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공짜를 좋아한다. 필요하지 않아도 공짜로 준다는 물건은 몇 개씩 더 챙기고 본다. 안 받고 지나가면 그만큼 손해 본 느낌이 든다. 이런 소비자의 마음을 잘 이용한 서비스가 바로 ‘경품’이다.

1930년 경 제품 구매자에게 비누와 달력 등을 제공했던 것을 시초로 현재 백화점 상품권이나 자전거, 스마트기기까지 경품은 점차 그 범위가 넓어지고 다양해졌다. 규모도 커졌다. 다양한 상권이 들어선 환경에서 교통과 인터넷의 발달이 상점 간 경쟁을 이전보다 더 치열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제 자동차나 아파트 한 채를 준다고 해도 그렇게 놀랍지 않다. 지금은 이미 식상해진 경품들이다.

기업들은 소비자의 눈길을 확 끌만한 요소가 필요했다. 특이한 경품을 걸면 소비자들은 관심을 가졌고 ‘혹시나 내 것이 될 수도 있어’라는 마음으로 응모 조건을 충족시켰다. 이런 전략은 경쟁 기업으로 하여금 더 크고 새로운 경품을 내놓게 만들었고, 경품의 의미를 본 제품에 따라가는 물건, 그 가치를 넘어 경품을 보고 본 제품을 사는 역효과를 내기도 했다. 경품은 어느새 하나의 차별화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서 가장 놀랄만한 경품을 내놓기로 유명한 기업은 단연 롯데다. 특히 롯데백화점은 신세계, 현대 백화점과 3파전의 경쟁구도를 이루며 경품을 통한 소비자 공략에 주력해왔다.

롯데백화점은 2009년 10월, 다우존스 지속가능성 지수 월드 부문에서 세계최초로 2년 연속 등재된 백화점이자 미래 경쟁력 부문에서 전 세계 소매유통기업 중 1위가 된 것을 축하하기 위해 특별한 경품을 준비했다. 바로 세계 최초의 나는 자동차다.

미국의 테라푸기아社가 개발한 이 자동차는 2인승으로 비행거리가 약 787km, 비행시속은 약 185km/h, 주행시속은 약 105km/h에 달하는 스펙을 자랑했다. 그 당시엔 팔지도 않은 제품이다. 1등 당첨자는 나는 자동차와 무게 5.6kg의 1500돈에 해당하는 철갑선 순금 거북선을 고를 수 있어 큰 화제가 됐다. 롯데 백화점이 준비한 어마어마한 이벤트에 신세계백화점도 ‘맞불’ 작전을 통해 바로 다음 달 100억원의 상품권을 경품으로 걸었지만 화제의 면에서는 롯데의 장벽을 넘지 못한 듯하다.

경품계의 큰 손, 롯데의 경품 이력은 이 뿐만이 아니다. 신세계의 도전에 아예 기를 죽이고 싶었던 걸까, 롯데백화점은 바로 다름 달인 2009년 11월 롯데백화점의 창립 30주년 이벤트로 ‘세계 최초의 경품’ 행사를 개최했다. 이 때 나온 경품들은 모두 대한민국의 경품 역사 상 한 획을 그을만한 상품들이다.

▲2009년 당시 롯데백화점의 이벤트 홍보 포스터

경품에 당첨된 1등에게는 바로 우주 여행권이 주어졌던 것이다. 우주여행권은 3억원 상당의 금액으로 당첨 고객은 민간 우주여행사의 우주선을 타고 약 3시간 동안 우주를 날아다니는 경험을 하게 된다. 우주로 떠나기 전 3개월 동안의 훈련비 5000만원도 포함된다. 2등에게 주어지는 남극여행권과 북극여행권도 상당히 이례적인 경품이었다.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2의 살아있는 돼지 배송 이벤트를 기념해 사진을 찍고 있는 당첨자

고가를 넘어서 엉뚱한 경품들도 눈에 띈다. 특히 게임업체는 무궁무진한 경품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넥슨의 FPS게임인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2’(이하 카스)는 2013년 게임에 신규모드를 추가했다. 일정 조건을 채우면 캐릭터가 돼지로 변하며 파워가 강력해지는 이른바 ‘돼지 모드’다. 새로운 모드의 추가를 기념하며 내놓은 이벤트 상품은 바로 돼지다. 살아있는 돼지. 카스는 심지어 살아있는 돼지를 ‘친절하게도’ 직접 배송하겠다고 밝혀 온라인 게시판이 뒤집어 졌었다. 실제로 돼지는 큰 아버지를 생각해 응모한 게임유저에 의해 큰 아버지의 농장으로 배달되었다.

