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10월 1일 다음카카오가 출범하며 '연결'을 강조한 사실을 떠올린다면 쉽게 이해할 수있다. 이제 거미줄같이 연결된 무형의 '시그널'은 각자의 독립적 객체들을 하나로 묶어 주체를 중심으로 재편할 수있는 권력을 얻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여기서 와이파이에 주목해야 한다.

친숙하면서, 동시에 어려운 와이파이
무선랜 기술의 일종인 와이파이는 'Wireless Fidelity'의 약자다. 무선 접속 장치(AP)가 설치된 곳에서 전파나 적외선 전송 방식을 이용해 일정 거리 안에서 무선 인터넷을 할 수 있는 근거리 통신망을 통칭한다. 무선기기를 활용할때 우리는 흔히 '와이파이 터지냐?'고 묻는다. 맞다. 일상 생활에서 너무나 쉽게 쓰이는 용어. 그것이 와이파이다.

와이파이를 논할때 와이파이 얼라이언스를 빼먹으면 곤란하다. 와이파이 얼라이언스는 무선랜 기술을 장려하고 이에 필요한 표준을 준수하는 곳에 제품을 인증해 주는 동업 조합이다. 와이파이 얼라이언스는 와아파이 상표를 보유하고 있으며, 소속되거나 인증을 받은 업체들은 이 상표를 IEEE 802.11 표준 기반의 무선랜 계열에 속한 자사 제품에 채용한다.

와이파이 얼라이언스의 길
와이파이 얼라이언스에 소속된 회원사는 650곳에 이른다. 그리고 이들을 중심으로 와이파이 표준화와 기술개발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010년 와이파이 다이렉트 인증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들은 피어 투 피어(Peer to peer), 즉 개인 대 개인의 연결을 강하게 연결하겠다는 취지로 영역을 확장해 나간다. 우리가 '무선인터넷=와이파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이유에는 이들의 노력이 숨어있다. 2013년에만 약 20억 대의 와이파이 지원 기기들이 시장에 공급된 상태며 2019년에는 40억 대 수준으로 확장될 전망이다. 심지어 지원제품도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와이파이는 인터넷에 연결된 AP가 무형의 망을 뿌리면, 와이파이 기술을 탑재한 기기가 무형의 망에 진입요청을 보내 인터넷에 접속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가정에서 흔히 볼 수있다. 인터넷 랜선을 AP에 꽂으면 작은 불빛들이 점등하며 무선 인터넷이 시작되는 것을 쉽게 봤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와이파이가 진화하고 있다. 계기는 스마트폰의 확산이다.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며 LTE 시대가 시작되자 모바일 트래픽이 상당해졌고, 이를 상쇄할 수있는 기술이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700MHz 대역 주파수 논쟁을 두고 방송과 통신의 논쟁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팸토셀이나 스몰셀과 비슷한 것으로 이해하면 쉽다. 시대가 변했고, 와이파이는 변화를 강요당하는 셈이다. TV 화이트 스페이스를 발굴해 GPS 기반의 기가 와이파이를 개발하겠다는 정부의 발표도 이와 결을 함께한다.

그 와중에 와이파이는 5세대 기술단계로 진화했다. 일단 와이파이 얼라이언스 주도의 와이파이 기술은 속도에 방점을 찍은 기술적 성과를 보여주며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다. 물론 2015년 중반 웨이브2 표준화가 전제되어야 기가 와이파이가 가능하다는 맹점은 있지만, 와이파이는 무선통신의 대명사로 자리잡으며 스마트폰의 발전으로 산출된 과실을 알뜰하게 챙기고 있다.

와이파이 다이렉트에 주목하라
여기서 와이파이의 진화가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단순히 속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와이파이의 진화는 결국 연결을 매개로 삼은 새로운 서비스의 확장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그 영향력의 대상은 바로 사물인터넷이다. 어차피 와이파이는 AP와 기기의 연결을 인터넷으로 연결하던 본래의 속성을 유지하고 있다.

와이파이 얼라이언스는 2010년부터 ‘와이파이 다이렉트’ 인증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더 나아가 와이파이 다이렉트 샌드(Wi-Fi Direct Send), 와이파이 다이렉트 프린트(Wi-Fi Direct Print), DLNA(Digital Living Network Alliance)를 위한 와이파이 다이렉트(Wi-Fi Direct for DLNA), 미라캐스트(Miracast) 지원기능도 공개했다.

이들 기능의 특징은 다양한 정보의 흐름을 완벽하게 콘트롤해 동시다발적인 기기 작동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사물인터넷과 닮았다. 실제로 이들 기능은 사물인터넷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전망이다. 지난달 방한했던 켈리 데이비스 펠너 와이파이 얼라이언스 마케팅 부사장은 "사물인터넷과 스마트홈은 모두 와이파이를 근간으로 한다"는 아주 당연하면서도 모두가 잊고 있던 사실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와이파이 다이렉트의 파괴력
대표적으로 미라캐스트(Miracast) 지원기능을 살펴보자. 이 기술은 스마트폰이나 기타 태블릿에 탑재된 영상을 별도의 물리적인 연결 없이 TV와 같은 디스플레이에 바로 보낼 수있다. 스마트홈의 '미래'에 정확히 부합된다. 사물인터넷은 아주 가까이에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와이파이 다이렉트는 미라캐스트 외에도 사물인터넷의 발전동력이 될수있는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 연결에 연결을 기점으로 삼아 그 주체의 콘트롤을 확정하는 방식은 모든 IT 업체들이 바라는 미래다.

문제는 있다
와이파이는 비콘 등이 범접할 수없는 무선 통신의 대명사다. 기술적 발달도 상당하며, 이제 사물인터넷에 걸맞는 수준도 가졌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우선 와이파이 다이렉트 기기들의 호환에 있어 일종의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향상된 와이파이 다이렉트의 기능은 자동 기기 탐색, 연결 전 서비스 탐색, 전력 관리 모드 향상, 다수 동시 연결, 인프라 스트럭처 연결 등을 지원한다고 하지만, 이러한 기기들의 연속성과 효율, 스펙을 고려해 '사물인터넷-혹은 와이파이 지배구도'를 다시 짜야하는 부분은 쉽지 않다. 어떤 기기들이 묶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각자의 사무실에 마련된 기기도 한정적이며, 조합은 무한대에 가깝기 때문이다. 여기에 현재 상용화된 기기들이 스마트폰 외에는  복잡 다변한 기술들을 수용하기 어려운 점도 문제다.

고전적이지만 보안문제도 있다. 서드파티 앱 방식이 유력한 상황에서 기기들의 연결은 그 자체로 보안에 있어 불안요소다. 와이파이 다이렉트는 영역 안으로 들어오면 자동으로 기기를 연결하려 할 것이다. 이 대목에는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최근 삼성전자는 스토리지 기업을 연이어 포섭하며 사물인터넷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반도체 기술의 역량 강화도 비슷한 관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하지만 의외로 연결 그 자체에 방점을 찍은 것은 와이파이다. 멀티유저마이모(MU-MIMO, 다중사용자-다중입출력시스템)가 지원되면 (편집자 주-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사실 이는 비트코인의 방식에서 영감을 얻은 MS의 사례도 대입할 수 있다) 꿈의 속도와 연결 인프라를 모두 보유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사물인터넷의 유력한 무기는 와이파이가 될 확률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