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 같은 이야기를 해야만 할 것 같다. 2009년에 문제가 제기된 도요타 캠리의 급발진 사고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다. 당시 정확한 원인을 몰라 미해결사건이 될 뻔했다. 그러나 내장형 소프트웨어 전문가인 마이클 바(Michael Barr)가 작성한 조사보고서를 법원에서 결정적 근거로 채택하면서 사건의 가닥이 잡혔다. 2013년 미국 법원이 채택한 그 보고서엔 급발진 사고의 원인이 우주선(宇宙線, cosmic ray)에 의한 소프트웨어 오류발생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도요타 캠리의 엔진제어 소프트웨어에는 연료조절밸브의 이중안전장치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즉 우주선이 전자부품의 회로를 이루는 원자와 충돌하면서 소프트웨어 데이터 비트가 1에서 0으로 바뀔 수 있어 전혀 의도하지 않은 가속발진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차량 급발진 원인은 우주선

이 공상과학소설 같은 보고서는 법원의 최종 판결에 결정적 증거로 채택됐으며, 이에 대해 도요타도 받아들여 사고가 발생한지 4년이 지난 2014년 3월에 합의금 12억달러를 내는 조건으로 수사가 종결됐다. 이 재판은 그동안 자동차 업계가 급발진을 암묵적으로 부정하던 관행을 정면으로 뒤집었다. 특히 소프트웨어(software)는 기계장치에 비해 보조적 수단이라고 여겼던 자동차 업계를 긴장시켰다.

우주선(宇宙線)은 태양계 밖에서 발생한 높은 에너지를 갖는 광선이다. 우주선의 99%는 외곽전자가 없는 수소나 헬륨의 원자핵이고 1% 정도는 전자만으로 이뤄져 있다고 한다. 우주선은 주로 거대한 별들의 초신성에서 오거나 은하의 핵으로부터 온다고 한다. 우주선의 에너지를 측정한 결과에 의하면 0.3제타(zetta, 10의 20승) eV 정도로, 이는 스위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입자가속기인 대형해드론가속기(Large Hadron Collider)에서 가속시킨 입자의 전압보다 4천만 배나 높은 에너지를 갖는다. 쉽게 비유하면 시속 90Km 속도로 던진 야구공과 같은 에너지를 가졌다.

이 엄청난 에너지를 지닌 우주선 입자들은 대부분은 지구의 자기장에 의해 차단된다. 즉 지구를 감싸고 있는 도너츠 모양의 자기권(磁氣圈)이 대부분의 우주선 입자들을 지구의 양 극지방으로 마치 깔대기같이 끌어 모은다. 극지방에서 보는 화려한 불꽃 오로라(aurora, 極光)는 바로 우주선 입자가 초고층의 대기가스 분자와 충돌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우주에서 내려온 강력한 에너지 입자가 첨단제품 속에 들어 있는 전자회로 칩과 충돌해서 소프트웨어를 교란시키는 현상이 심각하게 우려된다. 전자회로의 선폭이 줄어들고 정밀해질수록 우주선의 영향을 더욱 심하게 받는다. 원인이 오리무중인 자동차 급발진 사고와 같은 현상들이 모든 첨단 전자제품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객기 속도는 투표로 결정한다

우주선(宇宙船)이나 인공위성을 제작하는 경우 우주선(宇宙線)과의 충돌 문제를 감안하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모든 인공위성에서 우주선(宇宙線)을 감지하는 장치는 필수장비다. 만일에 발생할 오류발생을 대비해서 여러 겹으로 안전장치를 갖춘다. 그래서 항공기의 속도계는 3중으로 만들어 속도계끼리 서로 투표를 해서 다수결로 속도를 결정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하나의 시스템에 오류가 있어도 나머지 두 개가 정상이면 정상적인 수치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2008년 10월 7일에 퀀타스 항공의 한 여객기가 퍼스로 가는 도중에 300m 이상이나 아래로 떨어진 사고가 발생했다. 원인은 고도계와 속도계 센서가 오류를 일으켜 비행기가 다이빙하게 만들었다. 이런 경우 흔히 드문 내부에러 사고라고 변명을 하게 된다.

