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이 장기 침체되면 경매물건은 꾸준히 늘어나기 마련이다. 경매에 부쳐지는 부동산이 늘어나는 만큼 수요자들의 선택 폭은 넓어지고, 더 값싸게 낙찰받으려는 투자자들의 발길이 경매시장으로 잦아든다. 올 연초만 해도 경매 낙찰가율은 70% 후반대였다. 2회 유찰 후 유찰 1회 유찰가 최저가 선에서 낙찰되던 것이 하반기 들어 인기지역 중소형 아파트 낙찰가율이 80% 중반대까지 오르며 낙찰가율이 점점 상승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거래가격보다 값싸게 낙찰받는 것이 중요한 경매시장에서 사실 경매를 통한 시세차익은 크지 않다. 낙찰통계로 봐서는 거의 20% 정도 저렴하게 낙찰받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부동산 가격 안정기에는 감정가 대비 20% 저렴하다고 해도 큰 시세차익이라고 볼 수 없다. 왜냐하면, 부동산 거래현장에서는 경매 직전 매물과 급급매 등 시세보다 현저하게 저렴한 매물들이 곳곳에 출현하기 때문이다.

낙찰가를 기준으로 감정가 기준 최소 70%선에서 낙찰받아야 취득·등록세, 낙찰 후 제세금과 이사비 등 추가 비용을 감안했을 때 남는 장사가 된다. 최근 경매에 부쳐지는 물건 대부분은 감정가가 시세를 반영했거나 약간 낮게 잡힌 경우가 많다. 따라서 경매물건을 고를 때는 기존의 낙찰통계에 의존해 기준 가격으로 낙찰받는 것보다 최근 감정가의 70%선에서 저가에 낙찰받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불황기 경매투자 전략이다.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시기에 경매시장에서 충분한 차익을 남기며 급매물 시세보다 현저하게 값싼 부동산을 매입하려면, 경매 투자자들의 투자행태에 관심을 갖고 비슷한 물건이 낙찰된 사례가 있는지 참고해야 한다. 경매 물량이 늘어날 때는 자신이 정한 수익률을 무너뜨리지 않고 느긋하게 기다리며 입찰에 나서야 한다. 특정 물건에 매달려 조급하게 낙찰가를 올리지 말고 유사한 다른 조건의 물건을 찾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경험만큼 소중한 투자 교훈은 없다. 저가 낙찰을 위해서는 최근의 낙찰통계를 체크해야 한다. 낙찰가율과 입찰경쟁률, 낙찰률은 경매시장의 3대 지표이다. 관심을 갖고 입찰하려는 지역 내 최근 낙찰통계를 분석해보면 낙찰금액 수준을 알아낼 수 있다. 이를 통해 최근 낙찰되는 금액과 입찰자들의 동향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특히 낙찰가율은 투자 예상지역과 물건에 다른 입찰자들이 얼마나 몰리는 지를 나타내는 참고 기준선이다.

투자 예상지역 내 유사 매물의 낙찰통계에 근거해 고가에 낙찰되거나 한 물건에 10명 이상이 입찰경쟁을 벌인다면, 경매 투자에 나서도 별로 남는 장사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2~3회 유찰이 잦거나 단독입찰, 70% 선의 낙찰가율을 보인다면 가격의 거품이 빠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때부터는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식으로 꾸준하게 입찰하면 된다. 낙찰통계는 대법원 경매정보와 온비드, 경매정보 사이트 등에 종목과 기간별로 표기된다.

집값 하락기의 경매 감정가는 신뢰도가 떨어진다. 그 이유는 시세보다 과대평가돼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의 특성상 몇 달 사이에 조정 과정을 겪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입찰 전 임장활동을 통해 시중에 나와 있는 급매가 수준을 알아내야 한다. 2회 이상 유찰한 중소형 물건들은 더욱 신중하게 가격조사를 해야 한다. 주변 중개업소를 통해 실제 거래되고 있는 가격을 면밀히 따져보고 기준가격을 정해 입찰해야 저가매입의 메리트를 누릴 수 있다.

경매의 블루오션은 틈새종목을 낙찰받는 것이다. 수요가 몰려 있는 소형 아파트와 주택은 낙찰가율이 80%대이다. 이것은 누구나 관심을 갖다보니 남는 게 별로 없는 종목들이다. 인기지역 소형 아파트는 차라리 급매로 매입하는 게 가격경쟁력 면에서 유리하다. 그러나 도심 주상복합, 수도권 아파트와 연립, 다가구, 상가와 공장, 토지 등은 낙찰가율이 60%대이다. 경쟁자가 많은 줄에 서느니 차라리 수익률을 계산해 저가에 자주 입찰하는 것이 훨씬 실속있다.

