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택시장 변화의 주요 화두는 저출산, 인구구조와 가구구조 변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및 고령화다. 특히 1955~1963년에 출생한 1차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가시화됨에 따라 이들이 가져올 사회·경제적 파장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그렇다면 베이비부머 은퇴 이후 주택시장은 어떠한 모습으로 바뀔까? 여러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베이비부머 은퇴에도 주택 수요는 줄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와 주목된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4.5%를 차지하는 베이비붐 세대는 은퇴 후 10년을 전후해 노년기에 접어들므로 향후 다가올 고령화의 중심 세대라 할 수 있다. 사회안전망이 부족한 상황에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는 심각한 사회문제를 유발한다. 노동생산성 감소로 인한 경제성장률 저하와 조세 수입 감소 현상이 나타날 것이며, 사회보장에 막대한 재정이 지출돼 국가재정 악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동안 경제 성장의 동력이던 베이비붐 세대는 아직까지는 생산과 소비의 중심 계층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향후 10년을 전후로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베이비붐 세대는 경제활동에서 은퇴한 뒤에도 자립성을 갖춘 능동적 경제주체로 활동하기를 원하지만, 부동산 중심의 불균형한 자산 포트폴리오는 안정적인 노후자금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를 낳고 있다. 그에 따라 주택 규모를 축소하거나 아예 주택을 처분하게 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1990년대에 미국 월스트리트 증권 분석가들은 2006~2020년이 되면 주식과 부동산 시장이 붕괴될 것이라는 ‘자산붕괴 가설’을 내놓았다.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세대인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가 자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로 1980년대 이후 미국 주가의 급등세는 베이비붐 세대(1946~1964)가 본격적인 재산 형성기(40~64세)에 진입한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마찬가지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기에 접어드는 2006~2010년 이후 이 세대가 노후 생활에 필요한 소비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 자산을 처분하게 될 것이고, 따라서 주식이나 부동산 가격이 폭락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자산붕괴 가설’은 자산관리시장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의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주거와 소비 패턴을 분석한 것으로 자산시장의 변화를 설명하는 강력한 도구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 일본의 경우 1930년대에 태어난 베이비부머가 1991년 이후 은퇴하면서 이후 15년간 부동산 가격이 80% 넘게 하락하는 극단적인 현상이 벌어졌고, 미국에서도 2006년 이후 장기모기지(mortgage) 시장이 붕괴되고 국제 금융위기로까지 번지면서 이 가설이 주목을 받았다.

그럼 우리나라도 10년 이후에는 자산시장이 붕괴되는 경험을 하게 될까? 대부분 직장인이 50세 전후가 되면 회사에서 은퇴를 생각하게 된다. 은퇴 후 소득이 줄면 소비를 줄이게 되고 가지고 있던 자산을 재분배해서 소득이 없을 향후 40~50년을 준비하는 구조로 자산을 재편성하게 된다. 여유가 있다면 부동산도 유지하고 주식도 유지하겠지만 월 급여라는 소득 없이 여생을 보낼 자신이 없다면 자산차익 중심의 부동산은 매각하고 꾸준한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으로 갈아타려는 시도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2010년 통계청 인구 집계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35~39세 사이에 해당하는 인구가 426만 명, 40~44세가 424만 명, 45~49세에 해당하는 인구가 426만 명으로 가장 많다. 다른 연령대가 300만 명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30% 이상 인구 밀집도가 높다.

이제 우리나라 경제의 주류로 자리 잡고 있는 30대 후반에서 40대 중후반을 2차 베이비붐(1966~1974년생, 최다 인구층) 세대라고 부른다. 이들의 출생 시기는 1970년대로, 이때 출생자 수가 90만 명대를 훌쩍 넘어섰다. 이들의 삶을 험난했다. 폭발적인 인구증가 덕에 한 해 재수생을 40만 명 이상 양산하는 최악의 입시경쟁을 치른 이들은 또다시 IMF 외환위기와 맞물려 유례없는 취업난까지 겪는다.

