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삼성중공업

최근 미국발 세일가스 개발과 수출로 인한 LNG선 발주가 이어지며 일각에서 국내 조선업계의 수혜와 재도약을 전망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조선업계는 이 같은 시장의 반응과는 달리 시큰둥하다. LNG선 발주량이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큰 수익모델이 되기에 부족하기 때문이다.

해양플랜트의 경우 수주 시 규모가 20억달러를 상회하는 반면 LNG선은 2억달러 규모라는 점에서 아직은 매출 기여도가 높지 않다는 것이 주된 요인이다.

반면, 세일가스 개발에 따른 LNG선 발주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더 나아가 개발 플랜트 발주로 이어진다면 현재의 매출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일대 변혁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LNG선은 수많은 종류의 선박 가운데 하나 일뿐”이라며 “현재 조선업계 톱3의 경우 선박 수주보다는 해양플랜트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 역시 “LNG선 1척의 수주 가격은 2억달러 규모인 반면 플랜트는 20억달러가 넘는다.”며 “LNG선 10척을 수주해야 플랜트 하나 수주한 규모와 비슷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현재 세계 조선시장의 톱3를 차지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의 입장에서는 LNG선의 발주가 늘어나는 것이 나쁘지는 않지만 시장에서 보듯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에는 아직 미흡하다는 것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연매출 14조가 넘는 톱3의 경우 선박 수주에 따른 매출 비중이 해양플랜트와 비교했을 때 많아야 7:3정도”라며 “그나마도 LNG선만이 아닌 컨테이너선 등 다른 모든 선박 수주금액을 포함한 비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셰일가스로 인한 유가하락이 오일메이저들의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까를 더 걱정하는 모습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이러니 한 이야기지만 유가가 올라가야 조선업계가 호황을 맞는 것이 지금까지의 비즈니스 수익곡선”이라며 “유가가 올라가야 오일메이저들의 선박과 플랜트 발주가 늘어나는데 세일가스로 인해 유가가 하락하고 있어 시장 전망이 조심스럽다.”고 전했다.

▲ 출처=현대중공업

셰일가스로 인한 기대보다 우려 커

13일 현재까지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셰일가스 프로젝트 가운데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의 수출 허가를 받은 프로젝트는 사빈패스, 프리포트, 코브 포인트, 카메론 등 4곳이다.

이 4곳에서 생산되는 LNG는 연간 6000만톤 규모에 달한다. 이를 유럽과 아시아로 운송하는 데 필요한 선박은 약 90척에 달하며 현재까지 발주를 마친 것은 30여척이다.

이들 프로젝트의 LNG 수출이 2019년 전에 시작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나머지 LNG선 60척의 발주가 조만간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한국가스공사가 국내 선사와 조선사를 상대로 LNG선 6척의 입찰을 진행하고 있는 것도 사빈패스 프로젝트로부터 수입할 연간 280만톤의 LNG를 실어 나르기 위해서다.

이 같은 LNG선 발주량이 늘어남에 따라 일각에서는 최대 수혜자로 국내 조선업체를 지목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3사가 LNG선 세계 시장점유율 1∼3위를 휩쓸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이날 삼성중공업은 아시아 지역의 한 선주로부터 LNG선 3척을 6640억원에 수주했다고 발표했다. 이 LNG선 역시 2018년에 인도돼 미국의 셰일가스 수출 물량을 아시아로 운송하는 노선에 투입될 것이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LNG선으로 인한 수익이 전체 매출에 비하면 작은 위치인건 사실이지만 조선사로서 꾸준히 수주한다는 것 자체에도 큰 의미가 있다.”며 “비록 전체 매출 규모에 비해 작다지만 1척에 2000억원이라는 것은 결코 쉽게 볼 수 있는 금액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출처=현대중공업

LNG선 등 세일가스발 발주 세계적 추세

게다가 LNG선 시장에서 한국을 추격중인 일본 조선소들은 자국이 미국산 셰일가스 운송에 필요한 LNG선 건조를 충족하는 것만으로 도크가 부족한 실정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 전력회사와 상사들은 가급적 자국 조선소에 선박을 발주하고 싶어 하지만 도크 사정이 여의치 않아 일부 물량이 한국 조선업체에 발주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유럽이나 인도 등으로의 운송에 필요한 LNG선의 대부분을 국내 조선업체가 수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LNG선과 함께 셰일가스 수출에 필요한 부유식 액화저장설비(FLSO)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해상에서 원유를 저장하고 하역하는 부유식 원유저장·하역설비(FSO)나 해상에서 육지로 LNG를 공급하는 부유식 LNG저장·재기화 설비(LNG-FRSU)와 달리 FLSO는 육지에서 생산된 가스를 액화 저장하고 해상을 통해 수출하는 설비다.

삼성중공업이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미국 에너지기업인 엑셀러레이트로부터 FLSO 수주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

엑셀러레이트는 단계적으로 총 2척의 FLSO를 발주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이 이번 발주를 수주해 성공적으로 건조한다면 두 번째 FLSO에 대한 추가 수주 가능성도 높아진다.

미국의 셰일가스 수출이 늘어날수록 FLSO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 FERC로부터 수출 허가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셰일가스 프로젝트는 14개에 이른다.

미국뿐만 아니라 캐나다에서도 셰일가스 수출을 위한 10여개의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조선업계, 선박보다 개발 플랜트 발주 기대

이밖에도 호주와 모잠비크, 탄자니아 등 동아프리카 지역에서도 개발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향후 LNG선과 FLSO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미국과 호주, 동아프리카 등지의 LNG 수출이 확대되면서 연간 30척 이상의 LNG선이 꾸준히 발주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LNG선 시장에서 세계 1위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전개될 수주전에서도 앞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이번 수주를 포함해 현재까지 약 65억달러의 수주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LNG선의 발주가 매년 100여척 가까이 3~5년 동안 이어진다면 매출 구조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국내 톱3 조선업계는 선박 수주보다는 오일메이저들의 가스개발 사업에 대한 투자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박 건조분야는 일본은 물론 중국 업체들까지 난립해 경쟁이 치열하다. 때문에 선박 발주가 늘어도 수익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만이 보유한 세계적인 플랜트기술이 오일을 넘어 가스분야로 확대된다면 조선업계의 새로운 도약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도 “일각에서는 국내 업체들의 선박 수주량이 일본에 뒤졌다며 침체를 거론하지만 사실 국내 톱3 업체들에게 선박 수주량은 큰 의미가 없다.”며 “2조 이상 규모의 플랜트는 타 국가의 업체들이 도전할 수 없는 국내 톱3 업체만이 보유한 고부가가치 고기술력 분야다.”라고 강조했다.

국내 기업 중 LNG선을 제작할 수 있는 조선소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빅3와 STX조선해양 정도다. 아울러 이들 빅3 기업들이 세계 조선시장의 톱3를 차지하고 있다.

세일가스로 인한 LNG선 발주 증가가 조선업계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은 시기상조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하지만 세일가스가 에너지시장의 떠오르는 별이 아닌 실질적 주류 에너지로 성장한다면 분명 국내시장의 각 분야에 일대변혁이 올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조선업계가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국내 경제와 세계 경제를 리드하는 시점이 언제가 될지 귀추가 모아진다.

 

▲ 출처=STX조선해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