에 대한 기억이다. 그러나 이제는 옛 기억속의 이미지로 남게 될 듯하다. 최근 전국 주요산업단지가 이러한 변화의 인식을 달리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국가발전전략의 성장거점 개발정책으로 산업단지와 도심의 경계가 연접하게 되면서 환경문제가 사회적으로 야기되었다. 또한 지구환경 문제가 국제적 관심사로 대두됨에 따라 국제환경협약 등을 통해 산업 활동에 대한 무역과 통상활동에 직-간접적인 규제가 강화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 지식경제부는 산업단지 내 환경문제와 에너지절약,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해결하겠다는 방법으로 2005년 EIP(Eco Industrial Part)5개 사업단을 출범시켰다.

EIP사업은 단지내 기업과 기업, 공장과 공장을 서로 연결하여 생산공정에서 배출되는 부산물, 용폐수, 슬러지 및 대기 등을 다른 기업이나 공장의 원료 또는 에너지원으로 재 자원화 하는 사업이다.

현재 EIP사업단은 지역별(경기, 충북, 경북, 대구, 부산, 울산, 전북, 전남)로 8개 사업단 체계로 구성하고 있다. 지역 특성에 맞는 자원순환 네트워크 확산 및 저탄소 녹색단지 구축사업을 비롯하여 에너지 저감형 녹색산업단지 구축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1단계 시범사업(2005~2009)이 생태단지의 제반여건 마련과 사업화 과제 발굴 및 지원에 역점을 두고 추진하였다면, 2단계(2010~2014)로 접어든 EIP사업은 성공사례 공유 및 사업단별 협력과 비교의 기회로 활용하여 산업과 환경의 조화로 지속발전 가능한 산업단지로 확산하는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

연간 412억원 자원절감 경제 효과

짧은 기간 동안 성과도 좋다. 생태산업단지(EIP)사업단은 연간 자원절감 412억원, 재활용 부산물 25만톤, 용폐수 3만7천톤를 비롯하여 CO2 28만 toe 저감등의 경제적, 환경적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또한 90개 기업의 자원순환 네트워크 구축을 함으로써 친환경 생태산업단지의 모델로 부각시켰다.

울산 EIP사업단에서는 자원순환자원사업으로 ‘유기부산물의 대체 외부탄소원으로의 재활용 사업’을 통해 sk에너지(주)는 유기부산물 처리비 절감으로 연간 9억원의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소각장 폐열 이용 스팀 네트워크 구축 현황


또한 유기부산물의 옥성제거처리 및 대체 탄소원 공급을 담당하고 있는 (주)엔바이론소프트는 연간 2.5억원의 판매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두 기업의 수요처에 해당하는 하폐수처리장은 저렴한 가격에 질소처리용 메탄올을 대체할 재활용 원료를 제공받아 연간 8.4억원의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이외에 동제련 공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저감을 통한 가치향상 네트워킹 사업등을 통해 성과를 가져왔다. 최근의 성과도 눈에 뛴다. 경기 EIP사업단에서는 반월.시화 공단에서 배출되는 폐산 처리가 문제였다.

이를 위해 (주)화백엔지니어링은 ‘PCB 산업의 산 알카리 폐액 재이용 및 구리 회수 사업’을 통해 PCB 업체로부터 염화동 폐액을 받아 동(銅)을 추출하고 남은 재생부식액은 다시 PCB업체 공급하고 추출한 고순도 동(銅)은 동(銅)제련 업체에 판매하는 네트워크 구축 사업을 성공시켰다.

