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사진=산업기술진흥원]

수출 주도의 중소·중견기업을 오는 2017년까지 300개를 육성하기 위한 중소기업청의 ‘월드클래스(World Class) 300’ 프로젝트는 2011년부터 올해까지 총 156개사의 유망 강소기업을 발굴, 세계일류 월드 챔프로 키우고 있다.

월드클래스300 수출기업을 대기업으로 도약하는 ‘성장 사다리’로 삼기 위해 지원사업의 중심에는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이 자리잡고 있다.

KIAT는 ‘창조경제형 일자리’를 창출하는 종합기술지원기관을 표방하고 있다. 여러 수행 사업 중 하나가 바로 국내 우수 중소·중견기업들을 해외시장을 선도하는 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는 월드클래스300이다.

지난해 9월 KIAT 수장으로 취임한 정재훈 원장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월드클래스 기업의 핵심 경쟁력은 기술혁신과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개발(R&D) 투자”라고 강조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중소기업에는 알려졌지만, 일반 국민에겐 다소 생소한 기관일 수 있는데 소개를 해 달라.

KIAT는 우리나라 산업기술 분야의 종합기술지원을 전담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거의 모든 산업 분야를 아우르며 기업, 대학, 연구소들의 전반적인 R&D 활동을 지원한다.

또한, 기술개발에 필요한 자금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인력양성, 산학협력, 국제 공동 R&D, 기술사업화 분야도 골고루 돕고 있다.

창조경제형 일자리 창출 종합기술지원기관인 만큼 기업지원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R&D의 마무리는 그 결과물이 제품화되어 시장에서 소비자와 만나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그 과정을 통틀어 ‘기술사업화’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데, 기술사업화가 성공적으로 잘 되어야 관련 일자리도 많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올해 KIAT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분야도 기술사업화이다. 이를 위해 각 부처별 R&D 결과물을 공유하고 사업화할 수 있도록 지난 4월 ‘기술사업화협의체’를 만들고, 참여기관 공동으로 기술이전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물론 사업화는 당장 성과가 나는 분야가 아닌 만큼 긴 호흡으로 접근하고 있으며, 부처간 벽을 허물어서 되도록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기관간 협업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수출에 강한 중소·중견기업을 키우려는 노력과 지원을 알고 싶다.

우선 내부적으로 국내의 우수 중소·중견기업을 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하는 ‘중견기업지원단’이라는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지원단은 대표적인 중견기업 육성정책인 ‘월드클래스300 프로젝트’와 ‘글로벌전문기업 육성사업’을 진행한다.

월드클래스300의 경우, 지난 2011년도부터 올해까지 4년째 이어오면서 ‘성장성’과 ‘기술혁신성’을 기본으로 갖춘 우수 중소·중견기업을 오는 2017년까지 300개사를 선정해 세계시장 점유를 확대하는데 필요한 기술의 개발과 자금 유치, 인재 수급, 경영컨설팅, 시장 확대에 걸쳐 전문지원기관들과 공조해 패키지 지원시책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총 156개사로 목표의 절반을 선정한 만큼 올해부터 ‘사단법인 월드클래스300 기업협회’가 발족돼 이들 수출 강소기업들의 현장 의견을 더욱 가까이서 경청하고 수렴할 수 있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우수기업 모임으로 선도적 역할을 하도록 지원할 생각이다.

또 다른 프로젝트는 ‘글로벌전문기업 육성’이다. 오는 2017년까지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수출 1억달러 이상‘의 글로벌 중견기업 400개를 만든다는 목표이다. 이를 위해 전략-금융-인력-마케팅 등 4대 플랫폼의 지원체계를 구축, 독보적인 전문성과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을 개척하는 두터운 중견기업군으로 성장시키고자 한다.

▲ 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사진=산업기술진흥원]

월드클래스300 기업들의 지난 4년간 성과가 궁금하다.

현재 선정되어 있는 156개의 월드클래스300 기업은 이미 개별적으로 높은 세계시장 점유력과 기술 혁신성으로 수출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지난 4년간 월드클래스300 기업들이 거둔 실적을 살펴보면, 현재 156개 기업의 종업원 수는 6만 7218명으로 한 기업당 평균 431명의 고용력을 나타냈다. 매출액도 누적합계 31조1305억원으로 업체당 평균 2000억원에 육박하는 1996억원(2013년 말 기준)을 기록했다.

수출강소기업인 만큼 수출액의 성장률은 2013년 100개 기업 기준으로 선정 전 평균 1132억원에서 1368억원으로 20.8%의 높은 증가율을 자랑했다. 이 같은 실적 향상에 힘입어 R&D 투자도 평균 17.1%, 평균 고용인원도 9.5%로 나란히 늘어났다.

