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이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회한의 눈물을 보였다.

강 전 회장은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려면 STX조선해양에 대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을 것”이라며 “자본시장의 충격과 이해관계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개인 재산을 모두 채권단에 맡겼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강 전 회장은 “잘못한 부분은 달게 처벌받겠지만 오로지 그룹 회생을 위해 노력한 점을 깊이 헤아려달라”며 “경영정상화만 믿고 열심히 일한 임원들이 함께 법정에 선 것은 제가 부족한 탓”이라며 기소된 임원들에 대한 선처를 호소했다.

이날 강 전 회장 측의 변호인은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 일부만 인정하고 나머지 횡령, 분식회계 등의 혐의는 아예 몰랐거나 범행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강 전 회장 변호인은 “회장으로서 경영을 제대로 하지 못해 채권은행에 피해를 주고 임직원들이 고통받게 한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대부분 혐의를 부인했다. 분식혐의에 관해서도 “강 전 회장은 지시한 적도 없고 분식회계가 벌어졌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변호인은 “회삿돈을 가불받은 사실은 인정한다”면서도 “경영을 하다 보면 출장과 격려비, 접대 등 현금이 급해 일단 쓰고 사후에 영수증이나 전표를 제출하는 관행이 있고 이는 다른 기업에서도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강 전 회장은 2001년 쌍용중공업을 인수한 이후 끊임없는 인수·합병(M&A)을 통해 STX그룹을 한때 재계 13위까지 올려놨다. 그러나 2008년부터 2012년 STX조선해양의 영업이익을 부풀리는 등 분식회계를 통해 허위 재무제표를 만들어 이를 이용해 2조6500억원 상당의 대출을 받고 회사채를 부정발행한 혐의 등으로 지난 5월 구속기소됐다. 또한, 강 전 회장은 2011년 3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회사자금 557억원을 횡령하고 계열사 자금 2843억원으로 개인 회사를 부당지원한 혐의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