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세계 금융위기에도 끄떡없는 미국기업들이 있다.
컴퓨터 제조업체 델, 52년째 해마다 순이익을 2배로 올리고 있는 공업용 기계 제조업체 에머슨, 입사하면 평생 고용이 보장되는 건설기계 메이커 캐터필러가 바로 그것이다.
일본의 경제주간지 <닛케이 비즈니스> 최신호(11월17일자)는 이들이 1929년 대공황 이래 최악의 조건 속에서도 미국의 성장을 견인하는 우량기업이라며 비결에 대해 소개했다.

델, 직판 방식 버리고 판매망 확대
델은 직접판매 방식인 이른바‘델 다이렉트 모델’로 급성장해 왔다. 주로 미국·일본 같은 선진국 대기업을 상대로 중간 유통 과정 없이 직접 대량 판매해 이익률이 높았던 것이다.
그 덕에 델의 주가는 늘 고점에서 움직여 자금조달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가경쟁력에서도 우위를 점해 2000년대 초반 정보기술(IT) 부문의 불황까지 거뜬히 뛰어넘었다.
그러던 중 2006년 후반 대형 할인점망으로 무장한 휴렛패커드(HP)에 시장점유율을 빼앗기면서 업계 1위에서 밀려났다. 지난해 4분기 델의 순이익은 5년 만에 전년 동기 대비 67% 감소했다.
델이 성공신화의 모태인 델 다이렉트 모델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했던 것은 이때부터다.
델의 창업자 마이클 델은 지난해 최고경영자(CEO)까지 맡게 된 뒤 “18개월 안에 델을 부활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이후 제품 다양화, 판매망 확대, 제품 개발법 개선으로 모든 초점을 고객에 맞췄다. 델은 신흥국·중소기업·젊은 층까지 파고드는 데 성공했다.
현재 델은 베스트바이·월마트·스테이플스 등 미국의 3대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판매망 확대에 나서고 있다. 지난 5∼7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늘었다.

에머슨의‘5인조 팀워크 경영’
에머슨은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고 지난 52년간 이익을 꾸준히 늘려온 알짜기업이다.
가전에서부터 기계에 이르기까지 5개 사업 부문을 거느리고 있는 에머슨의 2007년 10월∼2008년 9월 매출은 248억달러, 영업이익은 40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 17% 증가했다.
에머슨을 탄탄한 기업으로 일궈낸 인물이 데이비드 파 회장 겸 CEO다. 파 CEO 등 5명의 경영진이 합의해 의사를 결정하는 독특한 ‘팀워크 경영’도 이에 한몫했다.
캐터필러, 16세에 입사해 80세까지 현장에서
세계 최대 건설장비 메이커 캐터필러에는 장기 고용 근로자가 대다수다.
1925년 일리노이주 피오리아에 자리 잡은 캐터필러의 주변은 광활한 곡창지대였다. 따라서 고객 대다수는 대규모 농장 경영주였다. 캐터필러는 이들 농장에 농기구를 팔아 오늘날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캐터필러의 올해 1∼9월 매출은 384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39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8% 늘었다.
세계 곳곳에 산재한 10만명 이상의 캐터필러 직원은 정년이 65세지만 80세까지 근무하는 인력도 있다. 더 놀라운 것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근무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캐터필러의 제임스 오웬스 CEO는 이에 대해 “1980년대 당시 대규모 구조조정의 쓰라린 고통 이후 어떤 경우라도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는 경영방침이 철저히 지켜진 덕”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사내의 연대감 고조로 이어졌다.
캐터필러는 장기 투자 전통도 지켜오고 있다. 오웬스 CEO는 “5~6년 뒤의 새로운 생산라인 설립 계획을 지금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기로 미국경제에 암운이 짙어지는 가운데 오웬스 CEO의 시선은 이후의 세계를 내다보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경제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nomy.co.kr)

사진설명-캐터필러사의 포크레인

마이클 델
델 CEO

데이비드 파
에머슨 회장

제임스 오웬
캐터필러 CEO

강혁 편집국장 kh@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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