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코노믹리뷰

서울 최고의 중심지인 강남역. 지하철 신분당선과 이어지는 4번 출구로 빠져나와 50m 가량 걸어가면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대형 통유리와 큼지막한 건물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곳이 목적지든 아니든 시선을 끌 만한 모습이다. 요즘 강남역 일대에서 새로운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는 외식 복합 문화공간 ‘SPC 스퀘어’다.

강남역은 대부분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장소이기에 젊은이나 직장인의 모임지로 자주 손꼽히지만 ‘주변이 너무 복잡하고, 마땅한 공간이 없다’는 이유로 외면받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SPC스퀘어의 입지 선택은 꽤 현명했다는 평가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매장과 많은 사람들로 복잡한 강남역의 중심에서는 ‘아주 살짝’ 떨어져 있지만, 걸어갈만 한 곳에 위치해 나름 한산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주변 오피스 상권 덕분에 점심이나 퇴근 뒤 직장인들이 찾는 아지트로 떠오르는 핫 플레이스(hot place)로 불린다. 햇살이 그대로 들어오는 창가 좌석에 앉아 여성들이 모임하기에 좋은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 주부들이 브런치를 즐기며 여유롭게 수다 삼매경에 빠질 수 있는 공간으로도 제격이다. 이렇다 보니 점심 시간에는 빈 테이블이 없어 줄서서 기다리는 손님까지 보인다. 하루 평균 방문자 수만 1000명이다. 이것이 SPC스퀘어 오픈 한 달만의 풍경이다.

먼저 1층으로 들어가 보았다. 중앙에 바로 보이는 매장이 ‘커피앳웍스(Coffee@ Works)’다. 다른 매장과는 달리 유일하게 아침 7시부터 영업한다. 오전 11시가 되면 정통 나폴리 피자를 맛볼 수 있는 ‘베라피자(Vera Pizza)’, 그리고 1층 일부와 2층으로 연결된 브런치앤 디저트 카페 ‘라뜰리에(L’atellier)’, 한층 더 올라가면 3층엔 이탈리안 그릴 비스트로 ‘라그릴리아(La Grillia)’가 층층이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곳에는 4개의 SPC 그룹 브랜드들이 자랑하는 다양한 외식 메뉴가 기다리고 있으며, 갤러리 콘셉트의 인테리어 장식 효과로 작가들의 그림이 한쪽 벽면을 채워 세련되고 고급스런 컬처 카페의 면모도 과시한다.

아울러 삼성전자의 협조를 받아 제공하는 위치기반 커머스 서비스는 매장 방문 시 이벤트 정보와 각종 혜택을 스마트폰으로 편리하게 받을 수 있다. ‘인터랙티브 미디어월’은 실시간 영상과 CG를 접목시킨 실사합성 미디어 콘텐츠를 대형 월스크린(Wall Screen)으로 보여준다. 외식을 넘어 IT기술과 만난 융복합 문화의 선도와 새로운 콘텐츠는 강남에서 좀더 앞선 디지털 문화의 세례와 향유를 원하는 이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듯 하다.

11:00 남성 한 명이 눈에 띈다

영업 시간이 30분 가량 흐르자 한두 무리의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여성들이 대부분이었다. 주부 또는 이른 점심을 먹기 위해 나온 직장인들도 많았다. SPC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손님의 70%는 여성이다. 2층 라뜰리에에 자리 잡고 앉아 음식을 먹으며 담소가 이어지는 ‘브런치 타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런데 이곳에 혼자 들어와 간단히 샌드위치와 커피 한 잔을 마시고 가는 남성들의 모습도 종종 눈에 띄었다. 보통 여성이나 여성의 제안으로 함께 오게 된 남성이 대부분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남자 혼자 와서도 간단하게 음식을 즐기고 가는 게 전혀 어색해 보이지 않았다.

라뜰리에 매장 직원은 “운동 후에 가벼운 식사를 위해 혼자 찾는 남성분들이 심심찮게 보인다”고 귀띔해줬다. 캐주얼한 분위기에 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공간이라는 개념보다는 모두가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복합 쇼핑몰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메뉴 중에서 ‘강남 비빔 마카롱 아이스크림’이 눈에 띄어 주문했다. 매장에 있는 아이스크림 기계에 과일을 넣어 즉석에서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마카롱과 함께 내놓는 메뉴다. 독특한 이름 만큼이나 입 안에도 즐거움을 가득 선사해준다.

