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추구하는 가치가 개개인의 핏줄에 흐르면 행복과 성공은 결코 별개의 것이 될 수 없다.”

조영탁 대표

‘행복과 경영’. 이 둘간 균형 맞추기는 생각처럼 쉽지 않다. 어떻게 동기 부여 해야 놀이터도 아니면서, 단지 생계벌이의 장도 아니면서 자발적으로 춤추며 일하는 즐거운 자기성취의 장으로 만들 것인가. 행복에 초점을 맞추다보면 성과를 놓치기 쉽고, 성과에 초점을 맞추다보면 행복을 놓치기 쉽다.

조영탁 휴넷사장을 11월의 인터뷰 대상자로 낙점한 것도 그같은 우문에 대한 현답을 얻기 위해서였다. 휴넷은 직원 약 100명, 매출액 100억 원(2009년 기준), 연평균 10%의 성장률을 이어오며 국내 온라인 교육부문에서 리딩기업의 자리를 굳건히 해오고 있다.

초기 경영지식 파트너에서 현재 행복한 경영 파트너로 꾸준히 진화, 최근엔 기업에서 가정에까지 행복경영의 문호를 넓히고 있다. 또 매일 150만 명의 회원에게 ‘행복한 경영이야기’ 메일로 리더십과 삶의 통찰력을 제공하고 있다.

서울 구로동 디지털 밸리에 위치한 휴넷을 방문했을 때 사무실엔 활기와 열정이 넘쳤다. 직원들의 소망을 담은 쪽지가 주렁주렁 달린 커다란 소망나무 한 쪽에는 곧 열릴 회사 운동회를 알리는 재치있는 글귀, 그달 생일을 맞은 직원들의 사진과 프로필이 마치 유치원의 게시판처럼 아기자기하게 붙어 있었다.

100세 정년회사, 사장실 없는 최고경영자, 중소기업이지만 사원 자기계발 교육은 국내 최고 수준, CEO가 조직도 최하위에 있는 겸손한 회사란 창립 이념이 탱탱하게 곳곳에서 숨쉬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11년차 된 이 젊은 회사의 동안(童顔)활기가 궁금했다.

행복경영 본론에 들어가기 앞서 초심 확인 심문(?)부터 들어갔다. 초창기 때와 달리 규모도, 직원도, 사업도 커졌는데 조 사장은 여전히 사장실은 물론 비서도 없이 일하고 있었다. 불편하지는 않을까. 이같은 질문에 대답은 1초도 안 되어서 돌아왔다.

“대기업에서 10년 근무하며 위계조직에 숨이 막혔었습니다. 11단계의 도장 찍기, 심하게는 결재가 올라가는데 3개월, 내려오는데 3개월의 층층시하 의사결정 절차에 문제를 느껴 수평조직과 속도경영,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사장실을 없애겠다는 것은 그같은 결심의 반영이었죠. 인텔의 앤디 그로브 회장도 집무실을 직원들보다 고작 0.6평 더 크게 만들었다지 않습니까. 내가 앤디 그로브 회장보다 유명해지거나, 인텔보다 기업이 커지지 않으면 사장실을 두지 않겠다고 결심했었지요. 워낙 확고하게 세워놓았고, 또 주위에 공언을 많이 해놓고 보니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는 사장실은 없지만 2년마다 책상위치를 매번 바꾸는 게 신선하고 재미있다고 덧붙였다. 그 해의 사업 이슈에 따라 책상을 이동하며 일부러 신사업 쪽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그의 책상 배치 노하우다.

2년마다 사장 책상 위치 바꿔

행복한 경영을 전파하는 교육기업의 ‘총장’으로서 행복경영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조 사장은 비전 공유, 상하 가치 일체화라고 한 마디로 잘라 대답했다.

리더 혼자서만 보는 비전이 아니라 직원과 공유하는 비전을 가질 때 리더와 구성원 모두에게 조직은 재미있고, 열정 가득한 1등 모범 컴퍼니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사장의 지시라고 밀어붙이거나, 사장 이름을 파는 사람은 사악하거나 바보거나 둘 중 하나라고 강조하지요.

