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옥희 윤교육생태연구소장

마음에 드는 책은 꼭꼭 씹어 소화하듯 외워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던 소년 링컨. 다독(多讀)보다 양질의 독서를 추구했고 이야기의 원형은 살리되 변형시켜 창작하기도 했다. <이솝우화>를 개척시대 당시의 거친 언어를 사용해 변형시켜 듣는 이의 상황에 맞게 읽어주었기 때문에 큰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쉽고 친근한 언어로 소통하려 했던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 어쩌면 이런 리더의 자질도 이때부터 갖추게 됐는지 모르겠다.

정직한 에이브(링컨의 이름 Abraham의 애칭), 재미와 유머가 넘치는 사람, 미합중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처럼 조국을 사랑했던 애국자. 그에 대한 수많은 수식어와 평가가 이를 증명하고 있는 듯하다.

 

문학적 감성과 표현력으로 말에 생명력을 불어넣다

청소년이 된 링컨은 영국의 고전 작품, 특히 고전의 정수를 보여준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깊이 빠져들었다. 링컨은 훗날 대통령이 된 뒤 남북전쟁 발발에 따른 고뇌와 번민으로 마음이 무거울 때도, 예기치 않은 죽음을 당하기 불과 일주일 전까지도 늘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18세기 영국의 낭만 시인 조지 바이런과 로버트 번스의 시도 좋아해 직접 시와 산문을 짓기도 했다. 이처럼 링컨이 뛰어난 문학적 감수성을 키울 수 있었던 데에도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새어머니인 사라는 린들리 머리의 <영문 독본>과 윌리엄 스콧의 <낭독법 수업>이라는 책을 접하게 해 주었는데, 여기엔 18세기에 뛰어나다고 인정받았던 훌륭한 작가들의 작품들이 수록돼 있었다. 위대한 사상과 언어에 매료된 링컨은 작품 세계에 깊이 빠져들었다. 하지만 그는 작품을 단순히 향유하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았다.

<낭독법 수업>의 저자인 스콧이 ‘책은 소리 내어 읽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듯이 링컨도 사람들 앞에서 말하기를 좋아하는 자신의 성향을 ‘말하기 능력’으로 발전시키는 데 이른다. 사라는 ‘아들이 쉽게 배우고 오래 기억했으며 무언가를 배울 때는 제대로, 완전하게 배웠다’고 회상하기도 했는데, 실제로 이런 면이 드러나는 부분이 바로 링컨의 낭독 훈련이었다.

 

“샤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아버지의 복수를 한 뒤 고뇌에 빠진 인간의 본성을 보여주는 언어의 원초적인 표현들. 링컨은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의 통렬한 독백을 읽으면서 주인공의 상황과 감정에 빠져들었고, 실제로 소리 내어 연습하기도 했다. ‘사상이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한 예술’을 가리키는 문학의 의미처럼 평소 문학 작품을 사랑했던 링컨은 말이나 편지에서도 사람의 본성과 감성을 뒤흔드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링컨>의 저자 프레드 캐플런 뉴욕시립대학 대학원 명예교수는 독서를 말하기로 연결했던 링컨의 책 읽기 습관에 대해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링컨에게 책을 읽는다는 것은 말로 하는 공연과 같았으므로 가족이나 학교 친구들에게 읽어줄 때는 물론 혼자서 읽을 때에도 자신만의 극장에서 공연을 펼쳤다.

 

연극조의 과장된 연설이 표준으로 여겨지던 시대에 그의 말에는 문학적 감수성이 녹아 있었고, 여기에 자연스러운 화법까지 더해졌다고 하니 대중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충분했을 것이다.

