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원/달러 환율 하락에 수출업계는 물론 금융투자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이에 외환당국의 정책 개입을 기대하고 있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 재무부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와 원화가치의 저평가를 지적하며 원화 절상 압박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국의 환 개입 명분은 없는 상황이다. 즉, 원/달러 환율 1000원 붕괴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내수활성화는 물론 상황에 맞는 통화정책도 필요하다. 제2기 경제팀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원/달러 환율의 내림세가 지속되고 있다. 올해 들어 더욱 가파른 하락을 보이고 있지만 당국은 이에 대해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이전과 같은 구두개입 효과도 일시적일 뿐 원화강세 기조를 막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원화강세가 지속되는 가장 큰 이유는 다름 아닌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지난 6월까지 27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보편적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달러 보유량이 많아진다는 것이며 또한 교역국과의 무역에서 환율상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러한 명분을 이용해 미 재무부는 지난 4월 미 의회에 제출한 ‘2013 환율정책 반기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와 증가하는 외환보유고를 지적하며 외환당국의 환 개입을 암묵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IMF(국제통화기금)도 같은 달 펴낸 ‘2013년 연례 협의 보고서’에서 원화가치가 2~8% 저평가돼 있다고 평가했다.

김유미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의 하락세가 지속돼 3분기 중 1000원을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 경상수지 흑자 폭 확대와 미 달러화 약세 흐름이 맞물려 적극적인 정책 개입이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 당시 전까지만 하더라도 원/달러 환율은 1050원선을 기준으로 강한 지지력을 보였다. 특히 당국의 정책 및 구두 개입 등이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지난 4월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환율 수준보다는 변동성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발언했다.

당시 원/달러 환율이 암묵적 지지선인 1050원을 이탈하면서 1040원선까지 위협하는 상황에서 나온 언급이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 연구원은 “발언 자체가 상당히 의미심장했다”며 “수준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발언에 대해 시장은 당시 불거지고 있던 원화강세 기조를 묵인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공교롭게도 며칠 후, 미 재무부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원화가치에 대한 불만을 늘어놓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현재 한국의 경제구조를 보면 환율 하락으로 인한 긍정적 효과보다 부정적 효과가 더 큰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원화강세는 국내 수출기업의 매출부진으로 이어진다. 이 경우 달러표시 수출가격 인상으로 대응해야 하지만 해외 시장의 점유율을 생각한다면 이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최성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수출이 증가하고 수입은 감소하는 내수침체형 흑자”라며 “수출이 완만하게 증가하는 반면, 수입은 감소하면서 수출입 격차가 확대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최 연구원은 “이러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유효수요 증대를 통한 내수경기 활성화에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즉, 원/달러 환율 하락에 대한 정책 개입 명분이 없다면 이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내수시장의 유효수요를 늘려 국내 경상수지를 축소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즉, 내수강화가 경상수지의 축소를 유도하고 이는 다시 원/달러 환율의 하락을 저지한다. 또한 원화강세 기조가 멈추면 국내기업들의 수출가격 경쟁력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현 정부의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목표과제는 내수활성화 정책이다.

또한 최 연구원은 “향후 경기 상황에 따라 금리 인하 및 추경 편성 가능성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최경환 경제 2기 팀 출범을 앞두고  통화당국과의 정책적 조율을 얼마나 조화롭게 이뤄내는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