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경천(愛人敬天), 애경의 기업이념이다. 1954년 창립 이래, 애경(愛敬)은 올해로 60주년을 맞았다. 사랑과 존경의 마음을 나누는 따뜻한 기업을 표방해온 이 기업에는 특유의 ‘애경스러움’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특히 애경을 찾은 수많은 해외 바이어들이 ‘애경스러움’에 세 번 놀란다고 한다. 도대체 무엇이길래 바이어들을 세 번이나 놀라게 한 것일까. 먼저 애경이 펼치는 여러 산업의 매출 규모에 비해 매우 소박한 본사 건물을 보고 바이어들이 한 번 놀란다. 그후 홍대에 위치한 디자인센터를 방문하고는 또 한 번 놀란다. 본사와 비교해 너무 다른 디자인센터를 보고 필요한 곳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는 애경의 정신에 다시 한 번 놀라면서도 신뢰가 덤으로 따라붙는 것. 마지막으로 대전에 위치한 연구소를 방문해보곤 한 번 더 놀란다고 한다. 연구소의 규모와 제품 개발을 통한 이들의 열정과 노력에 깊은 인상을 받는다는 얘기다.

구로 애경 본사 | 단돈 500원으로 팀장이 쏜다! 애경스러움이 있는 곳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애경 본사가 어디 있나요?”

“1층에 은행 건물 있는 곳이 애경입니다.”

주객이 전도됐다는 게 이런 경우일까. 애경 본사를 찾는 것보다 애경 본사 1층에 있는 은행 이름으로 본사 건물을 찾는 게 더 빠르니 말이다.

위용 과시에는 돈을 쓰지 않고 내실 다지기에 주력한 지 60년, 오늘날 애경의 모습이다. 신입사원들이 ‘애경’에 대해 생각했던 이미지와 달리 소박한 건물을 보고 못 찾는 경우가 대다수였다며, 그럴 때면 1층에 위치한 은행을 보고 찾아오라고 말한다고 애경 관계자가 귀띔했다. 생각보다 호화롭지 않은 건물에 ‘설마 이곳이 애경 본사겠어’ 하는 생각으로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1985년 본사를 6층 높이로 지을 당시에는 근처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그 시절 직원들은 차가 거의 없었고, 사장이나 임원들만 있었기 때문에 주차 공간이 별로 필요치 않아 지금도 직원 대다수가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양성진 애경그룹 상무는 “특히 외국 합작사나 바이어가 본사를 방문하면 정말 놀란다”며 “합작사들이 주로 중요하게 보는 것은 개발현장으로 디자인센터와 연구소, 공장 등을 둘러보는데, 그에 비해 소박한 본사 건물에 놀라지만 나중에는 오히려 신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래된 건물이지만 시설만큼은 직원들이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지속적인 리뉴얼을 시도해왔다. 애경 본사 건물 화장실에는 비데가 설치돼 있다. 낡은 건물 이미지와 달리 직원복지에는 많은 신경을 쓰는 오너십이 느껴진다. 아마도 기업 가운데 비데를 가장 먼저 들여온 기업일 것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미 10년 전부터 화장실은 호텔 수준으로 깔끔하게 해놓았다고 관계자는 덧붙였다.

애경본사 옥상 모습. 사진: 이코노믹리뷰

이 외에도 지속적인 리뉴얼과 지원으로 복지에 적극적이어서 직원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옥상에는 사무실을 벗어나 쉴 수 있는 휴게공간을 마련, 낡은 건물에 비해 내실 있는 곳으로 통하는 게 애경 본사에 대한 평판이다. 구내식당에서는 단돈 500원으로 팀원들에게 음료수를 쏘겠다고 큰소리치는 팀장들의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자판기 음료수 한 캔이 단돈 100원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커피 역시 종류별로 구비돼, 무료로 마실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본사 건물은 그야말로 아기자기함이 묻어나 있어 특유의 애경스러움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장영신 그룹 회장이 여성인 데다 주요 품목이 생활용품이다 보니 사내 분위기는 가족적이고, 전통적인 어머니상과 쏙 빼닮았다. 늘 돈이 없다고 하지만, 꼭 써야 할 곳이 생기면 어디에선가 쌈짓돈이 나오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사실 본사 사옥을 새롭게 짓자는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양 상무는 이에 대해 “꼭 써야 할 곳, 이를테면 직원들의 복지와 일터로서 갖춰야 할 부분에는 아낌없이 투자하지만, 단순히 보여지는 측면에는 돈을 쓰지 않는다는 철학이 있다”며 “본사 건물은 회사 운영에 지장이 없으며, 소비자 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바꿀 필요가 없다는 것이 장 회장의 지론”이라고 전했다.