▲일본의 KFC가 내놓은 치킨 모형 상품 중 귀걸이의 모습(사진=일본 KFC)

해외에서도 이색 경품은 화제가 된다. 최근 일본의 KFC는 KFC의 창립자 커넬 할랜드 샌더스의 생일인 9월 9일을 맞아 귀엽고도 특이한 경품 증정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름하여 ‘치킨 관련 상품 4종’이다. 글자 대신 치킨 모형이 빼곡히 박혀있는 키보드와 닭다리 모양 마우스, 치킨 모양 USB, 3D 프린트로 만든 치킨 모형 귀걸이가 그 주인공이다. 진짜 치킨과도 같은 모양에 큰 화제를 일으키자 연이어 치킨모양의 쓰고 잘 수 있는 베개와 핸드폰 케이스도 내놓았다. 치킨 모형의 핸드폰 케이스는 통화를 할 경우 실제 닭다리를 들고 있는 것 같이 우스꽝스러운 아이템이다. 엽기적이지만 특이하기에 하나 쯤 갖고 싶다는 것이 네티즌들의 반응이다.

▲이클립스 500 제트기의 모습(사진=이클립스 홈페이지)

두바이에서는 아파트, 우주여행권의 가격을 훌쩍 뛰어넘는 경품이 나와 화제가 된 바 있다. 중동 부호의 스케일을 짐작하게 해줄만한 상품이다. 무려 비행기다. 2006년에 개막된 두바이 쇼핑 페스티벌의 스폰서 다막 프라퍼티스社가 판촉행사의 일환으로 새로 나온 '이클립스 500 제트기'를 내놓았다. 이클립스 500은 미국에서 개발해 판매하고 있는 6인승 소형 비즈니스 제트기다. 가격은 550만 디르함, 한화로는 약 15억원에 해당한다. 받은 사람은 비행기를 보관할 주차장과 활주로까지 만들어야할 판이다. 받아도 행복한 고민이 되는 경품이다.

▲2011년 당시 뉴질랜드의 라디오 방송국의 이벤트 응모 화면 캡쳐

경품에 관한 황당한 사연도 있다. 세계 곳곳에서 ‘사람’을 경품으로 내놔 논란을 빚은 사례들이다.

지난 2011년 뉴질랜드의 라디오 방송국 ‘더 록’은 청취자들을 대상으로 ‘여성’을 경품으로 내세워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퀴즈쇼와 더불어 더 록 웹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응모양식을 기입해 보내면 당첨자에게 우크라이나 신부를 증정한다는 내용이다. 심지어 당첨자는 직접 우크라이나로 가 신부를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졌다. 실제로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한 포도주 생산업자가 1등을 차지해 우크라이나 신부를 고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사회 인권 운동가와 우크라이나의 여성운동단체의 거센 반발에 방송국 측에서 재미로 한 이벤트라며 발을 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한 부동산 판매원이 상점을 내놓으며 새해맞이 기념으로 자신의 아내도 판다는 현수막이 걸어 거센 반발을 받았다. 여성의 인권뿐 아니라 허위·과대 광고로 처벌을 받은 웃지 못 할 사례다. 파키스탄에서도 한 방송국 프로그램에서 아이없는 부모에게 버려진 아이들을 경품으로 준 일화가 있다. 좋은 의도든 아니든 사람이 사람을 무료로 거래하는 행위는 씁쓸함을 자아낸다.

경품의 역사는 길다. 경품은 기업의 새로운 마케팅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도 우주여행권도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앞으로는 소비자의 입맛에 맞춰 더 자극적인 경품이 나올지도 모른다. 우주여행권도 점차 식상해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현재 온라인 트레이딩 업체인 IronFX와 자동차업체 랜드로버가 우주여행을 경품으로 준비 중이다. 하지만 재밌는 점은 화젯거리를 보고 응모한 소비자들이 화제가 되는 상품 대신 실용적인 대체 상품을 선택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롯데백화점의 관계자는 “아무래도 고객들이 현실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을 선택한다.”며 “하늘을 나는 자동차에 당첨된 고객은 순금 거북선을, 우주여행권의 당첨 고객 또한 2억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을 가져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