특히 대학교에 들어와 사람을 만나고, 운동권 언저리를 오가며 스펙과는 담을 쌓았던 이 세대들은 ‘취업 재수’라는 신조어의 첫 희생양이 됐다. ‘삼저(三低) 호황’이 막을 내리고, 이어진 IMF 구제금융기의 악령이 할퀸 것이다. 이미 취업한 80년대 후반 학번은 그나마 사정이 나았다. 그들은 취직해서 차도 사고, 학자금도 갚았다.

하지만 이러한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9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경제성장률은 2~4% 안팎으로 떨어졌고, 입사 3~4년이 지났을 무렵 외환위기를 맞았다. 문을 닫는 기업이 속출하면서 직장을 잃고 거리로 내몰리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결혼생활이 파탄에 이르는 경우도 수두룩했다. 다행히 새로운 밀레니엄이 도래하면서 희망이 엿보이는 듯했다. 경기가 회복되면서 직장을 잡고, 결혼도 했다.

이러한 달콤한 꿈에 부풀어 있을 무렵, 이번에는 집값이 폭등하면서 그들은 좌절을 맛본다. 10년 가까이 아끼고 아껴 모은 돈에다 대출을 받아 가까스로 집을 사니 또 다른 재앙이 시작됐다. 2008년 상반기를 정점으로 집값이 속절없이 떨어져 집을 담보로 빌린 돈을 제외하고 나면 남는 게 없어져 버렸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니 이전 선배가 만들어놓은 사교육 열풍이 기다리고 있었고, 오르는 물가에 담보대출 이자까지 겹치면서 저축은 고사하고 생활마저 빠듯해졌다. 역대 모든 시대의 40세 중 상대적 빈곤이 가장 큰 ‘하우스푸어’가 되고 만다. 이것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연령대의 현주소다. 앞으로 10년 이후 주류의 모습은 이들에 의해서 결정될 것이다.

2차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는 앞으로 10년 후쯤이다. 2020년이 되면 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세대는 45~59세가 된다. 정년이 돼서 회사를 나오거나 진급이 되지 않아 나가는 경우가 많은 나이대다. 이후 2030년대에 들어서면 인구 중 가장 비중이 많은 연령대는 55~69세, 2040년이 되면 65~79세의 인구가 가장 많아져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홍대 등 젊음의 거리가 아니라 인구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노인들을 위한 거리가 생길지도 모른다. 현재는 주택시장이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인구가 감소하고 소득이 줄어드는데도 주택가격이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을까?

주택시장을 부정적으로 보는 비관론자들은 그래서 집값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들 한다. 2000년대 초반 ‘집사지 말라’고 주장한 전문가들은 인구구조 변화를 근거로 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집값 폭등 시 추격해서 집을 사기보다는 주식 등을 권유하는 경우가 많았고, 소비를 늘리라고 했다. 그러나 집값은 보란 듯이 지속적으로 상승했고, 2008년 금융위기를 맞고 나서야 집값 상승이 주춤해졌다.

그럼 비관론자의 주장이 틀린 것일까? 아니면 그들의 주장은 맞지만 진행되고 있는 과정일까? 인구구조 변화가 주택수요와 주택가격 변화를 설명하는 강력한 도구임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택수요는 앞으로 최소한 20년 이내에는 감소하지 않을 것 같다.

이유는 첫째,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주택의 거주 단위인 가구 수는 핵가족화의 영향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둘째, 고령화가 될수록 1인당 주택 필요면적은 증가한다. 나이가 많아진다고 갑자기 작은 집에 살 수 없는 구조라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 가구 수 증가와 인당 주택면적을 종합적으로 산출해보면 최소 2040년까지는 꾸준히 주택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다. 따라서 2차 베이비붐 세대들이 인생을 마무리할 시기까지 주택 수요는 줄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