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장에 30만원 이하의 저가폰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100만원대의 스마트폰은 지난 3년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저가폰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특히 중국 등 이머징 마켓에서의 저가폰 인기는 열병처럼 번져갔다. 20만~30만원대의 저가폰이지만 디자인, 성능, 용량 그리고 장착된 소프트웨어도 가격대비 고가폰과 큰 차이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저가폰은 샤오미, 화웨이 등 중국 업체가 선두권에서 이끌어 나가고 있다.

반격이 시작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프리미엄폰의 강자인 삼성전자와 애플도 서서히 대응할 채비를 마친 듯 하다. 스마트폰 시장에 본격적인 치킨게임이 시작되고 있다. 극단적인 치킨게임이 스마트폰 시장에 벌어지는 이유는 기술의 평준화 때문이다. 스마트폰 제조기술이 상향평준화되면서 고사양의 스마트폰이 대중화됐다. 과거 삼성전자나 애플만이 만들 수 있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이제는 중국 업체도 제조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지난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2년 만에 중국 업체인 샤오미에 1위를 뺏기는 결과를 가져왔다.

▲ 사진=샤오미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실적을 보면 위기경영론을 언급할 정도로 크게 둔화되고 있다. 지난 7월 31일 발표한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은 매출 52조3500억원, 영업이익 7조1900억원이다. 전년 동기 기준 매출은 8.9% 떨어졌고, 영업이익은 24.6% 줄어들었다. 분기 영업이익이 8조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2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특히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무선사업부가 속한 IT·모바일(IM) 부문은 영업이익 4조4200억원을 내는데 그쳤다. 올 1분기까지 6조원대를 유지하던 IM 부문 영업이익이 2년 만에 4조원대로 후퇴한 것이다.

LG전자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 시장조사회사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가 지난 7월 31일(현지시각)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LG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은 5위에서 6위로 밀려났다. 그렇다고 LG전자가 장사를 못한 것은 아니다. 지난 2분기 휴대폰 부문은 전년 동기 대비 26%, 전 분기 대비 20% 증가해 4분기 만에 흑자로 전환됐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이 계속될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업계 관계자는 “저가폰 전략의 중국 업체와 프리미엄 스마트폰 전략의 삼성, 애플의 경쟁이 심해지기에 중간에 낀 LG전자가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레드오션인 스마트폰 시장, 포화상태 직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스마트폰 사업은 현재 암울한 상태다. 최근 삼성전자는 보도자료를 통해 “스마트폰 부문에서 실적개선 가능성이 불투명해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몇 년간 이뤘던 고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공식화한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휴대폰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한 삼성이기에 이번 발표는 레드오션의 휴대폰 시장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된다.

국내 휴대폰 시장도 밝지 않다. 스트래티지 애널리스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13위를 기록했던 한국의 휴대폰 시장규모는 2017년에 2단계 내린 15위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덧붙여 2012년 3260만대 수준이던 한국의 휴대폰 시장이 지난해 2510만대로 줄었다며, 2017년까지 매년 20~30만대 가량 늘어나는데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IT산업의 선두주자인 한국의 휴대폰 시장이 점차 후퇴할 것으로 전망되는 까닭은 시장이 점차 포화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김지현 카이스트 정보미디어 경영대학원 겸직교수는 “기준이 까다로워진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해서는 모바일 시장에서 보다 혁신적인 모습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1위의 삼성전자, “가격경쟁력 공격은 이제부터다”

그렇기 때문에 각 휴대폰 제조업체는 생존전략에 고심하는 상태다. 세계 스마트폰 제조업체 1위인 삼성전자는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중저가 제품을 무기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에 맞서기 위해서다.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7조원대로 떨어지자 해외 출장비를 줄이고, 성과급을 반납하는 등 경비 절감과 함께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저렴한 인건비에 풍부한 노동력을 보유한 베트남 공장으로 생산물량을 늘리고 있다. 인건비 부담이 큰 중국 공장의 생산량은 줄이고, 인건비 부담이 덜한 베트남 공장의 가동률을 높여서 가격경쟁력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포석이 깔려있다. 본격적인 가격인하 경쟁에 가세하겠다는 의미다.

‘수요(Demand) 지키기’에도 열심이다. 특히 인구 6억명의 동남아시아는 삼성전자가 놓쳐서는 안 될 시장이다. 하지만 동남아시아의 최근 성적은 좋지 않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삼성전자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인도네시아 기준 30%에서 22%로 줄었다. 말레이시아 35%에서 18%로, 필리핀 22%에서 15%로, 태국 41%에서 20%로 각각 감소했다. 이에 동남아시아 시장을 사로잡기 위해 개별 국가에 맞춤형 애플리케이션 제작을 추진 중이다.

▲ 사진=삼성전자

혁신만이 살길, 고객맞춤 전략편다

‘한 손에 들어오는 스마트폰’을 고수하던 애플도 화면 확장을 선포했다. 기존 4인치대를 고수하던 애플이 전략을 바꿔 대화면의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아이폰6를 내놓는다. 아이폰6는 오는 9월, 4.7인치와 5.5인치 두 개의 모델로 출시할 예정이다. 큰 화면으로 탈바꿈하는 디자인에 걸맞게 사양도 높아진다. 아이폰6에 탑재될 A8프로세서는 아이폰5s에 장착된 1.3GHz의 A7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의 2.0GHz를 자랑한다.

‘짝퉁 애플’로 불리던 샤오미는 끝내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다. 저가형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 전략이 소비자를 공략한 것이다. 지난해 5%에 불과하던 샤오미의 시장점유율은 1년 만에 240% 성장해 14%를 기록했다. 샤오미는 온라인을 통한 선주문, 후제조 방식으로 생산 및 재고처리 비용을 최소화했다. 저가형 스마트폰을 공급하면서 애플리케이션 판매 등으로 다른 수익원을 창출한 것도 젊은 소비자를 사로잡는 비결로 작용한다.

LG전자는 전략 스마트폰 G3 출시로 소비자에 한 걸음 다가갔다. 출시 20여일만에 25만대가 팔린 G3는 IT 전문매체로부터 “LG가 만든 스마트폰 중 가장 멋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를 계기로 글로벌 시장으로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8월 11일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징동을 통해 G3 판매를 시작했다.  LG전자 MC사업본부장 박종석 사장은 “G3 중국 출시는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에서 모바일 사업을 강화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치킨게임의 승자는 누가 될까

한편, 업계 관계자들은 하반기 휴대폰 시장이 더욱 치열한 양상을 나타낼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의 양대 산맥인 삼성과 애플이 오는 9월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두 업체가 정면 승부를 펼치는 것은 2011년 이후, 3년만이다. 샤오미 역시 미국과 러시아 등 세계 각지로 진출한다고 밝히면서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가을 대전을 기점으로 스마트폰 시장의 선두업체와 후발업체간 가격싸움은 불을 뿜듯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신제품과 생산체재 정비를 마친 삼성전자,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애플, 해외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겠다는 샤오미의 자리다툼이 관건이다. 기술과 가격경쟁 측면 어느 한 곳이라도 뒤쳐지면 낙오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저가폰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샤오미도 시장이 확대되면 확대될수록 추가되는 비용을 어떤 식으로 메울지가 관건이다. 시장 확대가 곧 무덤이 될 수 있다는 역설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지현 교수는 “치열한 각축장이 돼 버린 휴대폰 시장에서 어떤 브랜드가 살아남을지는 미지수”라며 “앞으로 스마트폰 기술을 접목한 웨어러블 기기도 눈여겨볼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