상대방을 설득하지 못하면서 밀어붙이면 조직이 망가집니다. 사장의 의중을 생각하지 말고 휴넷의 가치 기준에 맞게 행동하라. 심지어는 사장도 휴넷의 가치 기준을 위반한다면 옷벗겠다고 늘 강조합니다. 누군가의 지시가 아닌 자신의 선택에 따라 주도적으로 움직일 때 인간은 행복할 수 있지요.”

“행복과 성과 함께 쫓는 즐거운 직장 만들려고 항상 허심탄회한 대화”

그는 “경영자들이 바쁘더라도 가장 우선순위에 두어야 할 것은 직원들과의 가치공유, 일체화”라고 힘주어 말한다. 에둘러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현명하고 궁극적으로 빠른 길이란 설명이다.

“급한 대로 각자 달려가 동떨어지게 되어 우왕좌왕 하느니 초기단계에서 어디로 달려갈지, 어떻게 달려갈지를 논의하는 비전 공유 노력이 필요합니다. 보통 1대 1로 직접 만나 최소 7번을 만나 이야기해야 비전을 인지한다고 합니다.

잭 웰치는 아이템에 대해서 10번 이야기, 비전은 200번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저는 팀장회의, 회식, 강의, 이메일, 팀장회의 시간에 일일이 설명하고 게시하고 입이 아프게 이야기하지요. 이같은 기업의 가치가 구성원 개개인의 핏줄에 흐르면 행복과 성공은 결코 별개의 것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같은 상하 가치공유를 위해선 소통은 필수다. 의사가 소통되면 만사가 소통되고 운수가 형통한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론 쉽지 않다. 조사장의 효과적 소통 비결은 무엇일까.

때론 아날로그 소통이 더 큰 효과

“저는 되도록 직원들과 1대 1 만남, 소모임을 자주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편안하게 제안사항을 전달할 통로를 구조적으로 마련해 놓는 게 목적이지요. 핵심적 가치를 가지고 8개팀을 만들어 1주일에 1번 돌아가며 점심을 가집니다.

이렇게 터놓고 이야기하면 3개월은 약발이 가는 것 같습니다. 또 하루에 평균 2차례는 커피 전문점등에 가서 회의를 합니다. 30분 정도 직원의 신상을 이야기하다 30분 회의하는 식으로요. 물론 트위터, 메신저 등 디지털 소통수단도 있지만 역시 아날로그 수단일수록 소통의 효과는 큽니다. 직접 대면하고 이야기하지 않을 경우에는 서로간의 오해 소지가 커지거든요. 직접 만나서, 소규모로 이야기하라가 제 소통의 기본원칙입니다.”

그는 행복경영의 오해로 펀(fun) 경영과 만인을 위한 행복추구를 예로 들었다. 먼저 펀(fun) 경영은 직급간, 조직간 벽 허물기를 위한 소통 수단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단지 ‘이벤트를 위한 이벤트’로 끝나서는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리더의 의욕과는 달리 부하들이 각종 회식, 비어파티 등의 이벤트에 만성피곤증을 느끼며 불평을 표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또한 모든 구성원을 행복하게 하겠다는 것도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조언이다. 행복추구만이 전부는 아니고, 성과를 내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진정한 행복경영이란 설명이다.

“조직의 재미는 오락프로의 재미와는 구별되지요. 회사가 발전하면 내가 잘된다고 생각하는 인식을 공유할 수 있으면 이벤트 없어도 재미는 절로 발생합니다.

저는 최종 결과 아웃풋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질테니 맘껏 질러봐라, 책임을 즐기라고 늘 말하지요. 없는 것을 만들어낸다는 성취감, 이를 통해 자신의 인생이 바뀌는 희열, 그것이 행복한 일터만들기의 포인트입니다.”

모범생CEO로 차곡차곡 행복경영을 이론적으로 전파할 뿐 아니라 스스로 시범케이스를 만들고 있는 조영탁 사장의 꿈은 마침표 없는 현재진행형이다.

김성회 리더십 칼럼니스트
연세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전공했으며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세계일보>에서 활동한 기자 출신의 리더십 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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