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부터 워크아웃 상태인 팬택이 이번 주말 최대 고비를 맞게 됐다.29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오는 7월4일까지 팬택(대표 이준우-사진)의 회생작업을 지속할지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한 가운데 이통3사가 고민에 빠졌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는 중장기 리스크를 이유로 팬택에 대한 채권 1800억원의 출자전환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통3사가 출자전환을 결정할 경우, 팬택으로서는 향후 수년간 현상태를 유지하며 다시 한번 회생할 수 있는 기회를 거머쥐게 된다.

당초 채권단은 이통3사의 팬택채권 1800억원 출자전환을 조건으로 팬택으로부터 받을 돈 3000억원을 출자전환하기로 결정하고, 이통3사로부터 출자전환에 대한 답변을 지난 27일까지 받기로 했으나 아직도 결정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소식통은 “이통 3사가 최근 사상 최대의 영업정지 등으로 팬택의 경영 악화에 일정 부분 악영향을 미친 상황에서 팬택의 어려움을 외면하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팬택에 대한 채권을 출자전환하게 되면 중장기적으로 리스크를 떠안아야 하므로 그같은 결정을 내리기도 쉽지 않은 진퇴양난의 처지에 놓였다”고 설명했다. 이 소식통은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으로부터 받아야 할 돈을 주식으로 대신 받는 것이 출자전환인데 이통사가 이미 자본잠식 상태인 팬택에 대해 출자전환을 할 경우 주식가치가 떨어지면 손해를 입을 수 밖에 없으므로 선뜻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통사 입장에서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팬택의 스마트폰을 자사의 대리점, 판매점 등에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문제는 팬택의 경영이 악화될 경우, 팬택으로부터 받지 못하는 금액이 계속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이통사들은 스마트폰 등 구매고객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이 가운데 일부를 제조업체로부터 돌려받고 있으나 업체의 경영사정에 따라 자금유입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앞서 업계 일각에서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을 앞두고 어려운 경영상황에 처한 팬택 등 일부 기업에 대해 단말기 보조금 상한제를 유예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팬택은 또한 지난 5월 전략 스마트폰인 '베가 아이언2'를 선보이면서 예상 출고가를 대폭 낮춰 78만3200원에 출시하는 등 스마트폰 가격 안정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팬택의 지난달 30일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자본총계는 4897억4400만원인 반면 장단기 차입금 등 총부채 규모는 9906억9200만원에 이르며, 현금과 현금성 자산도 84억82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