12:00 테이블에 앉을 자리가 없다

본격적인 런치 타임이 되자 사람들로 더욱 북적이기 시작했다. 밖이 훤하게 내다보이는 통유리, 천장이 높고 가운데가 뻥 뚫린 탁 트인 공간에는 경쾌한 음악과 함께 거슬리지 않을 정도의 대화 소리가 어우러졌다. 그리고 한 쪽에서는 직원들이 음식 메뉴와 빵,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모습이 보이는 캐주얼한 느낌 그대로 편안함을 추구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결국, 앉을 자리가 없는 몇몇 손님이 서성이며 기다리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럴 때는 한 쪽 벽면을 채우고 있는 작품 감상에 잠시 젖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현재 가나아트갤러리와 협업해 전시 중인 에디강, 강세경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으며 전시되는 작품은 시즌별로 바뀐다.

식사 후에는 커피앳웍스 바(bar)에 앉아 나른한 점심에 커피와 디저트를 즐기는 남성들도 보였다. 직접 볶는 원두의 풍미를 솔솔 맡을 수 있는 바에서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그들만의 공간과 시간에 푹 빠져든 모습이었다. ‘토네이도 커피’는 꼭 도전해보길 권한다. 5000원이라는 가격에 비해 양이 적어 좀 실망스럽긴 하지만, 마치 흑맥주 같은 느낌에 커피를 다 마시는 마지막까지 부드러운 거품의 맛이 메뉴 이름대로 입 안을 ‘회오리’가 지나간 것처럼 깔끔하게 정돈해준다. 새로운 경험에 아깝지 않은 금액이었다.

15:00 외국인, 피자와 맥주 한 잔으로 수다에 빠지다

1층 들어서 왼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베라피자가 보인다. 이곳에서는 나폴리에서 직접 공수해온 화산석 화덕에서 참나무 장작으로 직접 구워낸 다양한 피자를 제공한다. 특히 바쁜 직장인과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 상권 특성에 따라, 빠른 시간 내에 8000원대부터 1만2000원대까지 8종류의 가격으로 피자를 즐길 수 있는 ‘익스프레스(Express)’ 콘셉트로 운영된다. 모든 메뉴를 1인 사이즈 제품으로 구성했으며, 치즈와 토마토 등의 재료는 이태리에서 직접 공수해 오는 것으로 더욱 유명하다.

주문이 들어오면 도우 위에 갖은 토핑을 올리고 화덕 안에 넣으면 1분 30초만에 노릇노릇한 피자로 구워진다. 특히 점심시간 이후 외국인 두 명이 피자 한 판과 맥주 한 잔을 사이에 두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이국적이면서 그 여유로운 분위기에 덩달아 빠져들 것 같은 느낌이었다.

강남역 주변에 거주하고 있다는 미국인 A씨는 “탁 트인 공간에 붐비지 않아 이 시간에 가끔 맥주를 마시러 온다”며 “강남에서 크고 깨끗한 시설에 맛도 좋은 레스토랑을 찾는 게 의외로 쉽지 않은데, 요즘 자주오게 된다”고 말했다.

19:00 4050세대 직장인의 저녁 미팅 장소로 손색이 없다

높은 천장과 통유리, 시원시원한 느낌의 공간에는 답답함이 없다. 그런데 1층과 2층 분위기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거나 40대 이상의 연령대에게는 너무 캐주얼한 느낌일 수도 있다.

3층 라그릴리아는 100석 이상을 보유한 2층보다는 좌석이 적지만, 칸막이로 나뉘어진 개별적인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실제로 이곳에서는 4050세대 모임이나 외국인 바이어와 미팅을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캐주얼한 2층의 느낌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좀 더 고급스러움이 있으며, 스테이크, 파스타, 리조또 등 식사 개념의 외식공간이다.

현재 3층까지 오픈되어 있고, 4층은 아직 준비 중이다. SPC 그룹 관계자는 “4층은 오픈형 공간이 될 것”이라며 “어떤 브랜드가 들어올지는 아직 논의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SPC 스퀘어의 발렛 주차비는 5000원이다. 주변 레스토랑에 비해 2000~3000원 더 준다. 주차 공간이 많지 않다는 점은 미리 알아두길 바란다. 아울러 붐비는 시간에는 메뉴를 느긋하게 기다리는 여유도 필요하다. 직접 만들어내는 수제 메뉴이기에 신선하고 아무데서나 맛볼 수 없지만, 시간에 대한 여유가 없다면 미리 전화로 주문하는 것도 센스다.

