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라이나생명 제공]
10년 이상 만년 적자에 시달리던 외국계 보험사가 있다. 그러나 그 10여 년간 시장을 철저히 분석,  틈새시장을 발견했다. 이후 철저한 현지화와 특화 전략으로 급속도로 성장했다. 바로 라이나생명이다. 한국 보험사들이 해외시장에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좋은 본보기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 노인들은 보험에 가입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 그 틈새를 처음으로 파고든 것이 바로 라이나생명이다. 다이렉트 마케팅(Direct Marketing –TV광고, 홈쇼핑 등)을 통해 직관적인 상품을 판매한다. 가입도 어렵고 가입하려고 해도 내용을 알기 어렵다는 보험을 쉽게 가입할 수 있고 쉽게 알 수 있게 한 것이다. 라이나생명은 이런 전략으로 한국 실버시장에서 독보적인 보험사가 됐다.

 

◆ 철저한 현지화로 틈새시장 찾다

국내 최초로 치아보험,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정기보험, 고혈압과 당뇨가 있어도 가입 가능한 보험 등을 개발한 보험사가 있다. 이 상품 덕분에 그동안 보험에 가입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노인도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다른 보험사들은 노인들은 위험성이 너무 크다며 가입을 꺼려했던 것과 반대 전략이었다. 즉 한국 보험시장에서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고객층, 상품군을 전면으로 내세운 것이다.

전략은 적중했다. 상품이 출시되자마자 시장은 뜨겁게 반응했다. 보험시장의 트렌드가 바뀔 정도였다. 무진단·무심사 정기보험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가입 가능’이라는 카피는 한 시대를 풍미한 유행어가 됐다.

성공 이유는 단순하다. 공급자 중심이 아닌 소비자 중심의 상품 개발이다. 즉 고객들이 어떤 상품을 원하고 있는지를 먼저 파악하고, 이를 핵심 가치로 상품을 만들었다. 이런 상품들을 TV광고와 홈쇼핑 등의 다이렉트 채널을 통해 알리고 TM(텔레마케팅)으로 판매했다. 고객에게 꼭 필요한 상품이었기 때문에 보험설계사가 가입을 강요할 필요가 없었다. 즉, 상품 내용을 접한 소비자들이 직접 전화를 걸어 홈쇼핑에서 물건을 사 듯 보험에 가입했다.

홍봉성 라이나생명 사장은 “당시 한국 보험시장은 보험설계사를 통한 연고판매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며 “고객들은 보장 내용이 좋아 가입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관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입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한 상품 가입이 반복되었기 때문에 고객들은 보험에 깊은 불신이 있었다. 게다가 막상 보험이 꼭 필요한 사람들은 가입할 방법이 없는 것도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등 떠밀려 가입하는 상품이 아니라 내가 먼저 가입하고 지인에게 추천하는 상품을 개발하면 가입을 강요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 생각했다”며 “해결책은 좋은 상품과 함께 텔레마케터를 구축하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보험은 권유하지 않으면 가입을 하지 않는다는 게 상식이다. 죽음이나 질병, 사고 등에 대비한 상품이다. 꺼림칙한 미래에 대해 생각해야만 하며 아직 닥치지 않은 문제에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래서 거절하기가 쉽지 않은 지인이 지인에게 판매하는 것이 일반화된 것이다. 대형 보험사들은 수많은 설계사 조직을 갖추고 지인들에게 보험을 권유했다. 그러나 권유를 넘어 강요하는 부작용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라이나생명은 TV광고와 홈쇼핑 등의 매체를 통해 설명한다. 강요하지 않는다. 게다가 얼굴을 마주하지 않아 거절도 부담스럽지 않다. 고객이 직접 전화를 걸어 가입 의사를 밝히는 경우도 많다. 완전판매 확률이 높다.

다만 설계사들이 직접 찾아가 상품을 설명할 수는 없다. 이 문제를 직관적인 상품으로 해결해야 했다. 설계사들이 판매하는 상품보다 간단하다. 특약도 많지 않다. 꼭 필요한 보장만 넣고 상품을 단순화하니 고객들이 상품을 신뢰하기 시작했다.

