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의 구조조정으로 업계 임직원 수가 첫 3만명대를 기록했다. 증권사들의 수익성 부진이 인력구조조정으로 이어진 결과다. 이에 금융당국은 증권업의 M&A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일부 동의하면서도 실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한 단순 중개업에 그치는 수익구조가 수익성 부진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어 증권업 자체의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증권업계 임직원수는 3만9146명으로 지난 2008년 2분기 3만9151명을 기록한 이후 첫 3만명대를 기록했다.

경기침체에 따른 거래대금 감소와 함께 증권사들의 업황 부진이 이어진 결과다. 뿐만 아니라 브로커리지(중개) 영업에 치중해 있는 국내 증권사들의 수익구조 또한 업계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지난 2007년 말 기준 증권사의 임직원 수는 3만5440명이었으며 당시 증권사 수는 39개사였다. 하지만 현재 증권사 수는 61개로 2007년 대비 약 1.5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임직원들의 수는 그만큼 증가하지 못했다.

이는 증권업을 둘러싼 먹거리가 그동안 부족했음을 뜻한다. 1인당 생산성이 낮아지기 때문에 증권사 입장에서는 추가적 인력을 확보하기도 힘들다.

한정태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경쟁강도 증가로 인한 수수료율 인하 압력이 높아지면서 증권사들의 실적도 악화일로를 걷기 시작했다”며 “업종 자체가 라이선스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망하거나 라이선스 반납이 이뤄지지 않고서는 증권사 수 자체를 줄이기도 힘들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돈 벌기는 어렵다보니 경쟁압력이 기존 시장의 파이만 줄이고 있는 것”이라 말했다.

국내 증권업의 수익비중에서 위탁수수료 비중은 36.1%를 차지해 지난 2005년 50% 이상을 기록했던 수준에서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여전히 중개업의 의존도가 높다는 점과 수수료율이 2005년 당시 17.5bp를 기록한 반면 최근에는 9.3bp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것은 문제다.

즉, 최근 주식시장의 일평균거래대금이 5~6조원을 기록하고 있으나 이를 2005년으로 돌아가서 비교해보면 실제 거래대금은 3조원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만큼 증권업이 돈을 벌 수 있는 환경이 어려워졌음을 뜻한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서 지난 2012년부터 증권업계는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인력 구조조정을 했다. 수익이 없다면 비용을 감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좀처럼 업계는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NCR(영업용순자본비율)제도 개편을 통해 시장에 메시지를 던졌다. 하지만 이 또한 업계는 일부 동의하면서도 여전히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NCR제도 개편을 통해 필요 없는 라이선스를 반납하면 중소형 증권사들도 NCR을 높일 수 있다”면서도 “소형사들의 전문, 특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겠지만 자발적으로 반납하는 사례는 많지 않을 것”이라 설명했다.

NCR산출 개선방안을 보면 핵심 내용은 라이선스 비용이 분모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이는 대형 증권사들의 NCR은 높아지고 중소형 증권사들의 NCR은 낮아지는 결과를 낳는다. 대형사나 중소형사나 라이선스 비용은 같기 때문이다.

따라서 증권사 수를 줄이는 구조조정이 필요한 실정이지만 중개업 라이선스를 반납하지 않는 이상 수를 줄이기도 힘들다. 중개업 라이선스를 반납한다는 것은 결국 증권업을 포기한다는 말과 같기 때문에 어떤 증권사도 선뜻 나서기는 힘들다. 결국 반납을 하는 방법은 다름 아닌 증권사 간 M&A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증권사들의 영업방식이 대부분 비슷해 선뜻 M&A에 나서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수익 시장 전체가 여전히 저부가가치 영역에 머물고 있는 점도 문제다.

현재 우리나라 증권사들은 주식 중개, IPO(기업공개), 회사채발행 등의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한다. 그러나 이 영역은 IB업무 중에서도 가장 저부가가치 영역에 속한다. 이에 반해 선진국 IB(투자은행)들은 위기 이전에 고부가가치시장을 형성했고 이러한 시장을 형성하기 위해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냈다.

물론 구조화 상품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낳았지만 이 또한 하나의 경험으로 그 영역을 더 넓혀갔다. 따라서 고부가가치 영역 개발을 위해 우수한 인력 수요는 더 시급한 실정이나 비용절감을 위한 구조조정에 집중하는 것이 현재 증권업계의 현실이다.

이성용 베인앤드컴퍼니코리아 대표는 “유사상품과 사업모델로 경쟁하다보니 마진은 낮아진다”며 “은행이나 보험업대비 증권사의 차별성은 더욱 떨어져 저부가가치시장이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 수요가 고도화됨에 따라 타사 혹은 타업계와 차별화된 상품의 제조역량이 필요하다”고 어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