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1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상당기간’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연준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경제 지표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할 때 자산매입 프로그램 종료 후에도 상당기간(for a considerable time) 초저금리 기조를 이어가는 게 적절하다"고 밝혔다.

시장의 최대 관심사였던 기준금리 조기인상 여부와 관련해 ‘상당 기간’이란 문구가 그대로 유지됨에 따라 연준이 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이날 회의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에 유지된 ‘상당 기간’이란 문구는 약속이 아니며 경제지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극히 조건부적인 표현이다"고 말해 연준은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이어 "FOMC 위원들의 경제 전망이 거의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성명서에 ‘상당 기간’이란 선제적 안내(포워드 가이던스) 문구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연준의 이 같은 결정에 화답이나 하듯 17일(현지시간) 미국 주요 증시는 일제히 상승했다. 특히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일 대비 24.88포인트(0.15%) 상승한 1만7156.85로 기록, 올해 들어 16번째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내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최근 시장을 위축시켰던 미국 조기 금리 인상 우려가 해소됐기 때문이다.

김환 NH농협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FOMC 성명에 따라 오는 10월 양적완화 종료 이후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일부 완화될 것"이라며 "노동의 느린 질적 회복 수준, 주택시장 재둔화 우려, 낮은 인플레 압력, 지역별 경기회복세 차별화 등이 충분히 개선되는 시점까지 금리인상이 지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시점을 2015년 3분기께로 전망한 의견도 나왔다.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경제여건에 따른 조건부적이라는 단서가 달려있지만 상당 ‘기간’이라는 문구가 유지됐고 초저금리’ 기조라는 방향도 유효하다"며 "이를 추론해 본다면 향후 6개월내 금리인상은 단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기태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연준의 금리인상 시점은 내년 3/4분기 이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의 설득력이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출구전략과 관련해 추가로 확인된 방침은 만기채권 재투자 중단을 기준금리 인상 이후로 미룬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미국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를 살리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기준금리를 제로에 가까운 초저금리 기조로 6년 이상 유지해 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로 인해 연준 내부에서 금리를 서둘러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