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일 다음카카오가 출범했다. 당시 기자회견장에는 엄청나게 많은 기자들이 몰려 대성황을 이뤘다. 하지만 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 이석우, 최세훈 공동대표는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충실하게 답을 하기 보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피력하는 분위기였다. 그런 이유로 다음카카오의 출범과 동시에 해소되지 못한 의문도 상당한 편이다.

▲ 다음카카오 출범. 사진 - 이미화 기자

의문1. 다음카카오의 글로벌 전략

카카오는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평정했지만, 글로벌 경쟁력 부문에서는 네이버 라인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카카오톡은 1억5000만 가입자를 보유하지만 라인은 5억 가입자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회견장에는 추후 다음카카오의 글로벌 전략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구체적인 로드맵이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애매했다. 최세훈 대표가 “내부에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말 외에는 특별한 아이템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석우 대표는 “좌고우면하지 않겠다”며 “서비스에는 영혼이 있어야 하며, 우리는 이 영혼을 담아 글로벌 전략을 짜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전망>

다음 커뮤니케이션을 맡았던 최세훈 대표가 답변을 한 대목이 주효하다. 많은 사람들이 잊고 있지만 다음도 모바일 메신저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소녀시대를 전면에 내세운 ‘마이피플’이다. 일단 다음과 카카오는 합병하더라도 각각 서비스하던 플랫폼을 접지 않는다고 밝혔다. 마이피플은 한동안 존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카카오톡이 건재한 상황에 소요비용을 감수하며 마이피플을 살려둘 이유도 없다.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다음카카오가 마이피플의 인프라를 글로벌 측면에서 카카오톡에 적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는 설이 나온다. 어려운 일이겠지만 전략만 제대로 먹혀든다면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여기에 다음카카오의 3대 주주인 중국의 텐센트가 모바일 메신저 위챗으로 승승장구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적절한 시너지가 등장할 여지도 있다. 물론 이는 메신저에 국한된 글로벌 전략이다. 이 외 쇼핑이나 검색 등 다른영역의 글로벌 전략은 추후에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의문2. 다음이 수행하는 것은?

다음카카오는 형식적으로 다음이 카카오를 인수하지만, 내부를 살피면 카카오가 다음을 점령하는 분위기다. 그런 이유로 잡음도 많았다. 다음카카오로 상호를 변경하는 것도 일부 주주들의 반발 때문에 ‘다음커뮤니케이션’을 한동안 유지하며, 다음 직원들이 카카오에 비해 낮은 연봉을 문제삼자 사측은 10% 전격 인상을 발표하기도 했다. 여기에 다음 1세대 핵심들의 이탈과 낮은 팀장 지분 등 문제는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회견장에서 최세훈 대표가 “다음의 수평적 조직문화에서 기인한 일부의 잡음”이라고 설명했으나 이를 해결하는 문제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의 역할이 애매하다. 다음카카오가 발표한 모바일, 플랫폼, 라이프, 연결은 사실상 카카오가 강점을 보여주는 영역이다. 심지어 ‘사물인터넷’을 연상시키는 다음카카오의 4대 연결 서비스도 대부분 카카오의 강점이다. 전통의 IT 기업인 다음의 역할이 애매하다.

<전망>

다음의 강점은 다양한 콘텐츠 및 인프라, 그리고 ‘검색’이다. 특히 검색이 중요하다. 비록 네이버에 비하면 낮은 점유율이지만 국내 포털 시장에서 의미있는 검색 점유율을 가진 것은 네이버를 제외하고 2위 사업자인 다음뿐이다. 그런 이유로 다음카카오에서 다음의 역할은 ‘검색’ 서비스를 모바일에 접목하는 방식이 될 확률이 높다. 어차피 다음카카오는 모바일에 방점을 찍었다. 그리고 모바일의 강자는 카카오다. 다음은 지금까지 축적한 다양한 콘텐츠와 인프라를 빅데이터의 방식으로 신세계인 모바일에 집중시키고, 이를 검색이라는 무기로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이다.