보험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라이나생명도 한국 시장 진출 초기에는 설계사 조직을 만들려고 지속적으로 시도했다. 라이나생명의 본사인 시그나그룹은 TM에 주력하지 않는다”며 “설계사 조직은 그 특성상 단기적으로 구축할 수도 없고 역량을 끌어올릴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미 대형사와 중소형사 등으로 자리가 잡혀 있고 규제가 심해 이 틀을 깨기도 쉽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라이나생명은 다이렉트 채널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에서 보험을 판매하는 모험을 시도했다”며 “처음에는 우려가 더 많았지만 성공했다. 결국 홈쇼핑이라는 플랫폼에 특화된 상품들로 급성장의 기틀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라이나생명은 1987년 한국에 진출했다. 이후 10여 년 동안 적자였다. 그러나 1996년 홈쇼핑에 TM 채널을 구축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되기 시작했다. 1997년에는 업계 최초로 진단급부형 암보험을 출시했다. 암수술비, 암치료비 등을 건건히 나눠 보험금을 지급하는 다른 보험사의 암보험과 달리, 1만원대의 낮은 보험료로 진단 즉시 4000만원의 보험금을 일시에 지급했다. 상품 구조와 보장 내용이 단순한 것은 물론 보험료까지 저렴했던 것이다.

이 암보험은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타 보험사 직원들도 암보험만큼은 라이나생명 상품으로 가입한다는 소문까지 있을 정도였다. 이 상품의 히트로 1998년부터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진출 12년 만이다.

지금도 라이나생명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2005년 수입보험료는 644억원에 불과했다. 9년 후 2013년에는 1조1318억원이다. 그러나 2013년은 회계연도 변화로 9개월분만 반영한 것이다. 1년으로 가정하면 약 1조5000억원이다. 즉 23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연금술사>의 저자 파울로 코엘료의 또 다른 책 <알레프>에는 대나무와 관련된 얘기가 나온다. 이 대나무는 씨를 뿌린 후 5년까지 작은 순만 있을 뿐 별로 자라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거름을 주지 않으면 죽어버린다. 그러나 5년 후부터 하루에 70cm씩 자라 6주 만에 30m로 성장한다. 대나무는 6주 만에 성장한 게 아니라 5년 동안 성장한 것이다.

라이나생명으로 비유하면 진출 10여 년 동안 시장을 분석하면서 철저하게 현지화 전략을 세운 것이다. 이후 틈새시장을 찾자 대나무처럼 급성장한 것이다.

 

◆ 시장에 맞는 특화 상품 개발하라

다이렉트 채널을 통해 보험을 알리고 전화로 가입한다는 전략이 확고해지자 라이나생명은 특화된 상품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바로 실버보험 상품군이다. 치아보험, 무진단 무심사 정기보험, 고혈압과 당뇨가 있어도 가입 가능한 보험 등 대부분 실버상품은 라이나생명이 최초로 개발한 상품들이다. 지금은 일반화된 상품들이다. 그러나 개발 당시에는 그 누구도 성공을 장담하지 않았다. 오히려 판매가 가능하겠느냐는 우려는 물론이며 이익은커녕 손해 보지 않으면 다행일 것이라는 비웃음도 많았다.

유신옥 라이나생명 상품개발부 전무는 “철저하게 고객의 욕구를 바탕으로 상품을 개발했다”며 “모두들 어렵다고 해도 고객에게 필요한 상품이면 어떻게든 만들어내자는 게 우리의 1순위 가치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본질에 충실한 상품을 개발하면 고객 신뢰도가 높아짐과 동시에 상품 판매와도 연결될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보험의 본질은 보장이다. 저축이나 투자가 아니다. 위험한 순간에 보장받는 것이 목적이다. 상품을 단순화해 금융지식이 전혀 없는 노인들까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상품을 개발하면 고객이 먼저 가입을 원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마디로 보험사에 좋은 상품이 아니라 고객에게 좋은 상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고객이 원하는 상품과 특화된 상품 판매 채널을 결합한 라이나생명은 우리나라 시니어 시장을 주도하는 보험사가 됐다. 실제 라이나생명은 매출의 93%가 TM 채널에서 발생한다. 아울러 연령별 고객분포도를 보면 40세 이상이 압도적으로 많다.

라이나생명 고위 관계자는 해외시장 성공적인 정착 노하우에 대해 “해외시장의 성공적 진출은 현지 문화와 비즈니스 환경을 철저하게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늘 고객의 입장에서 모든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지 문화를 이해하려면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