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19일 밤 9시, 샌드위치 패널 구조(조립식)로 지어진 체육관 건물이 큰 소리를 내며 무너져 내렸다. 해당 체육관에서 신입생 환영회를 하던 부산외대 학생들과 이벤트 직원 등 총 10명의 생명을 앗아간 이 날의 사건은 이후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사고’라 이름 붙여졌다. 경찰의 집중 수사를 통해 해당 사고의 원인들이 속속 밝혀졌는데, 그중 가장 주목되는 것은 ‘중국산 짝퉁 철강’의 사용이었다.

우리나라에 중국산 철(鐵)이 판치고 있다. 철강업계의 발표로는 올해 상반기 수입된 1121만톤의 철강재 중 중국산 수입량은 약 655만톤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H형강의 경우 전체 수입량의 90% 이상을 중국산이 차지하는 등 철강 관련 전 품목에서 중국산의 국내시장 유입이 늘어났다. 자국 내에서 과잉생산으로 남아도는 물량을 밀어내기 식으로 판매한 것이 국내에까지 밀려든 것이다.

물론 중국산 철의 저가공세 자체가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 저가의 중국산 철강재일지라도 규정대로 만들어졌고, 건설업계서도 가격 대비 품질을 알고 필요한 곳에만 사용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실제로 건설사들은 단가 인하를 위해 기둥, 보 등 건물의 뼈대에는 튼튼한 국내산을 쓰고 바닥, 벽체 등은 중국산 철강재를 이용하고 있다. 이 경우 그만큼 아파트, 빌딩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에게는 오히려 이익일 수도 있다.

문제는 중국산을 국산으로 둔갑시켜 높은 가격에 판매, 시장을 교란하는 ‘짝퉁’ 제품들이다. 이 제품들은 중국산 정품 철강보다도 품질이 조악한데, 가격은 오히려 비싸 시장을 교란시키는 것은 물론 소비자들의 안전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조사된 바로는 건물에 사용된 중국산 짝퉁 H형강의 경우 두께가 기준보다 훨씬 얇고, 무게도 덜 나갈뿐더러 인장강도도 국내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청에서 지난 6월 18~27일까지 10일간 원산지 표시 실태를 단속한 결과 20개 업체, 997억원 상당의 위반사례를 적발한 바 있다. 중국산 열연 강판의 원산지를 처음부터 표시하지 않거나 단순가공 후 원산지 표시 없이 판매하다 적발된 것이다. 또 아연 도금 강판에 부착된 원산지 표시 라벨을 제거한 뒤 새로운 상표를 부착하기도 했다. 중국산 H형강에는 원산지 표시를 손상시키거나 떨어지기 쉬운 스티커를 부착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원산지를 둔갑시켰다. 지난달 초에는 현대제철과 대한제강이 자사 롤마크(HDH)가 찍힌 중국산 짝퉁 철근을 각각 2000톤, 1000톤씩 불법 수입해 유통한 수입업체를 고소하기도 했다.

이렇게 중국산 짝퉁 제품들이 범람하게 되면서 이를 막기 위한 철강업계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철강협회는 최근 ‘철강산업 비상대책반’을 구성하고 철강재의 원산지 및 품질검사증명서(MTC)를 확인할 수 있는 QR시스템 ‘큐리얼(QReal)’을 도입했다. 철강제품의 화학성분과 기계적 성질 및 제조사 등 원산지 정보를 표기한 품질검사증명서의 QR코드를 큐리얼로 스캔하면 위변조 여부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에 앞서 지난 4월에는 국가기술표준원이 H형강에 제조회사를 명확히 하는 롤마크를 1.5M마다 의무적으로 표기하도록 한국산업표준(KS)를 개정∙고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철강업계의 이 같은 노력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롤마크야 중국에서 제조할 때부터  찍어서 나올 수 있고, 품질검사증명서의 QR코드도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어 실효성이 얼마나 있을 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중국산 짝퉁 철강의 사용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수입할 때부터 건설현장에서 사용될 때까지 매 유통 단계마다 검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임동균 한국건설자재시험연구원 대표는 “산업통상자원부의 ‘국가기술표준원 한국인정기구(KOLAS: Korea Laboratory Accreditation Scheme)’에서 인증받은 품질검사전문기관들로 하여금 ‘수입과정’에서부터 걸러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검사를 위한 최소 분량을 대폭 줄여 최대한 자주 검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영환 한국건설품질연구원 원장은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을 통해 건설 현장 표지판에 공사명, 발주자, 시공자, 공사기간에 더해 ‘원산지’를 표기해야 한다”며 “아울러 품질검사시험성과표의 위∙변조를 차단하기 위한 ‘시험성적 인증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