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가 23일 방한한다. 그는 방한 직후인 24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리는 '마이크로소프트 테크데이즈 코리아 2014' 개발자 컨퍼런스에 기조연설자로 참석하며, 이후 중국을 거쳐 인도로 향한다.

▲ 사티아 나델라 MS CEO. 사진제공 - MS

사티아 나델라 CEO의 방한일정은 기조연설 외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된다. 특별한 일정이 잡히지도 않았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만나 대규모 데이터 센터 설립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오지만 이마저도 확실하지 않다.

다만 그가 국내 주요 기업 인사들과 만날 것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업계에서는 벌써 사티아 나델라 CEO가 삼성을 비롯해 LG, KT 등 ‘국내 대기업’과의 스킨쉽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삼성전자 임직원들과의 만남 여부는 초미의 관심사다. 최근 MS와 삼성전자는 냉전 중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초 미국에서 MS는 삼성전자에 특허침해 소송을 냈다. MS는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 특허 사용권 계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내막은 이렇다. 삼성전자와 MS는 지난 2011년 MS가 보유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특허에 대한 로열티 계약을 체결하며 한발 더 나아가 크로스라이선스 계약도 체결했다. 본 계약에 따라 삼성은 안드로이드 휴대폰 판매 기기의 일부 비율로 MS에게 일정 금액의 특허료를 지급해왔다.

파국은 지난해 9월 MS가 노키아 단말기 사업부 인수를 발표하면서 찾아왔다. MS가 노키아 단말기 사업부를 인수한다고 발표하자 삼성전자가 크로스라이선스 계약 이행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기술 유출 가능성. 기존에는 MS가 단말기를 직접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크로스라이선스 계약을 맺어도 상관없지만, 노키아로 대표되는 제작 기술을 보유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삼성전자는 하드웨어 기술을 가지게 된 MS를 견제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MS가 ‘진심으로’ 삼성전자를 견제한다기 보다는 일종의 ‘경고’ 차원에서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소송이 제기된 이후 삼성전자는 물론 MS도 소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고수할 뿐 뚜렷한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생결단의 자세로 소송전을 벌이며 전방위적으로 충돌한 애플과 비교할 때 온도차이가 확연하다.

게다가 삼성전자도, MS도 지금처럼 껄끄러운 관계를 계속 유지하기에는 잃는 것이 너무 많다.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삼고 있지만 지금도 여전히 윈도우 기반 PC, 윈도폰, 윈도 태블릿을 판매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동맹군의 일원이지만 호시탐탐 ‘다른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입장에서 MS는 완전히 버리기 어려운 카드다. MS와 협력의 끈을 놓지 않는다는 뜻이다. MS도 사정은 비슷하다. 최근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애저 클라우드 서비스(azure cloud service)’ 사업의 주 고객이 삼성전자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업계에서는 23일 방한하는 사티아 나델라 MS CEO가 어떤 루트를 통하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날 확률이 높다고 전망한다. 양쪽의 미묘한 관계를 단숨에 청산하기 위해서는 컨트롤 타워 간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사티아 나델라 CEO에게 주요 현안을 보고하는 총괄 부사장으로 퀄컴 임원 출신인 페기 존슨이 임명된 대목도 의미심장하다. 존슨 부사장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핵심 고객 및 파트너와의 협력강화다. 사티아 나델라 CEO는 이를 바탕으로 외부 파트너와의 동맹을 공고히 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런 MS에 있어 삼성전자는 중요한 파트너다. 벌써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MS가 미국에서의 ‘원한’을 잊고 물밑교섭에 돌입했다는 소문도 파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