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취업박람회를 찾은 노인들.

이번주 이코노믹리뷰 <50+>에는 아주 특별한 분이 소개됐습니다. 대기업에서 부장까지 지내신 분이 한강 고수부지에서 자전거 수리 일을 하시고 계십니다. 섭외 전화를 하면서 혹시나 거절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연락을 드렸습니다. 그 분은 제 고등학교 선배이시니 제 입장에서는 특히 조심스러웠습니다.

“에이 나 같은 사람이 소개될 자격이 있나.” 겸손의 말씀과 함께 취재 제의를 거절하지 않으신 것만해도 저로서는 매우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매주 성공적으로 인생2막을 살고 계신 분들을 소개하는 작업은 의미있지만 쉽지만은 않습니다.

이 분은 인생2막을 아주 모범적으로 준비하고 실행하신 케이스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가장 어렵다는 눈높이를 낮추셨고, 두 번째는 본인이 가장 좋아하시는 취미에서 제2의 직업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목소리가 10년은 더 젊어지셨다고 제가 느낀 것도 그만큼 그 선배님이 보람을 느끼고 계신다는 뜻이겠죠.

현실로 돌아와 보죠. 우리나라 노인 10명 중에 3명은 일자리를 찾아서 생계비를 해결하고 있다고 합니다. 일자리가 많이 부족하다는 얘기죠. 자세히 주변을 살펴보세요. 저희 아파트 경비반장님만 해도 저희 집사람이 “인물이 참 좋으신 분”이라고 늘 버릇처럼 말을 합니다.

그 분은 아마도 어떤 기업체에서 정년 퇴직하신 분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본인이 일할 수 있다는 것을 매우 즐겁게 생각하면서 사시는 분이라고 느껴집니다.

가끔은 노인택배 업체에서 배달하는 물품을 받으셨던 기억도 있으실 겁니다. 지하철 택배죠. 노인들은 경노우대로 교통비가 나오니까요. 그래서 저렴한 가격에 택배가 가능해 등장한 서비스죠.

우리가 관심을 갖지 않는 사이에 노인들은 아름아름 일자리를 찾아서 일을 하고 계신거죠. 그렇다면 정답은 간단합니다. 해외로 눈을 돌려볼까요. 호주에 갔을 때가 기억이 납니다.

브리즈번에서 골드코스트까지 운행하던 관광버스 기사님은 한 눈에 봐도 60세는 넘어보이는 분이었습니다. 일본이 그렇다죠. 관광버스 기사님으로 일정 연령 이상인 분을 고용한다고 합니다. 통계적으로 보니 젊은 사람들에 비해 과속을 하지 않고 사고율이 훨씬 낮다는 점에 착안했다고 합니다.

서울에서도 몇가지 새로운 시도들이 있습니다. 고궁에서 안내를 맞은 도우미로 은퇴한 노인을 채용한 것 등이 바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런 사례를 낙하산이라고 부를지 몰라 조심스럽지만 기업금융에 강점을 갖고 있는 우리은행의 일부 인력은 거래 중소기업에 재무상담역으로 재취업을 했는데, 중소기업들의 반응이 매우 좋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아예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영입된 사례도 있습니다.

우리의 고령화 문제는 생각만큼 해결이 어려운 과제도 아닙니다. 지금 은퇴에 들어간 베이비부머 세대는 1980년대 산업화를 이끌었던 주역입니다. 그 분들에게는 산업화 과정에서 기업을 성장시킨 소중한 경험들이 있습니다.

지금의 70대 노인들은 일제 강점과 6.25전쟁, 만성적인 가난 속에서 생활을 했던 분들이라 사실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하신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베이비부머들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학력을 보유하고 있고 기업체 등에서 일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그들이 활동할 수 있는 일자리는 많습니다.

통계 데이터는 베이비부머들이 스스로 살 길을 찾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통계청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 4월 50대 취업자 수는 사상 처음으로 5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50대 이상의 취업자 수는 800만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전체 취업자 수가 2430만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취업자 3명 중 1명은 노인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취업층도 주변에 많습니다. 육아시설이 부족해 자녀 양육 부담이 출산율을 낮추는 한 원인이라는 지적에서 보듯 손주를 돌봐주면서 자녀로부터 생계비를 지원받는 노인층도 상당수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입주해 아이를 돌봐주는 분들의 인건비가 이미 100만원대 후반에 달하다보니 소득이 그만큼 되지 못하는 경우에는 친정이나 시댁 어른들에게 양육을 의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1955년부터 1963년까지 베이비부머로 분류되는 연령층은 대략 730만명 정도라고 합니다. 이분들에게 필요한 일자리를 확보하는 작업은 그래서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 타당합니다.

현재는 초보적인 단계로 임금피크제 등을 실시하는 것이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걸음마 단계에 불과합니다. 대한상의가 조사한 내용을 보면 직장인 10명 중 8명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정년 연장을 택하겠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반대로 국내기업 중 지난해까지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곳은 11.2%에 그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했다는 얘깁니다.

노인들이 찾는 일자리는 거창하지 않습니다. 또 높은 연봉을 달라고 하는 것도 아닙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조사대상 노인 10명 중 3명의 희망 월급이 50만~100만원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파트타임이나 3~4교대의 개념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면 한 자리를 여러 자리로 나눌 수 있는 가능성도 많습니다.

또한 취업자들이 그동안 사회생활에서 쌓은 소중한 경험을 재활용할 수 있어 국가적으로도 이득이며, 그들이 인생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보람도 느낄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으로 꼽힙니다.

다음에 좀더 자세히 쓸 기회가 있겠지만 노인형 창업을 지원하는 것도 아주 중요한 사업입니다. 벌써 많이 알려졌지만 지난 2008년 고양시가 덕양노인종합복지관에 문을 연 실버카페 ‘아지오’는 할머니 바리스타로 유명세를 탔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미 3호점까지 문을 열어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고령화를 트렌드로 보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이끈 모범 사례로 보입니다. 이러한 노력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자생적으로 피어나는 이러한 노력을 범정부 차원에서 지원한다면 고령화는 재앙이 아니라 축복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힘을 모아 대한민국을 노인천국으로 만드는 노력에 국가적인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입니다.

조영훈 기자 dubbcho@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