최근 카카오토픽에 ‘실시간 검색어’가 등장했다. 뉴스 큐레이션을 지향하는 카카오토픽의 성격과 잘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지만, 달리 생각하면 다음의 강점인 검색이 모바일의 ‘다음카카오’에 가장 효과적으로 지원사격을 한 모델이다. 물론 풍족한 자금지원도 다음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 다음카카오 출범. 사진 - 이미화 기자

 의문3. 사이버 검열

최근 카카오를 중심으로 검찰의 압수수색 문제가 화두로 부상했다. 정당 당직자의 카톡방이 소위 ‘털리는 현상’이 벌어졌으며 자연스럽게 ‘개인 정보 보호’가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사이버 사찰 의혹이 더해지며 러시아의 ‘텔레그램’으로 사이버 망명객이 증가하는 분위기도 연출되고 있다. 이에 대한 질문도 회견장에서 나왔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국내 법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말 뿐이었다.

<전망>

다음카카오의 입장에서는 법 집행에 최대한 협력하겠다는 말 외에는 달리 할 수 있는 답변이 없다. 사이버 망명객 증가에 대해서도 이석우 대표는 “큰 파장은 없었으면 한다”며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사실 이 문제는 지극히 정치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다음카카오의 손을 떠났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다만 향후 다음카카오의 입장에서 이 문제가 불거질때마다 이슈의 중심에 서는 것이 상당히 곤혹스러울 확률이 높다. 기술적인 보안을 강화하며 대외적으로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분위기를 연출하며 국내 법 집행에는 순조롭게 협력할 확률이 높다.

▲ 다음카카오 출범. 사진 - 이미화 기자

의문4. 파트너를 강조하는 이유

기자회견동안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Connect Everything, 그리고 모바일, 플랫폼, 라이프다. 이 과정에서 다음카카오는 유난히 파트너를 강조했다.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발휘하기 위해 다양한 파트너와 협력하겠다는 뜻이다. 다음카카오가 출사표를 던지는 야심찬 자리에서 파트너를 강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망>

한 마디로 전선을 넓히려는 의도다. 다음카카오는 시가총액으로 따지면 네이버의 적수가 아니다. 일부 언론에서 IT 공룡이라고 치켜세우지만, 이는 화제를 중요하게 여기는 언론의 전형적인 ‘호들갑’이지 진실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그렇다면 도전자의 입장에서 다음카카오가 Connect Everything, 그리고 모바일, 플랫폼, 라이프에 기반한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추구하려면 어떤 방법이 가장 적절할까?

당연히 다양한 파트너와의 동맹이다. 이를 바탕으로 전선을 확장시켜 라이벌에 대항하며, 동시에 자사의 다양한 서비스를 동시다발적으로 출시해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전쟁에서 적의 강력한 진영을 노린다고 가정해보자. 가장 우수한 병사들을 모아 돌파를 시도하면 화끈하게 이길 수 있겠지만 적이 너무 강력하면 이는 자살행위다. 차라리 동맹군을 끌어들여 적의 진영을 동시다발적으로 공략하면 그 과정에서 길이 열릴 수 있다. 다음카카오는 그러한 길을 택했다. 최근 출시된 카카오페이와 카카오토픽, 그리고 다음의 뉴스펀딩도 비슷한 관점에서 이해될 수있다.

의혹5. 김범수 의장의 역할

김범수 의장은 한때 전면에 나설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다음카카오의 선택은 결국 이석우-최세훈 투톱 체제였다. 그렇다면 김 의장의 역할은 무엇일까? 강력한 라이벌인 네이버를 잘 알고 있으며, 카카오를 주도한 김 의장은 다음카카오의 핵심인물이 분명하다. 이석우 대표는 “이사회 의장인 김 의장의 역할은 엄청나게 크다. 일상적인 경영은 두 대표에게 일임했으나 주요 의사결정이나 조직의 문화, 장기적인 전략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고 답변했다.

<전망>

다음카카오 출범 이후 김 의장은 엄청나게 주목을 받고 있다. 단 포커스는 이해진 네이버 의장을 능가하는 IT 주식부호가 됐다는 점에만 머물러 있다. 그가 다음카카오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에 대한 관심은 예상보다 적다. 하지만 회견장에서 등장한 이 대표의 답변에 해답이 숨어있다. 김 의장은 앞으로 조직의 통합, 미래 성장동력 제시 등 큰 그림을 그리는 쪽으로 집중할 것이 확실하다. 특히 조직의 통합이 최우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의 불만을 다독이며 카카오의 비전을 잘 살려, 다음카카오의 청사진을 그리는 쪽으로 무게가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