▲ 지난해 국내 개봉한 영화 <링컨> 중 링컨 대통령이 자녀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는 장면. [사진=영화 <링컨> 페이스북 캡처]

소리를 내어 읽는 것을 낭독(音讀)이라고 한다. 어린아이들이 말을 연습하면서 정확한 발음, 발음의 강약 등을 훈련하게 되는 것처럼 소리를 내어 읽다 보면 호흡도 길어져 말에 힘이 생긴다. 여러 단어와 문장을 반복해서 말하다 보면 맞춤옷을 입은 것처럼 실생활에서도 적당한 성량으로 익숙하게 발음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점점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언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된다. 좋은 문학 작품은 문학적 감수성을 통해 딱딱한 마음을 어루만져주니 정서함양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말하기를 통해 자신의 장점을 상대방에게 전할 수 있는 아이는 현대사회의 핵심 역량인 ‘발표 능력’, ‘소통 능력’,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설득력’과 ‘매력’까지 갖출 수 있는 것이다. 독서를 통해 ‘양질의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아이라 할지라도 말하기 능력이 떨어진다면 반드시 책을 소리 내어 읽는 연습을 해 보길 바란다.

책을 통한 ‘읽기 능력’을 ‘말하기 능력’으로 연결했던 링컨은 자신만의 문체와 화법을 개발하며 말하기 능력을 발전시켰다. 그리고 수많은 연습을 통해 다져진 자연스러운 표정과 몸짓으로 그 역량을 극대화해 나갔다.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연설계의 슈퍼스타’로의 차별화가 대통령으로 오르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위대한 리더의 연설의 원칙에서 배우는 교훈

오늘날 ‘링컨’이라는 위대한 지도자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달리, 실제 그의 삶은 실패로 가득 찬 잿빛 인생이었다. 어렸을 때는 지독한 가난이 괴롭혔고, 20대 때는 사업 실패, 변호사로 일하면서 정치에 꿈을 품은 링컨은 선거에 출마하지만 줄줄이 낙선하기도 했다.

말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마법의 열쇠다. 당대의 정신적, 사상적 귀감이 되는 훌륭한 고전과 성경을 접하며 자라온 그의 말에는 희망이 있고, 올바른 신념이 있다.

 

“갈려서 싸우는 집은 바로 설 수가 없다. 나는 이 나라가 반은 노예, 반은 자유의 상태에서 영원히 계속될 수는 없다고 확신한다.”

 

1858년 미국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선거 후보자 토론장. 이 연설로 시골 변호사 출신의 새내기 정치인은 일약 대스타가 됐다. 미국 전역에서 진행됐던 치열한 토론 끝에 대중은 결국 링컨의 손을 들어주었고 52세가 되던 1861년, 링컨은 드디어 꿈꾸던 미국의 제16대 대통령이 된다.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의 연설의 원칙은 이렇다.

 

➊ 철저히 준비해서 연설에 임하라.

➋ 적절한 유머를 사용하라.

➌ 몸짓과 표정을 다양하게 사용하라.

➍ 대중 앞에 서기 전에 연습하고 또 연습하라.

 

평생을 좋은 책과 함께하며 명연설가로 발전해 온 그의 삶의 궤적을 보여주는 원칙들이다. 그리고 그가 평생 가슴 깊이 새겼던 제1원칙이 있다.

 

진심은 통한다. 솔직히 이야기하라.

 

‘화해와 평화의 상징’ 넬슨 만델라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자유가 지배하도록 합시다”라는 말로 국민통합과 반(反)인종차별을 외쳤다. 미국 흑인민권운동가였던 마틴 루터 킹도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유명한 연설로 많은 이에게 용기를 심어줬다. 링컨 역시 자신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국가에 대한 신념을 공유하고 국민의 동조를 얻을 수 있었는데 이때 크게 작용했던 것이 바로 진정성 있는 말의 힘이다.

평생의 벗이었던 ‘책’을 통해 역전의 스토리를 써 내려갔고 인간 승리의 신화까지 이뤄낸 링컨. 하지만 훗날 그는 이 모든 성공의 영광을 세상을 떠나는 그날까지도 ‘늘 책과 함께하고, 이웃을 사랑하라’고 당부했던 어머니에게 돌렸다.

 

“어머니는 가장 귀한 유산을 제게 주셨습니다. 살아계실 때도, 돌아가신 후에도 어머니의 훌륭한 기도와 가르침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하였습니다.”

 

책을 통해 얻은 지혜와 교훈이 때론 얼마나 큰 성공의 원동력이 될 수 있는지, 그 가르침을 준 스승이 어머니라면 사랑의 에너지로 얼마나 그것이 더 크게 증폭될 수 있는지, 링컨의 일생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