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 15명을 포함한 295명을 태운 말레이시아 여객기가 17일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시아 반군간 교전에서 치열한 동부지역에서 미사일로 추정되는 공격을 받고 격추돼 탑승객 전원이 사망했다.

이날 우크라이나 당국에 따르면 말레이시아항공 소속 보잉 777-200 여객기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상공을 비행 중 교신이 끊겼다고 밝혔다.

안톤 게라센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 보좌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여객기가 고도 1만m(3만3000피트) 상공에서 비행하고 있었을 때 부크(Buk) 발사기에서 발사된 미사일의 공격을 받아 탑승객 280명과 승무원 15명이 모두 사망했다"고 전했다.

말레이시아항공도 이날 트위터에 "암스테르담에서 출발해 쿠알라룸푸르로 향하던 M17 항공편과 교신이 끊겼다. 우크라이나 영공에서 마지막으로 확인됐다. 곧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나지브 라자크 말레이시아 총리는 여객기 격추 보도와 관련해 "즉각적인 조사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전날 밤에는 우크라이나 전투기가 러시아에서 쏜 공대공 미사일에 맞아 추락했으며, 이번 주 초 우크라이나 군수송기도 러시아 영토에서 날아온 미사일에 의해 격추됐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이 발표한 바 있다.

격추된 말레이시아항공기에는 최소한 9개국의 295명이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별로는 네델란드가 154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말레이시아 38명(승무원 15명 포함), 호주 27명, 인도네시아 11명, 영국 6명, 독일 4명, 벨기에 4명, 필리핀 3명, 캐나다 1명 순이다. 나머지 47명은 아직 국적이 확인되지 않았다.

한국인 탑승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우리 정부는 다양한 외교 통로를 통해 확인 작업을 하고 있다.

한편, 말레이시아 항공기를 격추시킨 미사일의 소재를 놓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두 정부는 서로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여객기가 격추된 사건은 우크라이나가 책임져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보좌관들과 사건 관련 회의를 열고 "만일 우크라이나가 평화로웠다면, 그리고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동남부에서 군사 활동을 재개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자체 영토에서 이런 끔찍한 비극이 일어난 나라가 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친러시아 성향의 우크라이나 동부 도시 도네츠크 분리주의 반군의 부총리를 맡고 있는 안드레이 푸르긴은 AP통신에 여객기는 우크라이나 정부군에 의해 격추된 것이 확실하다며 자신들의 소행이 아님을 밝혔다. 그러나 관련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반면에 우크라이나 보안 당국은 말레이시아 여객기를 격추했음을 말해주는 2건의 전화 통화를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그 가운데 하나는 반군 사령관 이고르 베즐러가 한 러시아 정보장교에게 반군들이 이 여객기를 17일 격추했다고 말하고 있는 내용이라고 보안 당국은 말했다.

또다른 하나는 여객기가 격추된 현장에 있는 한 반군과 다른 한 반군이 가진 대화로 격추 현장에서 북쪽으로 25㎞ 지점에서 한 반군 부대가 미사일 공격을 수행했음을 말해주고 있다. 우크라이나 보안당국 역시 녹취록 자체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즉시 영국 정부의 요청으로 말레이시아 여객기 격추 사건을 논의하기 위해 18일 긴급회의를 열기로 했다.

세계 항공당국에 따르면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격추가 확인되면 대한항공 902편(1978년), 007편(1983년), 이란에어 655편(1988년) 여객기 등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로 격추된 상업 항공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