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고, 또 빼고. 최근 화장품 성분을 중요시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화장품 및 세정용품계에 ‘무첨가’바람이 불고 있다. 주요 브랜드들은 각종 피부염을 유발하는 유해 성분을 첨가하지 않았다며 안전성을 강조하는 내용의 광고를 활발하게 내보내고 있다. 화장품 속 유해물질, 무엇이 문제일까?

우리나라 국민의 화장품 소비량은 가히 세계적인 수준이다. 이르게는 영·유아 시절부터 시작해 여성은 물론 남성조차 평생 동안 다양한 화장품과 세정용품을 사용한다. 눈길을 끄는 디자인에 달콤한 향기를 갖춘 데다, 무엇보다 피부를 보호하고 매끄럽게 하는 기능성 성분이 다량 첨가되어 있다니 사용이 잦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들 제품에 첨가된 향료, 착색제, 방부제 등 각종 화학 성분이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주장은 여전히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 중 최근 몇 년간 가장 주목을 받았던 화학성분이 바로 ‘파라벤’이다.

유방암 샘플에서 파라벤 성분 검출? 원료 성분을 확인하는 지혜가 필요
지난 2004년 영국 리딩대학 동물·미생물학부 세포·분자생물학과 필리파 D. 다버박사팀은 유방암 환자 20명에게서 떼어낸 종양 샘플을 분석한 결과 모든 샘플에서 파라벤 성분이 검출됐다는 내용의 논문을 ‘응용독성학회지(The journal of Applied Toxicology)’에 발표해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 질병관리본부(CDC)는 2005~2006년 동안 6세 이상 2,548명을 대상으로 한 소변 검사에서 파라벤 농도를 측정했더니 대다수 피실험자의 소변에서 메틸파라벤과 프로필파라벤이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를 밝혔다. 2007년에는 영국 세필드대 피터 파이퍼 교수가 파라벤이 세포 내에서 DNA를 공격해 암세포를 만들고 유전자 변이를 일으켜 세포를 사멸시킨다는 연구결과를 밝혔다.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연구가 진행된 바 있다.

2012년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이 발표한 ‘어린이 계층의 파라벤류 바이오모니터링 연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한해동안 3~6세 어린이의 소변에서 파라벤류로 분류되는 메틸, 에틸, 프로필, 부틸 등 4가지 물질 모두 평균 이상으로 검출돼 논란이 불거졌었다. 파라벤(파라옥시안식향산에스테르)은 화장품에 대표적으로 쓰이는 방부제다. 기초적인 스킨, 로션, 크림 등의 화장품 외에도 색조 화장품, 립스틱, 보디로션, 세정제, 샴푸 등에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파라벤이 유방암을 유발하는지는 아직까지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지만, 파라벤이 피부를 통해서 혈액 속으로 흡수되고, 내장기관과 지방, 근육에 축적되어 인체에 유해한 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파라벤 사용에 제한을 둬야 한다는 권고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원료 성분을 확인하는 지혜가 필요
반대 의견도 있다. 이들은 파라벤 성분이 위험성을 가지고 있을 수는 있지만, 현재 권고 기준안에 따

 

르면 화장품에는 파라벤이 극히 미량만 첨가되어 인체에 유해한 작용을 일으키기 어려우니 안심해도 된다고 주장한다. 더군다나 물과 기름으로 구성된 화장품에 방부제가 첨가 되지 않는다면 미생물이 증식해 피부가 독성물질, 오염물질에 쉽게 노출될 수 있으므로 위험하지 않은 기준의 방부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6년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과 화장품성분조사단(CIR)은 ‘파라벤이 화장품의 안전성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판단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도 파라벤을 안전성이 입증된 물질로 분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소비자들 개개인이 피부에 악영향을 주는 화장품 및 세정용품 성분을 미리 알아두고 구매할 때 원료 성분을 확인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성분표에 적혀진 ‘무 파라벤’은 파라벤을 함유하지 않았다는 뜻이지만, ‘파라벤 무첨가’는 파라벤이 직접 첨가 되지는 않았지만 원료에 파라벤이 포함됐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파라벤 대신 자주 첨가되는 페녹시에탄올 또한 많은 양이 몸에 축적되면 유해한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이 외에도 유해성 논란을 불러 일으키는 화장품 성분으로는 합성계면활성제와 타르 색소가 있다. 합성계면활성제의 대표 성분으로 폴리옥시에틸렌, 암모니아라우릴황산, 라우릴황산나트륨, 올레핀황산나트륨 C14-16 등이 꼽힌다. 타르 색소는 발암성과 접촉성 피부염 등 인체 유해성으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민감한 피부를 지닌 소비자일수록 유해성 논란이 일고 있거나 자신에게 맞지 않는 화장품 성분을 알아두고, 그 성분이 함유되어 있지 않은 제품을 구매하는 판단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 기사는 건강소식 3월호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