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은 2월10일 선진형 은퇴설계 모델의 개발과 전파를 위해 국내 최대 규모의 ‘은퇴연구소’를 개소했다. 사진은 제막식 모습. 오른쪽부터 삼성생명 박근희 사장, 삼성생명 자산운용부문 김상항 사장, 우재룡 은퇴연구소장, 윤병철 FP협회장, 남상구 고려대 부총장.


노후 생활용 아파트는 규모가 클 필요가 없다. 부동산은 매월 생활비로 전환이 어렵기 때문에 이를 금융자산으로 바꾸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부동산-금융자산 배분의 황금비율… 연금보험 가입도 필수

은퇴연구소 우재룡 소장

은퇴를 앞둔 우리나라의 베이비부머 세대 중 은퇴 이후에 대해 철저한 준비를 갖춘 이들은 드물다. 노후를 설계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이 부족한 실정 때문이기도 하지만 스스로 정보를 찾아 나서지 않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에서 노후 설계와 관련된 상담을 제공하고 있지만 대부분 은퇴 이후 자산 관리 분야에 치우쳐 있다. 실질적으로 은퇴자들이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고, 취미 생활을 즐기며 노후를 보낼지를 함께 고민하는 플랜은 많지 않다.

지난해 8월 삼성생명FP센터 산하에서 출범한 은퇴연구소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년층의 은퇴 이후 삶을 체계적으로 연구해 오고 있다. 특히 지난 10일 우재룡 박사를 초대 소장으로 은퇴연구소와 퇴직연금연구소를 통합해 ‘삼성생명 은퇴연구소’로 확대 재설립해 은퇴설계 모델의 개발과 전파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은퇴연구소는 2018년에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상회하는 고령사회가 찾아들 것으로 예상해 은퇴 세대에 노후 준비의 필요성을 절감케 한다.

우 소장은 현재의 중년층들이 부모를 부양하고 자식들의 교육비를 제공해 왔으며 좀 더 넓은 집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에 매진해 온 까닭에 본인의 노후 준비를 등한시해왔다고 지적한다.

이처럼 준비가 부족한 이들에게 우 소장은 먼저 자산배분전략을 바꾸도록 권유한다. 한국은행이 지난 2009년 발표한 자금순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자산구성비는 부동산 80%, 채권 15%, 주식 5%로 이뤄졌다. 반면 지난 2007년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06년 가계자산조사 분석’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경우 부동산이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불과 36%라는 것.

우 소장은 이에 대해 “노후 생활용 아파트는 규모가 클 필요가 없다”며 “부동산은 매월 생활비로 전환되기 어렵기 때문에 이를 금융자산으로 배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 소장이 추천하는 바람직한 은퇴자산의 구성비는 부동산 30%, 금융자산 70%며 이 중 금융자산은 또 다시 주식, 채권, 연금, 보험, 현금 자산으로 나뉜다.

비재무 분야도 챙겨야 삶의 보람

또 은퇴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투자 실패에 따른 재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을 낮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개인연금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일시금 납입을 통해 즉시연금 보험에 가입하는 것을 고려할 만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노후를 준비하는 방법은 크게 재무 분야와 비재무 분야에 대한 설계로 나뉜다. 먼저 재무 분야는 노후 생활에 필요한 비용이 매우 복잡하므로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노후생활 비용은 20~25년간의 부부 생활비용, 남편 사망 후 10여 년간의 부인 생활비용, 부부 의료비 또는 간병비, 취미생활비 등으로 구성된다.

각종 금융사나 증권사의 도움을 받아 은퇴설계 비용을 계산해 보면 은퇴설계의 중요성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계산된 비용을 자신의 총자산에서 차감하면 부족한 노후자금이 산출된다. 총자산에는 각종 금융상품과 연금자산을 포함시켜야 하며, 사망보험금 같은 보장성 자산도 계산해야 한다. 결국 노후자금 부족액을 마련하는 과정을 고민하는 것이 재무 설계의 핵심이다.

이밖에도 우 소장은 행복한 은퇴 생활을 위해 비재무적 설계도 재무 설계에 뒤따라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 “최소한 5년여의 시간 동안 자신이 은퇴 후 하게 될 취미생활이나 봉사활동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며 “이 같은 구상이 자연스럽게 노후 소득과 연결되고 삶의 보람을 찾는 일과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은퇴연구소가 추천하는 은퇴 후 대비 상품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먼저 생명보험회사에서 판매하며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세제비적격 연금이 있다. 이러한 비과세 연금에는 일정 이율로 적립되는 일반연금과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 후 그 실적과 연동되는 변액연금이 있다.

비과세 연금은 10년 이상 유지하면 보험차액(이자에 해당)에 대해서는 한도 없이 비과세되며, 연금 수령 시에도 과세가 되지 않는 장점이 있다. 또한 연금을 종신토록 수령할 수 있는 까닭에 가장 적합한 노후준비 금융상품으로 꼽힌다. 또한 생명보험회사의 경우는 소득공제(세제적격) 연금과 세제비적격 연금에 가입할 수 있으나, 손해보험회사나 은행, 증권사의 경우 세제적격 연금저축에만 가입할 수 있다.

정기예금도 노후자금 준비를 위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정기예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려면 은행에 예치하는 것이 좋고, 더 높은 수익을 바란다면 저축은행에 예치하는 것이 유리하다. 정기예금의 경우 해당 금융기관이 파산하더라도 금융기관 별 1인당 원리금 합산금액의 5000만 원까지는 예금자보호가 된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이 경우 보장금액을 돌려받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을 기다려야 하므로, 가능한 가입 전에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 등 금융기관의 재무 지표를 토대로 사전에 안전성 여부를 검토해보는 것이 좋다는 설명이다.

또 정기예금의 경우 가입 조건이나 제약 조건에 차이는 있지만 정책적으로 비과세나 세금우대 혜택을 주는 상품이 있으므로, 이러한 사항들을 사전에 꼼꼼히 검토해보면 세테크 효과도 추가로 얻을 수 있다. 한편 정기예금은 만기가 단기로 운영되어 다른 용도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아 노후대비 자금으로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는 선호도에 따라 공격적 투자 상품을 택할 수 있다. 수익성과 환금성을 노린다면 적립식 펀드를 고려할 만하다. 펀드는 환매수수료의 부담이 있는 반면 언제든지 환매가 가능하며, 국내의 주식매매 차익에 대해서는 비과세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단, 해외주식형 펀드에 대한 비과세 특혜는 지난 2009년 12월 31일부로 종료됐다.

적립식 펀드의 장점은 목돈을 한 번에 예치하는 거치식 펀드에 비해 투자 위험을 어느 정도 분산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목돈을 마련하는 데 유용하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적립식으로 투자를 하더라도 주식 편입 비율이 높은 펀드의 특성상 주가 하락 시 자산의 동반 하락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백가혜 기자 lita@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