세계시장에서 외국업체와 겨루기 위한 혁신기술 확보와 관련, 국내외 특허 현황에서도 월드클래스300 기업(100개사 기준)들은 선정 전과 2013년을 비교한 결과, 특허출원과 특허등록에서 30~40% 이상의 혁혁한 신장세를 거뒀다. 특히, 해외 특허등록은 무려 90.2%로 약 2배가량 증가하는 실적을 올렸다.

또한, 해마다 선정기업 간의 세계시장 진출 시 애로사항 및 건의점을 서로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해 월드클래스300 기업 간 시너지 효과도 보고 있다.

 

또 다른 ‘글로벌 전문기업 육성’은 월드클래스300과 어떤 차이가 있는가.

월드클래스300 기업은 우선 높은 기술 혁신성과 기업 성장성을 기본으로 갖춘 기업이다. 선정 시 자격요건으로 최근 5년간 평균 매출성장이 15% 이상 되거나, 평균 연구개발비 투자가 2% 이상인 기업만을 선정하도록 돼 있다. 이는 세계시장 점유확대 시 기술혁신성에 비중을 둔 정책적 취지를 반영한 것이다. 선정기업에게는 최장 5년간의 R&D 과제를 지원해 기술혁신을 더욱 강화시킨다.

반면에 글로벌 전문기업 육성은 수출 위주의 강소기업을 육성하자는 취지는 동일하지만, 좀 더 수출 비중에 자격요건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신청 자격은 최근 3년 동안 연간 직수출액이 2000만달러 이상~1억달러 미만 구간을 1회 이상 경험한 전 업종의 중소·중견기업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중견기업지원특별법이 시행 중인데 국내 중견기업이 선진국 수준의 위상을 갖추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국내 중견기업은 최근 몇 년 사이 연평균 10% 이상 수적 증가를 나타내고 있다. 총매출액도 2013년 말 기준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했고, 종사자 수도 국내 총고용의 8.8%를 차지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주요한 기업군이라 할 수 있다.

산업생태계 역사가 긴 선진국들의 중견기업 육성전략에 비해 조금 늦게 출발했지만, 우리나라 중견기업의 성장성과 기술력은 무시할 수 없는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중견기업의 위상을 선진국 대열에 올려 놓기 위해서는 정책적으로 우선 애로점을 해결해줘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틈바구니에 끼여 독자적인 정책 및 세제 지원을 받지 못해 다시 중소기업으로의 회귀를 검토하는 많은 중견기업들은 조세 감면의 축소를 호소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세제 및 정책자금, 인력에 대한 지원의 축소 부분은 앞으로 정책적 노력을 통해 개선해야 나가야 할 것이다.

▲ 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사진=산업기술진흥원]

KIAT의 내년도 계획에서 새로운 사업과 추진 방향은 무엇인가.

아직 내년 예산 규모 및 사업 내용이 정확하게 확정되지 않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순 없지만, 내년에도 KIAT의 지원을 받은 기업들이 성장을 이뤄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선순환 구조를 이끌어 내는데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따라서 기술사업화 지원을 통한 창조경제형 일자리 창출은 내년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동시에 기업들에 필요한 기술이 제때 이전되고, 사업화될 수 있도록 올해 출발 기술사업화협의체의 활동 반경을 넓혀나갈 생각이다. 이 밖에 통합 기술이전설명회를 추가로 개최하고, 산업별 기업 간담회를 열어 사업화에 필요한 통합 컨설팅을 제공하는 한편, 기술사업화 아카데미 교육과정도 강화할 예정이다.

 

지난달로 부임 1년이 지났는데 가장 열정적으로 추진해 온 정책과 성과가 있다면.

취임 직후 KIAT의 미션을 ‘창조경제형 일자리창출 선도’로 정하고 기존 사업의 성과지표를 ‘고용’ 중심으로 전환시켰다. 듣기에 그럴듯한 성과보다는 손에 잡히는 실제 성과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에 맞춰 많은 사업의 성격을 고용창출형으로 바꾸었다. KIAT 조직 전체가 현장 밀착형 기업지원의 중요성과 일자리 중심의 성과를 중시하는 조직으로 변하고 있는 점은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로 평가하고 싶다.

다양한 협업형 사업을 추진한 것도 지난 1년간의 주요한 변화이다. 앞에서 설명한 기술사업화협의체가 대표적인 협업형 사업의 하나이고, 국제기술협력협의체, 여성R&D고용포럼, 산업기술네트워크포럼, 산업별 인적자원개발협의체(SC)모임 등 유관기관들과 협업해 기존 사업의 시너지를 추구할 수 있는 협업 프로젝트를 다양하게 추진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협업의 결과가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으로 돌아가고, 많은 일자리로 열매 맺을 수 있도록 발로 뛰는 현장경영에 매진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