SPC 그룹 관계자는 “SPC 스퀘어는 음식과 문화의 만남, IT 기술과 접목한 첨단 서비스 등 다양한 체험을 제공하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외식산업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곳”이라며, “광장이라는 의미의 이름처럼 미식가와 트렌드세터들이 모여드는 강남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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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베라피자(Vera Pizza)

지난해 패션5 건물에 첫 문을 연 정통 나폴리 피자 레스토랑 ‘베라(Vera)’의 세컨드 브랜드(Second Brand)로, 바쁜 직장인과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 상권 특성에 따라 빠른 시간 내에 부담 없는 가격으로 피자를 즐길 수 있는 ‘익스프레스(Express)’ 콘셉트로 운영된다. 나폴리에서 직접 공수해 온 화산석 화덕에서 참나무 장작으로 직접 구워낸 다양한 피자를 제공한다. 모든 메뉴를 1인 사이즈 제품으로 구성했다.

<대표메뉴>

내가 싸먹는 화이트 비앙코 피자(₩12,800) : 모르따델라, 살라미, 초리조 등 세 종류의 햄과 루꼴라, 구운 채소, 방울 토마토, 선드라이드 토마토, 후레쉬 모짜렐라 등 다양한 토핑을 화덕에 구워낸 포카치아 플랫 도우에 싸먹는 이색적인 피자.

세 가지 버섯 피자(₩9,200) : 양송이, 느타리, 새송이 버섯, 모짜렐라, 송로버섯 오일, 버섯 페스토로 만들어진 담백한 피자.

1층 커피앳웍스(Coffee@works)

SPC 그룹이 처음 선보이는 브랜드로 매장에서 직접 로스팅한 원두를 사용한 스페셜티(specialty) 커피를 제공한다. 콜롬비아 피탈리토, 브라질 피베리, 에티오피아 시다모 등 시즌별 최상의 싱글오리진 원두와 SPC 그룹이 개발한 특별한 블렌딩 커피를 에스프레소와 드립커피로 제공한다. 드립 방법도 케멕스, 드리퍼, 프렌치프레스 중 고객이 직접 선택 가능하다.

<대표메뉴>

토네이도 커피(₩5,000)

얼음 없이 커피 그대로의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는 일명 ‘질소 커피’. 비결은 찬물에 원두를 18시간 동안 우려낸 다음 여기에 액화질소를 이용해 급속 냉각하는 방식으로 시원함을 더했다. 질소 충전 방법으로 생맥주의 디스펜서를 차용해 특허를 출원하기도 했다.

1~2층 라뜰리에(L’atellier)

한남동 패션5 건물 내에 이어 두 번째 매장으로, SPC 스퀘어의 라뜰리에는 기존 브런치 메뉴 이외에 디저트 메뉴를 더욱 강화했다. 1층에는 다양한 베이커리, 샌드위치와 케이크, 마카롱, 푸딩 등을 판매한다. 2층에서는 파티시에가 직접 화려한 디저트를 만드는 퍼포먼스를 볼 수 있도록 하고, 다양한 플레이트 디저트 메뉴도 갖췄다.

<대표메뉴>

강남 비빔 마카롱 아이스크림(₩4,300)

키위, 딸기, 망고 등 시즌별 과일을 넣어 즉석에서 만든 아이스크림에 수제 마카롱이 들어간 SPC 스퀘어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메뉴.

색다른 치즈 오믈렛(₩12,000)

페타치즈와 그뤼에르치즈 그리고 시금치를 넣은 오믈렛과 웨지감자, 샐러드가 함께 제공되는 브런치 메뉴.

3층 라그릴리아(La grillia)

스테이크와 파스타를 중심으로 다양한 샐러드, 리조또 등을 제공하며, 국내 최고 수준의 남프랑스 와인 리스트를 구비했다. 특히, 메인 메뉴를 주문하는 고객에게는 수제 디저트를 무료로 제공한다. 또한 음식과 함께 예술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가나아트갤러리’와 협업을 통해 현대 미술 작품을 전시해 특유의 분위기로 멋을 냈다.

<대표메뉴>

비프 온 더 스톤(₩29,700/호주산 채끝 등심 기준)

뜨거운 돌 위에 살짝 익힌 스테이크를 올리고, 즉석에서 럼에 불을 붙여 자신의 입맛에 맞게 구워먹는 라그릴리아의 대표 그릴 메뉴.

로얄까르보나라(₩18,700)

고소한 베이컨과 신선한 버섯을 함께 볶아 리치한 크림소스로 버무려 촉촉한 수란을 올려 먹는 라그릴리아 시그니처 파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