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명기 여의시스템 대표이사. [사진=이미화 기자]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여의시스템의 성명기 대표이사 집무실에는 앞, 뒤 벽면으로 ‘도전’이란 붓글씨가 적힌 액자 두 개가 걸려 있다.

‘도전’은 성명기 대표이사의 삶과 사업에 있어서 제1의 좌우명이다. <도전>이란 이름의 책을 집필해 지난 2008년 출간하기도 했다.

올해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바쁜 시기’라고 말하는 성 대표가 최근에 ‘또다른 도전’의 성과물들을 일궈내면서 주목받고 있다.

그의 첫 번째 성과물은 지난달 두 번째 저서인 <열정(passion)>을 펴낸 것이다. 두 번째 결실은 현재 성 대표가 회장을 맡고 있는 중소기업기술혁신(이노비즈)협회의 해외 글로벌사업 확장이다. 마지막은 자신의 사업체인 여의시스템의 헬스케어와 사물인터넷(IoT)을 접목시킨 신사업 착수이다.

지난 7일 여의시스템 사옥에서 만난 성명기 대표로부터 도전의 세 성과물들을 만들어낸 스토리를 들어봤다.

 

열정 넘치는 도전, 도전하는 열정

▲ 성명기 대표의 두번째 저서 <열정>. [사진=이미화 기자]

집무실에 들어서니 성 대표는 회의용 테이블에 그의 두 번째 책인 <열정>을 잔뜩 쌓아놓고 일일이 책의 앞갈피에 자필 서명을 하고 있었다.

“이노비즈협회장 일을 하다 보니 회사 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내 시간의 70~80%를 협회 일에 할애하고 있을 정도이다. 회사의 헬스케어 신사업 챙겨야지, 협회 회원사들의 해외투자 및 진출도 도와줘야 하지. 정말 내 인생에서 가장 바쁜 시기인 것 같다.”

성 대표의 작은 희망사항이 평생에 책 두 권을 내는 것이었는데 일에 쫓기다 보니 두 번째 책의 출간은 이노비즈협회장을 끝내고 하리라 생각했었다.

“그러다 ‘전 협회장’과 ‘현 협회장’이라는 무게가 다르다는 점을 알았고, 현직에 있을 때 하고 싶은 말도 해 보자는 용기가 들어 당초 계획을 바꾸고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틈틈이 시간 나는대로 글쓰기를 했다는 성 대표는 <열정> 서문에서 “바쁜 가운데 책을 쓰기로 결정하고 이를 실행에 옮긴 것도 삶에 최선을 다하기 위한 작은 몸짓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올해 만 60세가 되는 성 대표는 <열정>을 ‘내 삶의 60주년 기념물’이라고 지칭했다. 이를 반영하듯 책에는 가족, 학창시절, 여행기, 그리고 사업 등 여러 방면의 ‘인간 성명기’의 삶을 반추하는 이야기들이 읽기 쉽게 가벼운 수필 형태로 소개되고 있다.

특히 그의 첫 번째 책인 <도전>에도 수록했던 결혼 초기 첫 아들의 백혈병, 아내의 폐결핵 그리고 자신의 위암으로 이어지는 가족의 ‘죽음과의 전쟁’ 얘기는 성 대표가 ‘평범한 삶에 감사하자’는 인생의 진리를 깨닫고 현재까지 이를 실천하도록 만든 정말 힘들었지만, 정말 소중했던 삶의 순간이었음을 읽는 이로 하여금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내성적 성격을 개조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대학(연세대 전기전자공학과) 암벽등반 산악부 활동, 8비트 애플 컴퓨터와의 만남으로 시작된 창업 스토리를 통해 자신의 끊임없는 도전과 열정의 궤적을 가감없이 드러내준다.

그렇게 성 대표의 삶과 사업에 녹아든 실천과 정신들은 여의시스템의 사훈인 ‘도전, 정직, 공부’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공부’는 성 대표의 여의시스템 경영 가운데 인재양성의 핵심 요소이다.

“대학때 배운 내용은 이론적이다. 따라서 직장에서 끊임없이 공부하고 혁신해야 한다. 마치 단세포생물 아메바처럼 기업도 생존하기 위해선 쉼없이 핵분열과 증식하며 성장해야 한다. 그래서 도전정신이 필요하다.”

직원 교육을 위해 여의시스템은 교육학점제를 실시하고 있다. 올해 회사에서 직원 개인에게 50학점의 취득가능 학점을 제공했다. 이 가운데 연간 필수 취득학점 20학점 이상을 따도록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영어, 중국어를 배우는 어학교육(필수 3학점 이상)을 비롯해 원하는 책을 선택해 두 달 간 공부하는 독서통신교육(필수 4학점 이상), 유명강사 초청 교양 및 인문학 사내강의인 여의포럼, 기술포럼, 부서별 내부교육, 외부 전문기관의 직무 특성화 교육(기타 5학점)이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공부만 시키지는 않는다.

동호회 활동도 교육학점제에 포함돼 있어 등산, 볼링, 농구 같은 취미활동을 통해 필수 2학점 이상을 따도록 권장하고 있다. 봉사활동을 성실히 해도 필수 1학점 이상을 취득할 수 있다.

