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CEO 서밋의 주제는 정해졌다.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균형 성장을 위한 기업의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것이다. 조직위는 크게 무역ㆍ투자, 금융, 녹색성장,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등 4개 의제를 선정, 토론을 해 나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CEO들도 크게 주제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의견을 피력할 것으로 알려진다. G20 정상회의에서 그동안 다뤄졌던 거시경제정책 공조, 국제 금융기구 개혁, 금융 규제 개혁, 환율 관련 문제 등 민감한 사안에서는 언급을 삼갈 것이란 것이 경제 전문가들의 말이다. 자칫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듯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크게 작용한 결과인 셈이다.

그러나 CEO는 이윤을 위해 움직이는 장사꾼이다. 절대 손해 볼 일을 하지 않는다. 이런 맥락에서 기존 주제 외에도 이색 주제를 놓고 의견을 나눌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어떤 내용이 주목을 받게 될까. G20 정상회의에 앞서 열렸던 수많은 국제 컨퍼런스에서 참석했던 CEO의 발언을 통해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능하다. 먼저 이를 위해선 세계 경제의 화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최근 세계 경제의 화두는 ‘아시아 경제의 성장’이다. 금융권에선 이미 아시아가 세계 경제의 미래를 주도해 나갈 것으로 보고 있는 상태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보인 빠른 경기 회복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열린 국제통화기금 아시아 컨퍼런스. 칸 IMF 총재는 이 자리에서 세계 경제에서 아시아의 위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중국 보호무역 조치 ‘뜨거운 감자’

“금융 위기에서 아시아는 유연성을 보이며 빠르게 회복하고 있고 IMF는 아시아의 과거 경험을 통해 경제 정책의 중요성과 정책 수행을 위한 리더십에 대한 교훈을 얻었다. 세계 각국도 마찬가지다.

IMF 내에서 아시아의 의결권 비중을 높이는 개혁을 준비하고 있다. IMF의 직원 구성에도 아시아 출신자들을 보다 더 늘리고 다양한 의사 결정에 있어서 아시아의 역할이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여기에서 생각해 볼 것이 있다. 글로벌 금융 위기에서 보인 ‘아시아의 유연성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점이다. 경제학자들은 시장 구매력에서 답을 찾고 있다. 실제 아시아의 시장 구매력은 2000년도 이후 매년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런 점에 주목, 이미 아시아에 관심을 갖고 활발한 투자를 벌여왔다. 이런 맥락에서 구매력이 높은 아시아 시장, 특히 중국 진출과 시장 확대 관련 내용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G20 CEO 서밋에 참여하는 기업의 한 관계자는 “대다수 참여 기업들은 CEO 서밋을 글로벌 비즈니스로 연결시키는 방안을 정책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 인도 진출 공략 내용만을 다루는 전담 부서를 꾸린 기업도 있다고 했다.

중국이 경제 활성화를 위해 벌였던 개방 정책이 보수로 돌아서고 있어 차별화된 접근을 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수 확대를 위해 외국계 기업에 대한 제재 조치인 12.5규를 10월 중 발표할 경우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12.5규는 중국의 12차 5개년 성장 계획으로 단순 외자 유치 대신 합작 기업 유치를 위한 정책적 움직임으로 그동안 누렸던 글로벌 기업에 대한 혜택의 축소를 의미한다.

중국에 진출했던 기업의 CEO 입장에선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규제 개선과 무역 확대에 대한 내용을 전략적으로 언급할 공산이 크다.

세계 무역 활성화 방안도 다각 검토

G20 CEO 서밋의 분과별 토론 의장으로 선정된 빅터 펑 리&룹 회장은 무역확대 방안을 주제로 선정했다. 중국이라고 정확히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세계무역 시장에서 보호주의 기조에 부정적 입장을 갖고 있는 만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제5차 세계화상논단에 G20 CEO 서밋 준비위원장인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참석한 바 있다.

아시아 진출 글로벌 기업의 서비스 부문 개방 확대에 대한 내용도 중요하게 거론 될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란 모든 분야의 사업 영역 확대를 뜻한다. 금융권이라면 출시 상품 다양화, 기업 입장에선 제품 판촉망 확대 등으로 이해하면 된다.

그동안 영세 기업 보호 등의 이유로 글로벌 기업의 서비스 확대에 제재 완화에 대한 의견도 오고 갈 전망이다. G20 CEO 서밋의 분과별 토론 의장인 피터 샌즈 스탠다드차타드 CEO는 금융과 실물경제를 토의 주제로 선정했다.

경제의 리밸런싱과 관련해 서비스의 개방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어 서비스 확대를 통한 청년 실업률 감소·중소기업의 육성 지원 방안과 연결 된 내용이 주로 다뤄질 전망이다.

기업의 사회 환원 범위는 설전 예고

사업 외적인 요소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대한 토론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CSR은 글로벌 국제 표준인 ISQ26000이 다음 달부터 실행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기업의 CSR 활동 범위는 자발적으로 결정해 운영됐으나 국제 표준이 공표됨으로서 정부 간 기업의 견제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8일 이런 점에 주목,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사회 책임 투자를 통한 기업 가치 제고’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동근 대한상의 부회장은 “녹색성장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G20 비즈니스 서밋 의제에 포함되는 등 지금 세계적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기 위한 움직임이 크게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G20 CEO 서밋에선 지난 4월 한국경제 주관으로 열린 2010세계경제금융컨퍼런스에서 중요하게 거론됐던 국가 간 인프라 구축과 R&D 투자와 매일경제 주관으로 열린 ‘G20과 세계금융질서’에서 다뤄졌던 중소기업 육성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범위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김세형 기자 fax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