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떠났다가 방금 집에 도착했지만, 침대에 누워보지도 못한 채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이유는 칼럼 마감 시간이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괜찮다. 휴가 중 이번 칼럼 소재를 찾아놨기에, 난 아무런 걱정이 없다.

역시 여름은 여행의 계절이다. 해마다 이맘 때가 되면 왜 모두 동일한 시기에 휴가를 받아 떠나서 차가 이렇게 막히는지 궁금하지만, 그렇다고 크게 알고 싶지는 않다. 그렇게 떠난 여행길, 조금은 답답한 차 안에서 브레이크를 밟고 있으면 간간이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 멋쟁이들을 볼 수 있다.

차 안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경험자 입장에서 “죽고 싶어서 이 길로 온 건가” “저렇게 타면 저 언덕 끝에서 힘들어 죽을 텐데” 하는 등의 안타까운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래서 이번 기회를 통해 자전거 여행을 떠날 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정보를 알려드리려고 한다. 이름 하야 ‘혈육의 지혜’ 되겠다.

먼저, 자전거 여행을 떠날 때 가장 구체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은 코스다. 다시 말해 어떤 경로로 갈 것인지가 정말 중요한데, 이건 여러분의 안전, 생명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최근 들어 일반국도 구간에 자동차 전용도로가 매우 많이 설정되었는데, 자동차 전용도로에는 신호가 없고 제한속도가 높아 차들이 빠른 속도로 지나간다. 문제는 이때 생기는 와류와 빠른 공기 흐름이 달리고 있는 라이더를 밀거나 당겨 낙차의 위험이 커지고, 만약 낙차할 경우 상상하기 싫은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언덕을 넘기 힘들다고 자동차 전용 터널에 진입하는 라이더들도 간간이 보이는데 이것은 정말 목숨을 담보로 장난치는 행동이다. 모든 구간이 자전거 전용도로일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자동차 전용도로는 피해서 경로를 설정하도록 하자.

두 번째로 여행 시 짐은 필수 아이템만을 최소한으로 챙겨 경량화하는 것이 포인트지만, 무거워도 꼭 챙겨야 하는 아이템이 있다.

우선 튜브와 펌프다. 튜브는 규격에 따라 준비하면 문제없는데, 어떤 펌프를 선택할 지가 여행자를 고민스럽게 한다. 휴대용 펌프는 작지만 배럴이 짧아 타이어에 공기 주입이 쉽지 않다. 그렇다고 큰 플로어 펌프를 가지고 가자니 패니어에도 안 들어가는 크기에 무겁기까지 하다. 그래서 필자가 추천하는 펌프는 CO2 펌프다. 이 펌프를 활용하면 어떤 타이어든지 공기를 가득 채우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5초 전후. 힘들 일도 전혀 없다.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은 최근 저렴한 제품이 출시되면서 일부 해결된 듯하고, 부피도 작은 데다가 리필탱크 몇 개만 여분으로 준비하면 웬만한 여정은 거뜬하다. 여기에 더해 체인커터와 드라이버 육각 렌치가 포함된 휴대공구, 체인링크는 필수다.

그리고 또 하나 챙겨야 할 것은 비상약이다. 특히 지사제나 진통제, 알레르기약, 반창고, 소독약은 반드시 챙기고, 안장에 쓸려 엉덩이에 물집이 잡히거나 통증이 생긴 분들은 종이재질의 테이프 반창고를 구입해 미리 마찰이 심한 부분에 붙여두는 것도 도움이 되겠다.

세 번째는 페이스 조절에 대한 이야기다. 들뜬 마음으로 출발한 것도 알고 불타는 의욕이 있는 것도 아는데, 그렇다고 처음부터 죽자고 열심히 타면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 자전거 초보 혹은 장거리 여행 초보들이 자전거 여행에서 가장 쉽게 범하는 실수는 자전거를 매우 열심히 타는 것이다. 평소에 자전거 도로를 이용해 출퇴근 및 운동 삼아 100km를 거뜬히 탄다고 해도 그건 그거고, 자전거 여행은 다르다. 쉬지 않고 2시간이고 3시간이고 달릴 수 있더라도 40~50분 정도 라이딩했다면 반드시 10분은 쉬었다가 출발해야 한다. 오늘만 타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일도 타고 그 다음 날도 타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또한, 쉬지 않고 먹어야 한다. 날씨와 코스에 따라 다르겠지만, 갈증에 관계없이 10~15분 간격으로 혹은 지속적으로 수분을 공급해주어야 하고, 20~30분 간격으로는 당분 같은 에너지를 섭취해야만 장거리를 달릴 수 있다. 달리다가 피로감이나 심한 갈증, 현기증 등을 느꼈다면 이미 늦은 것이다. 체력을 회복하려면 최소한 반나절 이상을 휴식하고, 충분을 영양공급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100% 회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여기에 하나 더! 무거운 기어비를 밟으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자전거 경기도 아닌데 감당하지도 못할 무거운 기어를 죽자고 밟는 이유가 뭔가? 정말 그것이 궁금하다. 그냥 가벼운 기어를 빠른 페달링으로 처리하자. 무거운 기어를 무식하게 고집한다면 어느 정도 거리가 누적된 지점에서 오르막을 만났을 때 당신의 무릎은 분명 “아야! 아야!”하게 될 거라고 장담한다. 오늘은 여러분에게 혈육의 지혜를 전파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