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보험자 본인 서명 없는 보험계약은 무효지만 여기서 생기는 손해는 보험사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본인이 직접 서명해야 한다는 설명을 소홀히 한 점에 대해 보험사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11일 전주지방법원 제1민사부(정재규 수석부장)에 따르면 우울증을 앓던 A(16)양은 2012년 1월 한 아파트에서 투신했다.

A양의 부모는 사고가 나기 5년 전 딸이 사망할 경우 1억원을 수령하는 내용의 상해보험계약을 체결한 상태였지만, 보험사 측은 A양의 직접 서명이 들어가지 않았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A양의 부모는 "계약 당시 수익자를 부모로 했지만 딸의 직접 서명을 받지 않은 보험모집인이 설명의무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며 보험사를 상대로 보험금 1억원과 손해배상금 5천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설명 의무를 소홀히 한 보험사의 책임을 대법원 판례에 따라 70%로 제한, "보험계약자인 A양에 대한 손해배상금 3천5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보험계약 때 부모 동의는 있었지만 A양의 서명 동의가 없기 때문에 보험계약은 무효"라며 보험금 지급 사유를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보험계약이 무효인 만큼 보험모집인이 설명 의무를 소홀히 해 A양에게 가한 손해는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보험사에서 계약자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법원 관계자는 "본인 서명이 없을 경우 보험 자체가 무효가 돼 보험금은 주지 않아도 되지만, 대신에 설명 소홀로 피보험자에 끼친 손해에 대해서는 보상을 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