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위성 한 대 가격은 적게는 300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까지 천차만별이다. 한국이 지난 수년간 쏘아 올린 인공위성의 가격은 대당 4000억~6000억원 수준이다. 발사비용도 500억~4000억원 정도 소요된다. 한 개의 위성을 쏘아 올리려면 대략 5000억원 정도가 드는 셈이다. 물론 위성궤도 비용까지 포함하면 그 이상이 소요된다. 매출 1조원클럽의 기업들은 엄두도 못 낼 엄청난 비용이다.

그래서 인공위성 사업을 차세대 고부가가치 사업이라고들 한다. 인공위성은 미래기술의 집합체다. 자동차 산업의 300배에 이르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지난 시대의 인공위성은 국가의 안보와 통신 우위를 책임지는 전략 품목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글로벌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확장을 위한 단순한 디바이스가 됐다. 국가가 구입하던 시대에서 기업이 구입하는 시대가 된 것. 지난해 11월 전기차 메이커인 미국의 테슬러는 민간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다. 격세지감이다.

‘사업보국’이 한국 기업의 최대 목적이던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들의 사업 목적은 인류 발전이다. 이는 곧 전 세계가 자기 시장이라는 또 다른 표현이다.

구글은 자사의 컴퓨터 안드로이드OS(운용체계)를 세계 어느 곳에서든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하기 인공위성에 투자하겠다고 밝히고 지난달 위성사진업체 ‘스카이박스 이미징’을 5억달러(약 5160억원)에 인수했다. 조만간 출시될 구글글라스에도 GPS(위성항법장치)를 장착할 예정이다.

구글이 인공위성을 갖게 되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모바일 시장의 판도가 또 한 번 뒤바뀌게 된다. 오지에서도 구글글라스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된다. 전 세계 이용자의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스카이박스가 고려하고 있는 인공위성의 수는 대략 5~6개, 전 세계를 커버하는 데 들어가는 투자비용은 대략 5조원에 육박한다.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도 최근 무인택배 서비스(드론)를 미국 연방항공청(FAA)에 요청하면서 인공위성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제는 인공위성 GPS를 이용한 신속하고 정확한 글로벌 배송체제를 갖추겠다는 의미다. 모바일이든 웹 기반이든 어디서나 주문을 받고 자동배송하겠다는 그림이다.

지난 5년간 자동차 시장에서 새로운 신화를 쓰고 있는 미국의 전기차 메이커인 테슬러의 인공위성 투자는 더 발 빠르다. 전기차 메이커 선두주자인 이 회사도 GPS를 이용한 100% IT차 실현에 다가가고 있다. 사람이 운전하지 않는 100% 무공해 오토메이션 차의 그림을 완성해가고 있다.

전 세계를 커버하기 위해 필요한 인공위성수는 대략 5개~6개선, 운용회사까지 포함할 경우 5조원을 넘어서는 투자금이 예상된다. 하지만 이들 글로벌 기업들은 주저 없이 쉽게(?) 투자결정을 내렸다.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엄청난 규모의 현금성 유보금 때문이다.글로벌 기업 한 곳이 보유하고 있는 유보금이 한국 기업 전체와 맞먹으니 미래 먹거리 투자에 무엇이 두려울까.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구글의 현금성 유보금은 지난 2013년 12월 기준 62조원(590억달러)다. 홈오토메이션 사업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는 MS는 이보다 많은 88조원(840억달러) 규모다. 삼성전자와 그야말로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는 애플은 이보다 더 많은 167조원(1590억달러)이다. 한국의 대표기업 삼성전자의 현금성 유보금은 53조원(557억달러)으로 초라하기 그지없다.

미국 경제위기의 주인공이었던 미국 자동차의 대표주자 GM의 현금성 자산은 30조4000억원(289억달러), 지난 3년간의 회복으로 위기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듯 유보금을 쌓아가고 있다. 지난 시절 곶감 꼬치에서 곶감  빼먹듯이 이익을 나눠 먹기를 즐겼던 노조도 투자 유보금에 절대 공감하고 있다.

글로벌 5위 업체인 현대자동차의 현금성 유보금은 15조원, GM의 절반 수준이다. 2위인 GM은 500만 대 판매, 현대차 400만 대와 비교하면 현금성 유보금의 차이는 엄청나다. 유보금은 미래 자동차의 밑천이다. 단어대로 남는 돈이 아니다.

상법에는 이익의 일부를 항상 유보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지난 97년 빚더미 기업들이 과실 향유에 정신이 팔려서 결국 망했다고 진단한 국제통화기금이 유보금 과세를 하지 말라는 권고에 따른 것이다. 그 이후 기업들의 전체 부채비율은 큰 폭으로 개선됐고 투자 유보금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 당시엔 한국엔 글로벌 기업들이 몇 개 되지 않은 시절이었다. 지금은 모든 기업의 전장이 글로벌 시장이다. 인공위성 투자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자원투자도, 원자재 투자도, 미래사업 투자도 결국은 투자유보금 전쟁이다.

주식투자의 달인들이 투자를 위한 유보금이 없는 기업에는 절대 투자하지 않는다는 것을 반추해보라. 배당의 향락에 빠지면 결국은 그 회사의 미래도 함께 낭비되기 때문이다. 이중과세 논란을 차치하고라도 미래 먹거리에 투자할 수 없는 기업이 몇 년을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내수경기를 활성화하려면 기업들이 춤을 출 수 있도록 ‘박대통령의 규제혁파’를 우선적으로 완성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그래야 일자리가 살아난다. 기업의 돈은 쌈짓돈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