이를 통해 PCB업체는 매년 47.2억원의 수익을 창출하였고, 1,400톤의 과산화 수고와 7,400톤의 염산 사용을 줄이는 효과를 내게 되었다. 무엇보다 반월시화공단에 다수 입주한 PCB업체에게 폐산 처리 효과를 파급시키는 계기가 마련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충북 EIP사업단의 소식도 솔깃하다. 청주산업단지에 위치한 소각장에서 대기로 배출하는 폐열을 스팀 생산에너지로 전환시켰다. 산업폐기물 업체인 (주)한세이프는 청주산업단지 소각장 시설을 일/48톤에서 일/96톤으로 확장하여 버려지는 폐열로 10kg/cm2, 10ton/hr의 스팀을 생산하여 LCD 광학필름 기업에 10ton/hr을 공급하는 네트워크를 완성하였다.

이로 인해 (주)한세이프는 연간 28.5억원의 수익을 창출하였고, 인근 기업은 스팀생산 연료비의 6.3억원을 절감하였다. 이는 화석연료 5,300toe사용 대체 절감 및 CO2 11,300톤 배출을 저감하는 경제적·환경적 효과를 창출한 것이다.

포항시 하수처리장 방류수로 인한 영일만 환경오염과 공업용수 부족이 문제였던 경북EIP사업단은 ‘하수처리장 방류수 공단 내 재이용 네트워크’ 연구를 진행하였다. 사업단은 하수처리장에서 1차적으로 생물화학적으로 처리한 방류수(일/15만톤)를 역삼투압법으로 2차 처리하여 얻어지는 재 이용수를 공단 기업에게 공급하는 용수 순환 네트워크를 완성하였다.

이를 통해 P-water사는 포항시로부터 20년간의 운영권을 받아 투자비를 회수하고, 재 이용수 사용 기업은 용수 구입 비용을 매년 약 18억원을 절감한다. 포항시는 영일만 환경의 14.2%가 개선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수처리장 배출수 재이용 네트워크 구축 현황


日·EU 등도 놀라운 성과에 부러움

이러한 성과를 배경으로 EIP사업은 세계적인 자원순환 생태단지로 인정을 받고 있다. 지난 해 일본과 EU등은 한국산업관리공단과 EIP사업에 따른 MOU를 체결하였다. 또한 2013년 ‘세계생태학회’를 한국에서 개최하기로 결정하였다.

산업환경 관련 전문가들도 ‘우리의 자원순환 생태산업단지 사업은 최고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경기EIP사업단 한덕규 과장은 “미국, 일본등의 해외 벤치마킹을 통해 시작한 한국 EIP사업에 방문한 외국전문가들도 그동안의 성과에 놀라움과 부러움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생태산업단지가 세계적인 모델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과제도 많다. 우선 자원순환 재활용 제품에 대한 국민적 인식의 변화이다. 자원 순환 재활용 생산제품에 대해 일본과 EU 선진국들은 관대한 반면 한국의 정서는 이와 반대이다.

1차 공정에서 나온 폐기물, 부유물을 자원순환 재활용으로 생산되는 제품에 대해 ‘폐기물, 부유물’이란 인식으로 거부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환경변화에 따른 법률적 제도도 문제다. 내년부터 해양폐기물관리법에 따라 가축분뇨, 하수오니, 슬러지등이 배출을 하지 못한다.

2013년부터는 음식물폐기물처리폐수도 배출하지 못한다. 자원순환 재활용 기업들이 영세한 현실에, 국내 기업들은 사업 추진에 많은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산업관리공단 김병오 과장은 “환경 변화에 따른 기업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우리 기업의 현실에 맞는 법률적 제도가 최우선 개선되어야한다”고 말한다. 셋째로는 예산이다.

국내 산업단지는 중소기업들이 집적된 곳이다. 기업간의 네트워크는 생태산업단지(EIP)사업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에 따른 시설비 투자는 핵심적 사항이다.

재정이 열악한 국내 중소기업의 경우 EIP사업에 따른 시설비투자비용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산업단지내 공간적 녹색화이다. 단지내 녹색 조경을 통해 숲을 더 가꾸고, 하수구등을 보다 친환경적인 하수천으로 개선이 필요하다.

박병표 기자 tiki2000@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