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국관광공사가 ‘눈에 확 띄는’ 보고서를 하나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한국을 찾은 외국인관광객이 전년보다 9.3% 늘었다. 이건 으레 그러려니 할 내용이다.

그런데, 중국인 관광객이 유독 52.5%나 급증했다고 한다. 그 결과 관광객의 국적별 점유율에서 중국인이 35.5%로 일본인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는 것이다.

게다가 중국인의 관광비용도 최고였다. 1인당 2272달러로 전체 평균(1648달러)의 1.3배였고, 쇼핑비용은 1인당 1431달러로 전체 평균(706달러)의 2배를 훌쩍 넘었다.

관광의 내용도 변했다. 10년전만해도 서울구경에 그치던 중국인들이 작년에는 제주(35.1%)와 강원(7.0%) 지역도 찾아 자연경관과 레저 상품을 즐겼다. 쇼핑 대상도 화장품, 식료품, 전자제품에 그치지 않고 미용, 성형, 한방서비스로 다양해졌다.

그 효과는 대단했다. 중국인관광객 덕분에 작년 한해 만들어진 일자리는 무려 24만개였다고 한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일자리 24만개는 삼성·현대차·SK·LG 등 47개 주요 대기업들이 만든 것보다 4배나 많은 것이다.

중국인 432만6869명이 우리나라에서 쇼핑·숙박·교통 등에 돈을 쓰며 일으킨 생산유발 효과는 국내총생산의 0.9%인 13조3717억원에 달했다. 현물로 따지면 3000만원대 중형 승용차 44만여대를 생산·판매한 것과 맞먹는 규모다.

한마디로, 중국인들이 지난해 한국을 부쩍 많이 방문해줬고, 우리도 간과했던 다양한 서비스상품을 찾아 흔쾌히 돈을 썼으며, 내로라하는 재벌그룹들을 합한 것보다 훨씬 많은 일자리를 우리 국민들에게 만들어 주고 떠났던 것이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앞으로도 중국인 관광객은 침체의 늪에 빠져드는 한국경제에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줄 은인(恩人)이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현지의 관광통계를 보자. 해외여행에 나서는 중국인은 최근 5년간 연평균 16.5%씩 증가해왔다. 작년에는 한국포함 해외각국으로 총 1억명이 여행을 떠났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한국을 방문한 430만명도 엄청난 것이지만, 홍콩에는 4000만명이 몰렸다.

중국의 해외관광은 향후 5년간에도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한다. 중국이 현재 ‘해외여행 붐’ 구간인 국민소득 3000~1만 달러 구간에 들어서 있고, 현재 중국인 해외 출국자 수는 100명 당 7명에 불과하여 조만간 12명 선까지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다. 더구나 통큰 씀씀이를 보이는 VIP급 중국인은 이미 500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한번 상상해보자. 홍콩으로 몰리는 중국인관광객의 절반인 2000만명을 매년 한국으로 불러 모은다면 어떨까. 한국내수시장은 그 덕에 해마다 50조원이 넘는 소비지출과 엄청난 고용을 창출하는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불가능하다며 지레 겁먹을 일도 아니다.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좋다. 시진핑의 중국과 박근혜의 한국은 전에 없는 밀월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극우성향 아베의 일본은 중국인들에게 반일감정의 확산을 넘어 일본여행 기피현상을 자초한 상태다.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홍콩은 날로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인 반면 한때 시들하던 한류는 한중간 외교관계 증진에 힘입어 ‘신한류’라는 이름으로 부활하고 있다.

이쯤에서 박근혜 정부에 묻고 싶다. 지금 정부는 중국관광객 유치 말고 단기간 내에 고용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경기침체를 돌파해낼 묘책을 갖고 있는가. 정점에서 급속히 하강하고 있는 수출 제조업을 대체할 후속산업은 마련했는가.

전문가들은 국가경제 측면에서 볼 때 관광산업을 제대로 일으키는 것은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만한 글로벌기업을 한 두개를 구축하는 것보다 낫다고 말한다. 우리는 자국 대기업이나 금융기관이 몰락해도 관광산업으로 버텨내는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등에서 그 실례(實例)를 목도한 바 있다.

그렇다면, 정부로서도 관광진흥 특히 중국인관광객 유치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겠나. "관광은 민간여행사들이 알아서 하는 일"이라고 치부하며 관광정책을 해외홍보 쯤으로 경시해서야 되겠는가.

필자는 관광산업이야말로 박근혜 정부의 '킹핀'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본지 720호 칼럼 "박근혜 정부, '킹핀'이 없다" 참조) 그리고, 그 시작은 정부의 관광부문을 일개 공사가 아닌 정부부처로 격상시키는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장관급 부처에서 관광을 직접 챙기는 국가는 영국, 프랑스, 인도네시아 등 전세계에 수두룩하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을 생각할 때마다 답답한 마음에 떠오르는 경구가 있다. “장기적으로, 우리는 모두 죽는다(In the long-run, we are all dead).” 경제학자 케인즈의 말이다. 당장 굶어 죽을 판에 장기대책만 논의해서야 되겠냐는 일갈이다.

‘창조경제’가 미래를 위해 중요한 것인 줄 알겠지만 지금은 당장의 효과를 발휘할 관광산업 진흥에 정부의 명운을 걸 때다. <이코노믹리뷰 편집인. 숙명여대 글로벌서비스학부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