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매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호주 ANZ은행이 인수합병(M&A)을 위한 실사작업을 벌이고 있다. 외환은행 안팎에선 조만간 최종 결정이 날 것이란 말이 들린다. 론스타의 매각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매각 작업은 순탄하게 진행 될 것으로 보인다.

서영수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외환은행에 대한 ANZ은행의 실사가 종료되면서 외환은행 노조 측이 인수 결정에 대비하는 등 양자 간 M&A가 임박했다”고 했다. 문제는 가격이다. 론스타와 ANZ은행은 매각 금액으로 각각 4조 원과 3조 원을 제시하고 있다. 51.02%의 지분과 경영권을 양도하는 조건이다.

양사는 조정된 금액을 놓고 10월 중순부터 협상을 벌여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24일 마이클 스미스 ANZ은행 최고경영자는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와 인수 가격 협상이 마무리될 것으로 희망한다”고 말한 바 있다.

현재까지라면 론스타는 외환은행 매각을 통해 최소 3조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2003년 8월 27일 공식 인수를 선언한 뒤 불과 7년 만의 일로 매년 40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 셈이다.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 당시 2조1548억 원을 투자한 뒤 배당금을 통해 원금의 98% 이상을 회수했다. 지난 4년 간 법원 결산 배당금으로 8559억 원을 받았고, 2007년 외환은행 지분 13.6%의 매각 대금 1조1928억 원 등 2조487억 원을 회수했다. 올 들어 지난 2분기 배당금 330억 원과 3분기 배당금 444억 원을 합하면 지금까지 총 회수금액은 2조1261억 원에 달한다.

2008년 3월 결산 배당에서 분기 배당으로 정관 변경을 꾀한 뒤 원금 회수 속도가 빨라졌다. 심규선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외환은행 매각 작업이 지연되자, 론스타가 투자금을 조기에 회수하기 위해 중간 배당으로 변경을 꾀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헐값 매각, 먹튀 논란 등 국내 시민단체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사이 4조 원 이상의 현금을 전리품으로 챙기게 됐다는 얘기다.

대주주 적격심사 3심 진행 중

일부에선 이를 두고 론스타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사모펀드답게 공익보다는 사익을 추구하고 있다는 게 골자다. 특히 인수 당시부터 문제가 있어 인수 자체가 무효라는 목소리도 높다.

외환은행 되찾기 범국민운동본부는 “론스타가 산업자본으로 판명 시 계약 원천 무효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계약 자체가 잘못됐으니 그동안 챙겼던 수익도 환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은행법상 산업자본은 금융기관의 지분을 4% 이상 보유할 수 없거나 4% 초과지분에 대해 의결권이 제한된다. 산업자본이 아닐 경우에는 10%까지 보유할 수 있고 예외 조항에 따라 초과 보유와 의결권 행사도 가능하지만 산업자본에는 해당 사안이 없다.

산업자본이란 비금융회사의 자본 총액이 전체 자본 총액의 25% 이상이거나, 또는 동일인 중 비금융회사의 자산 총액이 2조 원을 초과하는 경우를 말한다. 현재 진행 중인 론스타의 산업자본 재판은 1심과 2심 모두 산업자본으로 판명났다.

론스타는 은행법 시행령의 예외 규정인 ‘부실금융기관 정리 등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된다는 정부의 판단에 따라 외환은행을 인수한 바 있다. 당시 산업자본에 대한 판단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인수 당시 23개의 동일인 회사 중 극동건설과 극동요업 등 외형상 명백하게 비금융 회사인 4개사만 산업자본에 넣어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산업자본 총액 7천6백62억 원, 자본 총액 21.26%로 아슬아슬하게 규제를 피해 외환은행 지분 51%를 인수할 수 있었다.

문제는 금융 감독 당국이 론스타 4호 펀드에 속한 비금융회사의 자산 총액 및 자본 총액 자료만을 검토해 산업자본 여부를 판단했다는 점이다. 은행법상 동일인 범주에 포함되는 론스타펀드 2호·3호·5호와 론스타 오퍼튜니티 펀드, 브라조스펀드 등에 대해서는 심사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경제개혁연대도 2007년 9월 금융감독원 및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론스타의 산업자본(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 소송)을 제기, 법원은 2심까지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만약 3심에서 론스타가 산업자본으로 판명날 경우 외환은행 인수 자체가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지만 적어도 이론상으론 그렇다. 우선 보유 지분 51.02% 중 9% 초과 지분에 대한 의결권 행사가 제한되고, 초과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김준환 동우대 교수는 “비금융회사 자산이 2조 원이 넘으면 산업자본으로 분류되는데 론스타 홈페이지에 나온 것만 따져 봐도 13조 원이 넘는 만큼 산업자본으로 밝혀질 경우 외환은행 매각은 원인 무효가 되고 론스타는 원금에 이자만 받고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금감원 3년째 조사 중 ‘결과는 아직’

상황이 이러한데도 국내 금융감독 당국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해 강 건너 불구경식 업무 처리를 벌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론스타펀드에 대해 2007년 6월부터 조사를 벌여왔다.

은행 대주주의 적격성 심사를 하는 과정에서 동일인의 지분 현황, 자산 및 자본 총액 등 구체적인 자료를 모두 요구한 것. 금감원은 2008년 9월 자료를 넘겨받고 검토 중에 있다. 3년이 지난 지금까지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금융위원회도 상황은 비슷하다. 매반기 은행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해야 하지만 론스타에 대해서는 3년 넘게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하지 않았다(표 참조).
김준환 교수는 “론스타는 대주주 적격성 관련 소송에서 1심과 2심 모두 산업자본으로 판명이 났고 3심에서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는 금융위가 나서 론스타 문제를 하루빨리 매듭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자본이란
비금융회사의 자본 총액이 전체 자본 총액의 25% 이상이거나, 또는 동일인 중 비금융회사의 자산 총액이 2조 원을 초과하는 경우를 말한다.

김세형 기자 fax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