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과사의 간극이 날카롭게 충돌한다. 메마른 전장의 안개가 악몽처럼 피어오른다. 미 해군 특수전부대 네이비실의 저격수 크리스 카일은 호흡을 고르며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다. 갈색태양에 반사되는 복잡한 이라크 도심의 미로속에서, 그의 선명한 눈빛이 여인을 향한다. 총성이 울리고, 생명은 사라진다.

“나는 저격수였고, 그 여성을 저격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녀는 이미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나는 단지 그녀가 우리 해병대원들을 길동무로 삼지 못하게 했을 뿐이다”

 

2013년 2월 11일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에 위치한 댈러스 카우보이 경기장(Dallas Cowboys Stadium)에서 전장에서는 한없이 고독했던, 하지만 엄청난 공적으로 많은 이들의 찬사를 받았던 한 군인의 장례식이 진행됐다. 그의 이름은 크리스 카일(Chris Kyle). 미 해군 특수전부대 네이비실의 저격수로 복무하며 이라크전을 경험했던, 미군 역사상 최다 저격기록을 수립한 전설의 스나이퍼다.

크리스 카일은 네이비실의 스나이퍼로 복무하며 이라크 전쟁을 통해 경이로운 ‘군공’을 쌓았다. 그는 2,100야드(1.9km) 거리의 저격에 성공했으며, 총자루 하나로 도로 위에 고립된 아군 해병 부대를 구하기도 했다. 심지어 갑작스럽게 벌어진 근접전에서 반군을 권총으로 쓰러트리기도 했다. 카일을 두려워한 이라크 반군들은 그에게 ‘악마’라는 뜻의 ‘알-샤이탄al-Shaitan’이라는 별명을 붙이고 현상금을 걸었다.

그의 자전적 에세이 ‘아메리칸 스나이퍼(AMERICAN SNIPER)’가 도서출판 플래닛미디어의 손으로 국내에 소개됐다. 이 책에서 크리스 카일은 이라크 전쟁의 참혹함과 동료 전사에 대한 무한한 존경심, 그리고 지옥같은 전쟁터에서 동료를 잃었던 경험을 격정적으로 풀어냈다. 아군에게는 ‘전설’이었으나 적군에게는 ‘악마’로 불렸던 남자는 생의 마지막 순간을 예감한 듯 ‘아메리칸 스나이퍼(AMERICAN SNIPER)’를 통해 자신이 생생하게 체험한 전쟁의 상흔을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 아메리칸 스나이퍼 표지. 사진제공 - 플래닛미디어

‘아메리칸 스나이퍼(AMERICAN SNIPER)’는 미국 출판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소설가 퍼트리샤 콘월은 뉴욕 타임스를 통해 “올해 가장 마음에 든 책이다. 크리스 카일의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이라크에서 벌어진 전투를 놀랍도록 세세히 설명했다. 인간적이고 용감한 이야기를 매우 재미있게 풀어냈다”며 격찬했으며 ‘로그 워리어’의 저자이자 네이비 실 6팀 초대 지휘관 리처드 마친코도 “전쟁터 한가운데 있는 군인의 속내를 보여주는 뛰어난 작품이다. 용감한 전사이자 애국자인 크리스 카일은 임무와 개인적인 고뇌, 엘리트 실 저격수가 일상에서 직면하게 되는 어려운 선택 등을 솔직하게 서술한다”는 찬사를 보냈다.

이러한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아메리칸 스나이퍼(AMERICAN SNIPER)’는 브래들리 쿠퍼가 주연, 명장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을 맡아 영화로 제작되어 2015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지은이 크리스 카일은 네 차례 해외에 파병되어 이라크 자유 작전(Operation Iraqi Freedom) 및 기타 임무를 수행한 베테랑 군인이다. 그는 전쟁터에서 보여준 용맹을 통해 은성훈장 2개, V 마크가 달린 동성훈장 5개, 해군 및 해병대 근무유공훈장 2개, 그리고 1개의 해군 및 해병대 공로표창을 받았다. 이후 전투 파병이 종료되자 세계 최고 수준의 훈련 및 보안업체인 크래프트 인터내셔널(Craft International) 사의 대표로 재임하며 상이군인들을 돕는데 헌신했으나 2013년 불의의 사건으로 세상을 떠났다.

옮긴이는 군사 컨설팅과 교육, 훈련을 제공하는 민간군사서비스 기업인 인텔엣지(주)의 양욱 대표와 현재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으로 재직하며 주간 경제지인 ‘이코노믹 리뷰’에 칼럼 ‘밀리터리 노트’를 연재하고 있는 윤상용 씨가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