우주선이 대기권을 통과하면서 느끼는 저항은 4미터 두께의 콘크리트 벽에 부딪힌 정도라고 한다. 대기권을 통과하면서 가스 원자와 부딪혀서 광자, 뮤(μ)입자, 중간미자, 전자, 기타 입자물질들로 변해버린다. 나머지가 지표면에 도달하는데 밀도가 제곱미터 당 약 1만개 된다. 지표면에 도달한 우주 선 입자는 수십 미터 땅 속 깊이까지 관통을 하게 된다. 물론 사람 몸도 매초 당 34개 정도씩 관통한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Carl Sagan)이 지적한 바에 의하면 우주선 입자는 인간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선택적 우성으로 빠르게 진화하는데 도움을 줬다고 한다. 우주선 입자가 몸을 관통해 DNA 분자와 충돌하면서 유전자 돌연변이를 일으키게 되면 암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다른 형질로의 진화를 촉진시켰다고 한다. 우주선은 텔레비전·라디오의 주파수가 맞지 않을 때 나는 소음의 원인이다. 인공위성이나 GPS 신호를 차단하기도 한다. 휴대폰 통화가 가끔 끊기는 원인도 우주선이다.

인텔은 1978년에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메모리칩이 방사선 물질에 의해 오염되는 걸 발견했다. 아주 미약한 방사선이지만 부호를 교란시킬 만큼 치명적인 영향이었다. IBM은 우주선이 256kB 메모리 칩에 심각한 소프트에러를 일으키고 64MB칩에선 매일 한 번씩 소프트 에러를 발생시킨다는 걸 실험으로 확인했다. 그 이후로도 많은 실험이 이루어졌지만 비밀로 취급되고 있다. 2009년에 캐나다 토론토대학과 구글이 합동으로 2년 반 동안 데이터 센터 서버의 메모리칩에서 발생하는 에러를 조사해 봤다. 그 결과 예상했던 것보다 100배나 많이 발생했다.

초미세 전자부품은 오작동 확률이 높다

문제는 지난 10년간 전자제품의 선폭이 180nm에서 20nm로 미세해졌다는 점이다. 앞으로 14nm, 10nm, 7nm, 5nm로 점차 더 미세해질 가능성이 높다. 오라클(Oracle)의 최근 실험에 따르면 130nm 트랜지스터보다 40nm 트랜지스터에서 발생하는 소프트 오류의 양이 8배나 증가했다. 이를 근거로 본다면 0.5볼트의 저전압에서 작동하는 회로는 0.7볼트에서 작동하는 것에 비해 소프트에러가 발생할 확률이 두 배나 된다. 반도체칩의 선폭이 미세해질수록 점점 더 우주선에 취약해지고 있다. 고에너지 입자들이 전자부품을 두드리면 여러 가지 혼란을 일으킨다. 가장 흔한 현상이 전자칩에 있는 원자를 이온화시키는 현상이다. 그렇게 되면 디지털 신호가 1에서 0으로 뒤바뀌어 버린다. 소프트 오류를 일으키며 더 심한 경우는 회로가 타 버릴 수도 있다.

전자제어방식으로 움직이는 자동차가 우주선의 영향을 받는다는 건 이미 상식이 되었다. 독일에선 기차에 채용한 전자부품이 파손된 원인을 조사해 본 결과 설명할 수 없는 사례들이 우주선의 영향과 잘 일치하였다. 풍력발전이나 전기차에서 널리 채용하고 있는 IGBT(insulated-gate bipolar transistor)라는 고전압전자스위치는 종전의 스위치에 비해서 특히 우주선에 취약하다고 보고되었다.

그래픽처리칩(GPU)은 원래 이미지 처리를 위해 개발되었지만 최근엔 로봇, 드론, 자율주행차량 등에서 주변 물체를 인식하는 센서들의 핵심부품이 되고 있다. GPU는 차량이 보행인을 감지하는 센서로도 채용된다. GPU가 특별히 고에너지 입자들에 취약하다는 실험은 아직 없다. 하지만 한 개의 중간미자가 64개의 비트 오류를 일으킬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우주선의 고에너지 입자들이 전자기기를 때리면 민감한 오류를 일으킬 수 있는 장비가 이제 수도 없이 많다. 더욱이 드론(drone)이나 로봇 그리고 자율주행 자동차 같이 무인으로 동작하는 기계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이런 정밀기계에서 자동차 급발진과 비슷한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반도체 칩이 미세하고 복잡한 전자제품에선 모두 사고 발생 가능성이 있다. 스마트폰이 갑자기 꺼졌다 다시 켜진다거나 컴퓨터가 갑자기 다운되는 현상도 예사로 볼 수 없다. 그뿐만 아니라 헬스케어 기기가 오작동해서 측정오류가 발생할 수도 있다. 전자기기 오류를 재부팅해서 해결될 사안이면 다행이겠지만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점차 많아진다고 할 수 있다.

이상에 열거한 사례들이나 추측들은 모두 확실한 실험적인 근거를 가진 것이 아니므로 추리소설과도 같다. 그러나 우주선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임은 분명하다. 따라서 우주선에 의해 발생하는 전자칩이나 부품의 오류 가능성에 대해 지금보다 철저한 분석과 대비책이 시급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