값싸게 낙찰받기 위해서는 최근 낙찰사례를 역추적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심지역 내 투자 예정 종목의 실제 낙찰사례는 경매 예정물건의 시세파악은 물론, 낙찰가를 정해야 할 때 반드시 체크해야 할 필수 항목이다. 특히 입찰장 분위기에 따라 낙찰가 변동이 심한 아파트, 오피스텔과 달리 상가, 토지, 근린주택의 경우 경매 낙찰 후 시세차익과 임대수익, 부동산 활용 상황을 참고할 수 있어 낙찰사례 분석은 매우 중요하다.

낙찰사례 표본은 투자 가능지역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사례를 검증하는 게 좋다. 투자 예상지역과 인접해 있는 부동산이어야 검증사례로 활용하기 쉽고, 낙찰가를 예상해 최근 거래시세 대비 얼마나 저렴하게 낙찰되는지를 추정할 수 있어서다.

경매에 투자할 때 입찰가격의 산정은 급매물 가격 대비 몇 % 저렴하게 매입할 지 현재 급매물 시세를 정확하게 파악해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공급된 급매물 가격을 기준으로 삼아 최근 1개월 안에 낙찰된 저가 경매물건을 체크해보고, 내가 쓰고자 하는 금액의 예상 낙찰가를 산정해낼 수 있다. 발품을 팔더라도 여러 물건을 물색한 후 투자자의 여건에 맞는 지역 내 물건을 집중적으로 노리는 게 좋다.

낙찰가율이 하락하는 시점에 경매 입찰가격을 정할 때는 ‘기준가격’을 정해야 한다. 최근 거래되고 있는 지역 내 부동산의 평균값을 정해 20~30% 정도 남을 때만 입찰해야 한다. 최근 매매사례를 눈여겨보고 내가 쓰고자 하는 가격이 정확한지 크로스체크를 한 후 가격을 보수적으로 잡은 다음 입찰해야 한다. 입찰장에 투자자들이 몰린다고 분위기에 휩쓸려 높은 값에 낙찰받을 필요는 없다. 냉정한 자세로 저가 사냥에 나서야 한다.

경기 전망이 어두울 때 유입되는 물량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매물이 부실채권(NPL)과 공매물건이다. 이는 경기가 좋을 때 과다 집행됐던 대출, 체납처분에 의해 부실화된 부동산 매물들이 증가하는 탓이다. 두 가지 거래방식은 모두 경매와 관련이 있거나 매각 방식이 유사하기 때문에 새롭게 투자법을 익히지 않고도 투자에 나설 수 있다. 부실채권은 경매 전에 나오는 자산운용사 매물이고, 공매는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의 온비드에서 전자매각시스템으로 매각하는 부동산이다.

부실채권이란 금융기관이 채무자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부동산 등을 담보로 잡고 근저당권을 설정해 놓은 채권이다. 이 근저당권을 채권금액보다 할인해 수익이 예상되는 금액으로 사들여 배당을 받거나 직접 경매과정에서 낙찰받는 방법이다. 경매 전에 개인도 부실채권을 매입해 낙찰 과정을 밟기 때문에 경매 낙찰가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낙찰받는다. 자산유동화회사 홈페이지나 경매 사이트 매각정보를 통해서 저렴하게 채권을 매입할 수 있다.

경매시장에 몰렸던 투자자들이 대안으로 눈여겨보는 곳이 공매시장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매각하는 압류재산 등 공매 부동산은 경매가보다 5~10% 정도 매각가율이 낮은 게 통례이다. 경매보다 물량 공급은 적지만, 현장입찰인 경매와 달리 공매는 인터넷 입찰이기 때문에 수요가 제한적이어서 낙찰가율이 낮고 경쟁률이 저조한 편이다. 게다가 올해 들어 공매제도가 경매수준으로 보완돼 새로운 저가 투자처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경·공매, 부실채권 매물 모두 헐값에 낙찰 받으려면 묶음 매물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묶음 부동산이란 ‘물건번호’가 따로 잡히는 경우이다. 경·공매시장에서 각각 단독으로 입찰에 부쳐지는 부동산들은 상대적으로 낙찰가율이 높다. 하지만 1인 소유자나 법인이 가지고 있던 대형건물, 오피스텔, 아파트, 상가가 쪼개져 각각 물건번호가 붙여진 후 ‘일괄매각’되면 한꺼번에 매물이 쏟아지기도 한다. 이 경우 여러 번 유찰돼 값싸게 낙찰된다.

윤재호 metrocst@hanmail.net

한국통신(KT) 리치앤조이중개(주) 대표, 스피드뱅크 투자자문센터장, 경기대 서비스경영대학원 경매과정 교수, 광운대 경영대학원 강의교수, 현 메트로컨설팅(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