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우면서도 강하다.” 말은 쉽지만 자동차 성능 면에서는 참 어려운 과제다. 수입차만 놓고 보면 통상 일본차는 부드럽고, 독일차는 강하다는 인식이 존재한다. 그런 면에서 국내 자동차 시장은 ‘강함’이 대세다. 디젤엔진을 탑재한 독일차의 인기가 그렇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들도 프리미엄급, 고급 승용차 사이에서는 의미가 없다.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프리미엄급은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그리고 아우디가 3파전을 벌이는 가운데, 최근 아우디 성장세가 눈부시다. 2011년 메르세데스-벤츠의 판매량을 앞질러 업계 2위에 올라서더니, 2015년에는 연간 150만대를 팔아 BMW까지 제치고 고급차 브랜드 글로벌 1위를 차지하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는다.

아우디는 벤츠, BMW와 같은 독일 브랜드지만 걸어온 길은 정반대다. 벤츠, BMW가 탄탄대로를 걸어 왔다면, 후발 주자인 아우디는 1909년 설립 이후 인수와 합병을 거듭하면서 험난한 길을 개척해왔다. 1932년 군소 자동차 업체 4개의 합병으로 하나가 되었고, 다임러-벤츠에 인수되었다가 버림받았으며, 1964년에서야 폭스바겐과 한 식구가 되어 프리미엄급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1970년대에는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 미국에서 성능 문제가 붉어져 사실상 퇴출되기도 했었다. 이 모든 과정을 아우디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다. 벤츠, BMW와의 차별화를 위해 1980년 상시 기계식 4륜구동 시스템(콰트로)를 개발해냈고, 미국 대신 아시아, 중국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다. 또한 아우디는 유난히 세계 최초 타이틀이 많다. 일반도로에서 처음으로 400km를 돌파(1937년)하는가 하면, 승용차 최초 4륜구동(1980년)을 만들어냈으며, 최고급 A8 세단을 알루미늄 차체로 개발(1993년)하기도 했다.

아우디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하나의 차체로 세단부터, 해치백, 쿠페, 컨버터블뿐만 아니라 SUV까지 만들어내는 다른 회사들이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을 만들고 있다. 하나의 차체로 여러 모델과 세그먼트를 만들어내면, 그 만큼 개발비나 생산비를 줄일 수 있고 생산라인도 통합할 수 있어 시장 상황에 따라 능동적인 대처와 생산량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도요타가 혁신적인 생산비 절감으로 세계 최대 브랜드가 되었다면, 아우디폭스바겐은 설계, 기술력으로 당분간 독주가 예상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같은 아우디 성장의 비결은 그 역사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아우디는 유난히 진보와 혁신을 강조한다. 기술력을 강조할 때도 “기술을 통한 진보”를 빼먹지 않는다. 심볼 4개의 링이 가진 의미(4개의 작은 회사가 기술적 결합, 화합을 강조하며 힘을 합쳤다)와 아우디가 라틴어로 ‘듣다(Listen)’라는 의미를 가진 것에서 알 수 있듯 진보와 혁신은 열린 자세로 듣고, 화합해야 가능하다는 것을 아우디는 보여주고 있다.

 

시승한 차량은 아우디의 대표적인 볼륨모델 A6 3.0 TDI 콰트로. 아우디는 국내 수입차 베스트셀링 10위 안에 2개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2.0 TDI와 3.0 TDI 콰트로 둘다 A6로 올해만 3천대를 전후한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깔끔하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아우디 특유의 디자인과 역동적이고 스포티함을 갖추면서도 중형세단의 무게감은 잃지 않은 외형. 감히 가장 아우디다운 모델이라고 방점을 찍을 만 하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면 묵직하게 출발한다. 상대적으로 엔진 소음이나 진동도 적다. 하지만 정작 속도를 높이면 스포츠 세단다운 놀란만한 가속력으로 다른 차를 따돌린다. 그러면서도 도로를 움켜쥐듯 안정감은 배가 된다.

아우디 A6 3.0 TDI 콰트로는 디젤 직분사 엔진으로 최고출력 245마력, 최대토크 59.2kg∙m를 자랑하며, 정지상태에서 100km까지 도달하는데 드는 시간은 불과 6.1초. 특히 상시 4륜구동 ‘콰트로’로 다양한 기후조건과 도로상황에 따라 전후 동력을 배분해 안정적이면서 다이내믹한 주행력을 제공한다. 이 밖에도 주행 중 전방 유리에 운전 정보를 제공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엔진은 물론, 변속기, 스티어링 휠까지 변화를 주는 4가지 운전모드는 운전의 즐거움을 느끼기 충분하다. 뿐만 아니라 언덕길에서는 차량의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정지상태를 유지해주는 ‘아우디 홀드 어시스트’로 경사가 많은 국내 지형 운전에 도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