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벨기에 역시 눈만 뜨면 방송이나 신문에서 어려움에 처한 기업 이야기가 한창이다. 특히 벨기에는 최대 소매은행인 포르티스(Fortis)은행의 파산을 막기 위해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정부까지 힘을 합쳐 긴급자금을 지원한 데 이어 이틀 만인 또 다른 대형 은행인 덱시아(Dexia)은행에 역시 룩셈부르크, 프랑스 정부까지 함께 자금을 지원했다.
이어 2주 만에 벨기에에서는 볼보, 필립스 등 대기업 공장의 생산 축소로 1300명의 실업자가 생겨났다.
벨기에인들의 30%가 이미 지난 6개월 동안 소비지출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9월 한달 동안 파산선고를 받은 기업 수가 900개사를 넘어 월 기준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벨기에 정부도 기업 지원에 적극 나서서 세 지방정부 중 하나인 왈로니아 지방정부는 중소기업들의 은행 대출을 보다 용이하게 하기 위해 지방정부 산하의 중소기업 지원기관이 기업 보증을 더 많이 할 수 있도록 보증에 필요한 재원을 대폭 확대했으며, 벨기에 경제인협회와 금융협회도 공동으로 콜 센터를 개설하여 은행으로부터의 대출에 대한 상담에 응하고 있다.
상황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상품들이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에너지 사용을 줄이기 위해 벨기에 정부가 지급하는 에너지 절약 제품 구매 장려금을 활용한, 각종 에너지 절약 가전제품이 대표적이다.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냉장고, 물 사용량이 절약되는 세탁기, 전기 사용량이 적은 건조기, 절전 전구 등이 대표적으로, 특히 LG가 만든 증기 세탁기는 세탁 효율성이 높은 데다가 물 사용량과 전기 사용량이 일반 세탁기보다 훨씬 절약되어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에너지 절약형 건축설비 시장도 계속 확대일로를 걷고 있다. 벨기에 정부가 유럽연합(EU) 정책에 따라 건물의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건축자재 사용에 대한 장려조치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중앙 난방설비, 이중 창문과 삼중 창문, 환풍설비, 태양광판, 난방용 온도조절기 등의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데 특히 태양광판의 경우 시장 규모가 연간 9800만유로로 확대되면서 선두 진출업체들이 시장선점을 위해 자체적인 품질마크를 제정하는 등 발 빠르게 행동하고 있다.
소형차, 그리고 젊은 운전자들을 중심으로 자동차 내비게이션과 휴대용 DVD 플레이어 수요가 경제위기와 무관하게 꾸준히 늘어나고 있고, 가격이 인하된 레플렉스 카메라가 디지털카메라 자리를 점점 대체하고 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대부분 고유가라는 작금의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활용한 상품들이어서 감탄하게 된다. 게다가 정부의 장려조치로 시장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히지 않는 이들 시장에서 우리 제품을 더 많이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선화 브뤼셀 KBC 부장

사진설명-벨기에 리에주의 노천 식당

강혁 편집국장 kh@er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