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일주일 앞둔 주말, 부모님과 함께 추석맞이 장을 보러 동네 전통시장에 간 경제는 차례 음식 재료로 쓸 나물이며 생선, 그리고 고기까지도 수입산과 국내산으로 나뉘어 표기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부모님은 어떤 품목은 수입산을, 어떤 품목은 국내산을 구입하셨다. ‘차례상은 우리 나라 재료로만 차리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며 장보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외국에서 수입한 재료를 차례음식으로 올린다는 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좀 이상했던 경제는 아버지에게 물어보았다. “아빠! 차례나 제사는 조상님께 음식을 올리며 예를 갖추는 것이잖아요. 그런데 우리 음식이 아닌 수입산을 차례상에 올리면 조상님들께서 싫어하시지 않을까요? 우리 몸에는 우리 땅에서 난 것이 좋다고 학교에서 배웠거든요.”

경제의 질문에 아버지는 빙긋이 웃으며 말씀하셨다. “경제야. 네 말대로 차례나 제사상을 차릴 때는 조상님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담아야 해. 음식을 놓을 때 홍동백서, 어동육서 등 다소 복잡해 보이는 법칙을 따르는 것도 모두 조상님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과 정성을 잘 표현하기 위함이고. 하지만 수입산으로 만든 음식이라고 해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야. 얼마나 정성 들여 준비를 하느냐가 더 중요하단다.” 아리송해 하는 경제를 보며 이번에는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경제야. 지난 번에 네가 맛있게 먹었던 고기산적 있지? 그것도 미국산 소고기로 만든 거야. 그 옆에 있던 부침개도 튀김 옷을 만든 밀가루는 미국산이고 부칠 때 사용한 기름은 스페인산 올리브유였고. 또 차례상 오른편 제일 앞쪽에 있던 호두 등 견과류는 원산지가 칠레였지. 국내산은 아니었지만 엄마가 열심히 준비한 것들이었단다.” 부모님의 설명을 듣고 나니 경제는 중요한 것은 국산이냐 수입산이냐가 아니라 음식에 담긴 정성과 존경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경제는 또 하나 궁금한 것을 아버지께 물어보았다. “아빠, 시장에 수입산이 그렇게 많아지면 우리나라 농어촌은 힘들어지지 않을까요?”

아빠는 “경제야, 예전에도 수입산이 없지는 않았지만 최근 수입산을 더 많이 볼 수 있는 것은 나라와 나라 간에 자유롭게 무역 거래를 하자는 약속인 자유무역협정(FTA: Free Trade Agreement)을 체결했기 때문이야. 예를 들어, 자유무역협정을 맺기 전 한국은 칠레에 TV 등 가전제품을 많이 수출했단다. 그러자 칠레 정부가 자기 나라의 물건도 수입해가라고 요청했어. 그래서 두 나라는 상호간에 거래되는 많은 품목에 관세 인하 등 특별한 혜택을 주는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게 됐단다. 협정 체결 후 한국은 가전제품, 자동차 등 공산품을 수출하고 칠레로부터는 과일과 와인 그리고 구리 등 지하자원을 많이 수입하게 됐지.”라고 말씀하셨다.

또 “칠레에서 수입하는 과일의 가격이 훨씬 싼 경우는 국내 과일의 판매 감소를 일으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단다. 하지만 칠레에서 나지 않는 배 등의 과일은 우리가 비싸게 수출을 할 수 있는 길도 열리게 되지. 이 때는 우리나라 배가 더 경쟁력이 있는 셈이란다. 자유무역협정으로 시장규모가 확대됐다고 할 수 있어. 우리나라 농촌도 이를 받아들여 한국산 과일만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단다. 이렇게 품질을 높이는 노력이 따르기 때문에 결국은 국내 과일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된단다. 품목별로 유리한 것과 불리한 것이 여전히 존재할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과일, 구리 등 광물자원 등을 싸게 수입하고, 가전제품, 자동차, 의류, 화장품 등 공산품을 관세없이 수출할 수 있으니 크게 보면 한국 입장에서는 좋은 면이 더 많은거야.”라는 이야기도 해주셨다.

경제는 부모님의 설명을 듣고 추석 차례상에 수입산이 올라오게 된 배경과 나라 간 자유무역협정이 왜 필요하고,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게 됐다.

 

본 기사는 아하경제신문 2014년 제 209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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