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경제학 강의> 장하준 지음. 김희정 옮김. 부키 펴냄.

한국어판 제목은 ‘경제학 강의’다. 딱딱하고 조금 부담스럽다. 그런데 원제목은 ‘Economics, The User's Guide (경제학, 사용자 안내서)’다. 이 말을 풀면, ‘경제학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예방법’쯤 될 것 같다. 그렇다면 의욕이 돋는다. 게다가 책은 저자 특유의 매력적인 문장과 비유, 사례들로 그득하다. 복잡한 수식(數式)이나 그래프는 거의 없다. 주장하는 바는 명쾌하고, 탄탄한 논리로 뒷받침하고 있다. 무엇보다 쉽게 읽힌다. 경제학 서적임에도 쉽게 읽히는 것은 장하준 만의 미덕이다.

이 책은 경제란 무엇이고,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는지, 주요 경제학 이론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특히 주류 경제학인 신고전파를 비롯 마르크스학파, 케인스학파, 개발주의, 행동주의 등 다양한 경제학파를 소개하고 장단점을 조목조목 설명한다. 아울러 일, 소득, 행복 등 우리 삶과 밀접한 문제를 비롯해 정부와 기업의 역할, 국제 무역 등 경제 전반을 살핀다.

굳이 서평이 필요없는 책. 일독할 것을 권한다. 다음은 책의 주요 내용이다.

“다른 사람이 내린 결정의 수동적인 피해자가 되지 않으려면 우리 모두 경제학을 하는 다양한 접근법을 이해하고 있어야만 한다. 최저임금, 아웃소싱, 사회 복지, 먹거리 안전성, 연금 등 우리 삶에 영향을 끼치는 모든 경제정책과 기업의 결정 뒤에는 어떤 경제학 이론이 있다.”

“방법론으로 경제학을 정의하는 대부분 경제학 책들은 ‘경제학을 하는’ 옳은 방법이 신고전주의적 접근법 단 한 가지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신고전주의 학파 외의 다른 경제학파는 언급조차 하지 않는 경제학 책도 있다.”

“금융시스템은 그 위력과 중요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규제가 필요하다. 사람들이 걸어 다니고 말을 타는 게 가장 빨랐던 시대에는 교통 신호도, ABS 브레이크도, 안전벨트도, 에어백도 없었다. 이제는 이런 것들이 존재하고, 규제 등을 통해 사용을 의무화하기 시작했다. 자동차들이 강력하고 빠르기 때문에 아주 작은 무엇이라도 잘못되면 큰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동일한 논리가 금융에도 적용되지 않고서는 자동차 충돌 사고, 뺑소니 사고, 고속도로 다중 추돌 사고에 해당하는 금융사고를 피할 수 없다.”

“현재 14억 명, 즉 세계 인구 5명 중 1명이 하루 1.25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살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달리 절대 빈곤에 시달리는 사람의 70% 이상이 중간 소득 국가에 살고 있다. 2000년대 중반 현재 중국 인구의 13%인 1억7000만 명, 인도 인구의 42%인 4억5000만 명 이상이 국제 빈곤선에 못 미치는 소득으로 생활하고 있다.”

“경제학은 정치적 논쟁이다. 과학이 아니다. 경제학에는 정치적, 도덕적 판단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에서나 확립될 수 있는 ‘객관적 진실’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경제학적 논쟁을 대할 때 우리는 다음과 같은 오래된 질문을 던져야 한다. ‘누가 이득을 보는가(Cui bono)?’ 로마의 정치인이자 웅변가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의 말이다.”

“망치를 쥔 사람은 모든 것을 못으로 본다”라는 말이 있다. 어떤 문제를 특정이론의 관점에서만 보면 특정 질문만 하게 되고, 특정한 각도에서만 답을 찾게 된다. 물론 누구나 가장 마음에 드는 이론이 있다. 특정 이론 한두 개를 더 자주 사용한다고 해서 잘못된 것은 아니다. 우리 모두 그렇게 하고들 있다. 그러나 부디 ‘망치만 쥔 사람’, 더욱이 다른 연장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은 되지 말자.” <이코노믹리뷰 편집인. 숙명여대 글로벌서비스학부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