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 대한항공

한진그룹이 호텔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주력 사업인 항공에 호텔을 더해 시너지를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호텔사업의 경쟁력 강화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 겸 칼호텔네트워크 대표가 전면에 나서 주요 사안을 직접 결정하며 진두지휘하고 있다.

한진그룹이 23일(현지시각) 미국 LA 금융가 중심부에 73층 규모로 세우는 5성급 호텔 ‘윌셔 그랜드’ 위탁 운영 업체로 ‘인터콘티넨탈’ 브랜드를 선정하고 계약을 채결했다.

12억달러(약 1조2500억원)가 투자되는 대형 프로젝트의 운영 업체와 계약은 커크 킨셀(Kirk Kinsell) 인터콘티넨탈 호텔그룹 미주지역 대표와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대표가 사인했다.

LA 금융가에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을 윌셔 그랜드 호텔은 총 73층 규모로 상층부는 호텔, 저층부는 오피스 공간으로 나눠지며 2017년 오픈 예정이다. 70층에 위치한 로비에서는 투숙객들이 LA 금융 중심가의 스카이라인과 아름다운 야경을 만끽하면서 체크인을 하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최상층과 오피스 공간 사이에는 900개의 객실로 이루어진 럭셔리한 호텔이 자리잡고, 저층부에는 7층 규모의 상업공간 및 컨벤션 시설이 설치되며 최첨단 시설을 갖춘 3만7천㎡ 규모의 오피스가 들어설 예정이다. 건물 상단은 한진그룹의 주력사업인 항공사업을 상징하듯 항공기 모양의 돔(dome) 형으로 디자인되었으며 연회장에서 정원이 내려다보이는 유리문과 LA 기후를 만끽할 수 있는 개폐식 창문이 장착될 계획이다.

당초 LA 윌셔 그랜드 호텔은 45층짜리 호텔 건물과 65층짜리 오피스 건물 두 개로 나눠서 건축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경기침체로 오피스 수요가 급감하자 조현아 부사장은 조양호 회장에게 호텔 운영 기업으로써 핵심적인 가치와 전문성에 중점을 두고 건물을 하나로 합쳐 오피스 공간을 대폭 줄이자고 제안했다. 조 회장은 신속하게 제안을 받아 들여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AC마틴사가 최종 디자인을 2012년 4월 공개하기에 이른다.

조현아 부사장은 10년 넘게 대한항공의 기내식 등의 사업을 두루 챙기며 연계성이 높은 호텔 경영을 준비해 왔다. 지난 2007년부터 한진그룹의 호텔체인 관리∙운영을 담당하는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에 오른 데 이어 올해부터는 대한항공 기내서비스∙호텔 사업부문 총괄하는 부사장을 맡아 호텔 사업을 이끌고 있다.

하얏트 호텔 인천 로비. 사진제공=대한항공

서울예고와 미국 코넬대에서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한 조 부사장은 1999년 대한항공 입사 시절부터 전공을 살려 호텔면세사업본부에서 근무했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부드러움을 무기로 항공사업에서 가장 까다롭다는 기내서비스 업무를 총괄해온 조 부사장은 다른 한편으로 부친 조양호 회장의 결단력과 추진력을 가장 많이 닮았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조 부사장은 기내식으로 한정식을 과감하게 선보여 성공시켰고, 고착상태에 빠진 윌셔 그랜드 호텔사업을 실현시키기 위해 2010년 LA상공회의소 주최의 한 행사에서 당시 주지사였던 아놀드 슈워제네거와 정관계 인사들을 직접 만나 사업의 타당성을 설득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한진그룹이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에 집중적인 투자와 지원을 근거로 후계 구도에서 입지를 확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기도 하지만, 아들 조원태 부사장이 대한항공을 맡고 큰딸 조현아 부사장이 호텔사업, 작은 딸 조현민 전무가 저가항공 사업을 맡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재 세 자녀는 계열사 지분을 똑같이 나눠 가지고 있다.

사실 대한항공과 진에어를 그룹사로 두고 있는 한진그룹은 현재 제주도와 하와이 등 국내외 6개의 호텔을 가지고 있다. 주력 항공사업에 호텔사업을 본격화하면서 기존 사업과 수익 창출을 연계하는 등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282개 객실 규모의 제주호텔과 1022개 객실 규모의 그랜드 하얏트 인천이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서도 호텔신라와 롯데호텔 그늘에 가려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진그룹은 서울 경복궁 인근 송현동 옛 주미대사관 숙소 부지를 지난 2008년 삼성생명으로부터 2900억원을 들여 매입해 연면적 13만7440㎡(약 4만1576평) 규모에 156개의 객실을 갖춘 국내 최초 7성급 호텔과 다목적 공연장, 갤러리 등을 포함 복합문화단지를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학교 주변에 호텔 건립을 금지한 ‘학교보건법’과 고도제한 규정 등에 가로막혀 6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는 형편이다. 최근에는 상황이 바뀌어 내수활성화 차원에서 관광진흥법 개정 및 규제개혁 움직임이 다시 일면서 복합문화단지 건설 계획에 물꼬가 트일지 주목되고 있다. 지난달 발표한 서비스업 활성화 대책에 학교보건법상 건립을 불허하는 관광호텔도 유해시설이 없으면 허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 관광진흥법 개정안이 포함되기도 했다.

조현아 부사장도 그랜드 하얏트 인천 개관식 자리에서 “예전부터 송현동 복합문화단지를 건립하려고 한 것이 (호텔만 짓는 것으로) 와전돼 반대가 심하다”며 “목표에는 변함이 없고 법적 근거와 분위기 조성이 된 다음 공청회 등의 절차를 거쳐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항공과 호텔사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한진그룹의 호텔사업 관련 비전은 무조건 호텔을 늘리기보다는 적재적소에 환경과 시장에 맞는 호텔을 짓거나 운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천국제공항을 나오면 우리나라를 찾은 관광객들이 제일 먼저 맞닥뜨리게 되던 하얏트 리젠시 인천이 지난달 1일 웨스트 타워를 새로 개관하며 총 1022개의 객실을 보유하게 된 ‘그랜드 하얏트 인천’이란 업그레이드된 하얏트호텔로 새롭게 태어났다.

조 부사장은 “기존 이스트 타워의 533개 객실만으로는 늘어나는 호텔 수요를 감당하기에 부족하다고 느꼈다”며 “지난 11년간 하얏트와 협력한 결과가 좋았기 때문에 웨스트타워 운영도 하얏트와 함께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으로부터 3분 거리에 위치한 그랜드 하얏트 인천은 9월 1일 호텔의 ‘웨스트 타워(West Tower)’ 개관과 함께 그랜드 하얏트 인천으로 새로운 도약을 시작했다. 기존 522개 객실의 ‘이스트 타워(East Tower)’에 500개 객실 규모의 웨스트 타워를 추가하며 총 1022개의 객실을 보유하게 되면서 북미를 제외한 하얏트 호텔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