학점을 취득한 직원들에게는 공부 인센티브를 회사에서 제공한다. 인센티브의 80%는 업무평가 우수자에게, 20%는 교육 우수직원에게 할당해 직원들의 업무 및 인재 개발 향상에 힘쏟고 있다.

성 대표는 “직원들의 외국어 능력이 일반화되자 원어민 수준의 어학 실력을 갖춘 인재들이 신입사원으로 많이 들어오고 있다”면서 “교육 인센티브를 많이 받는 직원이 업무평가 인센티브도 많이 받더라”고 말했다.

▲ 성명기 대표가 여의시스템 사무실에서 최근 펴낸 두번째 저서 <열정>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이미화 기자]

이노비즈 중소기업, 해외진출에 가교 역할 자임

성명기 대표는 지난해 2월 이노비즈협회장을 맡아 정부로부터 혁신기업인증을 받은 이노비즈기업 가운데 협회에 가입한 1만 716개 회원사들의 이익과 친목을 대변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사실 협회장을 겨우 맡았는데, 막상 책임을 지고 보니 ‘얼굴마담’이 되어선 안 되겠다 싶었다. 우선 협회장을 맡아 보니 회원사 CEO끼리 정이 없더라. 회원사 평균 매출이 150억원가량 되다 보니 모두 자기 잘난 맛에 오고가는 따뜻함이 없었다. 그래서 취임 일성으로 ‘따뜻한 이노비즈’를 표방했다. 등반대회, 골프대회 등을 내실있게 진행하는 동시에 이를 계기로 회원사간 ‘융합 비즈니스’를 만들어 내는데 주력했다.”

또한 이노비즈협회가 회원사의 해외사업 활성화 지원에 적극 나서, 종전의 형식적인 업무 양해각서(MOU) 체결 수준이 아닌 제대로 된 자금투자, 기술 전수, 해외법인 설립 등 내실있는 해외진출 사례를 만들어 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 때 이노비즈협회장 자격으로 경제사절단으로 참석한 것을 계기로 양국 기업간 기술교류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이달 20~27일에는 베트남 주석의 초청을 받아 이노비즈협회 회원사 중 21개가 참가한 한-베트남 기술교류협력단이 현지를 방문한다. 당초 10개사로 꾸리려 했으나 27개사가 참가 신청을 해오는 바람에 21개사로 늘렸다고 한다. 이미 8개 기업은 베트남 투자를 결정한 상태라고 성 대표는 귀뜸했다.

성 대표는 지난달 17일 중요한 외부 직책을 하나 더 맡게 돼 일정이 한층 바빠졌다.

다름 아닌 (재)아셈중소기업친환경혁신센터(ASEIC) 이사장직에 선임된 것이다.

ASEIC은 지난 2010년 아시아와 유럽 국가 지도자들이 참석한 ‘제8차 아셈 정상회의’에서 아셈회원국 중소기업의 환경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설립한 국제기구이다. 2011년 6월 공식 출범 이후 아셈 회원국의 중소기업 녹색혁신 촉진을 위한 가교 역할을 해 오고 있다.

성 대표는 “정부가 국내 중소기업의 글로벌화에 좋은 영향을 주는 쪽으로 ASEIC 활동 방향을 제시하고 이노비즈협회에서 운영을 맡아 달라고 제의해 와 ‘반드시 우리가 해야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즉, 아시아 후발개도국의 환경 기후변화 개선을 지원하면서 필요로 하는 제품을 한국 중소기업의 우수 제품으로 쓰면 해당 국가에 중소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ASEIC이 주도적으로 하겠다는 설명이었다. 현재 ASEIC 사무국은 판교에 위치한 이노비즈협회 건물에 입주해 있다.

한편, 이노비즈협회는 오는 11월 12~13일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제4회 중소기업 국제포럼 ‘이노비즈 글로벌포럼 2014’를 개최한다. 올해 행사는 유네스코(UNESCO), 세계과학도시연합(WTA)과 손잡고 ‘성장의 가능성을 깨워라!’라는 주제로 국내외 30개국 석학, 전문가, 정부, 중소기업인 1000여명이 참석해 혁신을 통한 창조경제로 패러다임 전환을 토론하고 공유한다.

 

‘헬스케어와 사물인터넷의 만남’ 신사업 도전

▲ 성명기 여의시스템 대표이사가 신사업을 설명하면서 환한 웃음을 지어보이고 있다. [사진=이미화 기자]

여의시스템은 지난 6월 초 헬스케어사업부를 신설했다.

인구 고령화와 무병장수 추세에 따른 헬스케어 시장이 미래성장산업으로 커가는 현실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신수종사업 전략인 셈이다.

성 대표는 “여의시스템은 항상 변화하는 기업이다. 창업 초기에 대만의 산업용 컴퓨터 모듈을 제조해 판매하면서 자체 개발 제품 비중이 80%를 넘어서며 ‘다품종 소량 판매’ 전략을 쭉 이어오고 있다”면서 “헬스케어사업도 같은 프로세스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헬스케어 제품에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결합시킨 다양한 관련 제품을 개발, 제조해 신수익원으로 창출하겠다는 사업구상이다. 성 대표의 헬스케어 도전은 먼저 베트남에서 사업계약 형태로 첫 결실을 맺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