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투자는 현상이 중요하다. 아무리 집에 앉아서 현장사진을 볼 수 있는 시대가 됐어도 땅을 밟아보고, 공부한 내용과 현상이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임장활동이 필수인 것이다. 그러나 현상에 집중하다 보면 숨은 보석을 놓칠 수 있다. 바로 도시지역 내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용지처럼 말이다.

최근 필자는 개발 붐이 일고 있는 한 도시의 부동산중개업소를 방문했다. 여러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 필자가 부동산 학문을 공부했고, 현재 부동산 칼럼을 쓰는 사람임을 알게 되자 갑자기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겠다고 한다.

“부동산 투자시장에는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다. 부동산 투자로 성공하는 사람들은 여러 부류가 있지만,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은 딱 한 부류라고. 그건 다름 아닌 부동산학과 교수님이나 부동산 칼럼을 쓰는 전문가들이라고.”

그래서 “일반인보다 부동산에 대해서 학문적으로 훨씬 더 많이 알고 있는 사람들이 왜 투자에 성공하지 못한다는 말이냐?” 물었더니 딱 한마디 한다. “그 사람들은 단점만 본다.”

우스갯소리지만 뼈 있는 말이다. 아파트와 마찬가지도 땅도 사두면 무조건 돈 되는 시대는 지났다. 그렇다면 어디에 투자해야 돈을 벌 수 있을까? 이 물음에 필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싶다. 남들이 기피하는 돈 되는 땅을 사라. 오늘은 그동안 토지시장에서 천덕꾸러기였던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토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2020년 7월 1일. 집 앞에 있는 공원으로 오늘도 어김없이 산책을 나간다. 집 앞에 공원이 있으니 공기도 맑고 이렇게 산책할 수 있으니 참 감사하다. 그런데 이상하다. 오늘 집 앞 산책로 입구에 출입할 수 없게 철조망이 쳐 있고 빨간 글씨로 커다란 팻말이 붙어 있다. “이곳은 사유지이므로 앞으로 출입을 금지합니다”라고. 이러한 현실이 7년 후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 앞산, 뒷산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가 개인 소유의 부동산(임야, 전, 답) 등을 미래에 공원, 도로 등으로 사용할 수 있게 도시계획시설이라는 이름하에 선을 그어놓고 짧게는 10년, 많게는 40년 동안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하게 했다. 도시계획시설은 20년을 목표로 결정하지만, 결정이 됐다고 바로 시행되는 것이 아니다. 도시관리계획으로 결정된 도시계획시설이 10년 이상 집행되는 않는 토지를 일반적으로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이라고 한다.

1999년 국가로부터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돼 개인재산임에도 처분과 이용에 제한을 받은 토지소유자들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해서 승소했다. 1999년 10월 헌법재판소는 ‘10년 이상 보상이 없는 토지의 사적 이용권을 제한하는 것은 과도한 제한으로 헌법상 재산권 보장에 위배된다’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렇게 해서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중 2000년 7월 1일 이전에 결정‧고시된 도시계획시설은 2000년 7월 1일을 기산으로 해 20년이 경과하는 종점, 즉 2020년 6월 30일 밤 12시에 자동 해제된다. 이름하여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일몰제’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20년이라는 시간이 새로 주어졌음에도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고 시간만 보냈다. 20년간 도시계획시설 매입 계획을 세우고 장기 예산 계획을 세워 매입 및 조성을 해야 했지만 예산이 없다는 핑계로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태원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현황’ 자료에 따르면 10년 이상 장기미집행된 도시계획시설은 지난해 말 현재 총 9억2827만㎡(2억8080만 평)로 전 국토(10만188㎢)의 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사업비(보상비+시설비)로 환산하면 139조 3985억원에 달한다. 지역별로는 경북이 1억265만㎡로 가장 많고 이어 경남(1억125만㎡), 경기(9365만㎡), 전남(8460만㎡), 충북(6935만㎡), 부산(6754만㎡), 서울(6068만㎡)순이다. 사업비 규모로는 경기도가 25조711억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부산(13조8311억원), 대구(12조7926억원), 경북(11조4771억원), 경남(11조293억원)순이다.

도시계획시설별로는 공원이 5억1572만㎡로 전체의 절반 이상(55.6%)을 차지했다. 도로(2억4150만㎡), 유원지(6205만㎡), 녹지(4270만㎡), 하천(2267만㎡) 등이 뒤를 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국 광역 지방자치단체에 2020년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일몰제’ 시행을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 그나마 살림살이가 나은 서울의 경우 2020년까지 6조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 정도의 금액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 외에 다른 지자체는 장기미집행 계획시설에 대한 매입이나 보상 수단은커녕 매입비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한 지자체의 관계자는 “지금 업무만으로도 일손이 부족한데, 누가 7년 후의 일을 고민하겠느냐”고 털어놨다. 지자체들은 중앙정부에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토지 매입을 위해 국고 지원을 요청했으나 정부는 예산부족을 이유로 난색을 표했고, 2020년 6월30일로 예정되어 있는 일몰기한의 연장도 불가한 상태이다.

대부분 일반투자자는 토지 투자 시 토지이용계획을 열람해 지구지정에 공원이라고 적혀 있으면 투자기피 1순위다. 그러나 도시 지역 내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은 틈새투자처가 될 수 있다. 공원부지로 지정돼 건축행위가 불가능한 토지가 이후 공원부지에서 해제되면 본래의 용도에 맞게 이용이 가능해 땅값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 또한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중 지목이 대지인 경우는 매수청구권을 활용할 수 있다. 지자체는 매수청구가 결정된 토지에 대해서는 통지한 날로부터 2년 이내에 매수해야 한다. 만약 매수청구를 했음에도 지자체가 매수하지 못한 토지에는 3층 이하는 단독주택이나 약국, 슈퍼마켓 등 제1종 근린생활시설을 신‧증축할 수 있다.

재정이 어려운 지자체는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용지를 매수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렇다고 난개발과 특혜의혹 등으로 예산이 부족함에도 무조건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로 묶어둘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일몰기한인 2020년 이전에도 많은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등이 해제절차를 밟을 것이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도시지역 내 입지가 양호한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토지를 싼값에 매수하면 큰 수익을 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느 지역에 투자하면 좋을까? 수도권 중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와 지방 대도시권을 살펴보라고 말하고 싶다. 그중에서도 입지가 좋아 추후 개발이 가능한곳, 인근지역에 비해 시세가 저평가돼 있는 곳, 역세권 등 교통이 편리한 곳, 개발제한구역(GB), 군사보호구역 등 규제가 없는 곳 등을 매입 시 추후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겠다.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토지처럼 지금 현상만 보면 별 볼 일 없지만 오히려 역발상으로 그 토지의 미래가치를 볼 수 있다면 토지투자는 성공할 수밖에 없다.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에 투자해보자. 그러나 큰 수익에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법,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의 도움과 입지 등을 꼼꼼히 따져 신중하게 투자하라고 권유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