홍대 애경디자인센터 |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제품에 새생명을!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홍대 하면 떠오르는 것은 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할 것만 같은 느낌이다. 2007년, 홍대에 애경디자인센터도 자리를 잡았다. 디자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업계 최초로 디자인센터를 운영하면서 디자인부를 포장개발팀과 통합해 디자인센터로 독립시킨 것이다. 특히 제품을 설계하고 금형을 만드는 엔지니어팀인 PD(Package Development)팀과 디자인을 구상하고 형태를 만드는 CD(Creative Design)팀이 함께 디자인센터로 독립하면서 소통과 창조를 통한 가치 창출이 시도됐다.

서창희 디자인센터 부장은 “디자이너는 제품 개발 시 마케팅과 초기 콘셉트 과정부터 참여하고, 엔지니어는 초기 디자인 단계부터 커뮤니케이션을 함으로써 통합적인 디자인 제안이 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술적 오류 등의 문제를 사전에 보완하는 과정을 통해 빠른 개발이 가능해지고 리스크에 대한 비용 절감 등의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 서 부장의 설명이다.

원래 본사 건물 6층에 디자인팀이 있었지만, 디자이너들이 좀 더 창의적인 공간에서 활동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고, 특히 장영신 회장이 디자인의 중요성을 알고 관심이 많아 지속적으로 투자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소신 있는 디자인 철학이 숙성시간을 거친 결과, 최근에는 디자인 영역을 파괴하는 과감한 혁신을 통해 본격적으로 디자인경영의 성과를 내고 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지난 추석 시즌에는 마릴린 먼로, 반 고흐 등 ‘감성’을 입힌 생활용품 선물세트로 매출목표 초과달성이라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헤어케어 브랜드 ‘케라시스’도 디자인의 혁신으로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케라시스 퍼퓸샴푸는 국내 최초의 ‘향기’ 콘셉트 샴푸로, 이 제품을 출시함으로써 기존 ‘모발케어’와 ‘탈모관리’로 양분돼 있던 샴푸시장에 ‘퍼퓸’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추가했다. 이 같은 매출 성과에는 ‘디자인의 힘’이라는 배경도 있었다.

애경의 디자인센터는 건물 외관만큼이나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활동도 창의적이다. 이노베이션 랩 활동은 디자인 혁신을 위한 브레인스토밍 활동을 일컫는 것으로 새로운 디자인 아이디어가 샘솟는 원천이다. 소비자 참여를 확대해 주부모니터와 마케팅팀, 엔지니어링팀, 디자인팀이 한데 모여 아이디어를 내고 공유하며 선행디자인을 제안해 아이디어의 씨앗으로 활용한다.

옥상은 공원으로 조성돼 있다. 서 부장은 “지난주에 팀원들과 와인파티를 즐겼다”며 “오픈된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파티를 하면서 일과 관련된 이야기도 한다. 이곳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디자이너들의 감성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기계공처럼 그림만 그려내는 것이라면 디자이너들을 위한 공간은 필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애경 디자인센터에서는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제안한다는 것을 토대로 디자인이 시작되기 때문에 다르다는 게 애경 측의 설명이다. 이곳 계단을 오르면 건물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푸른 나무가 보여 ‘힐링을 한다’는 느낌을 주는 것 또한 애경스러움을 보여주는 한 예다.

대전 애경종합기술원 | 탈모, 주부습진 걱정하는 개코 연구원들이 있는 곳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국내 최초의 주방세제 ‘트리오’, 세탁세제 ‘퍼펙트’, ‘스파크’, 삼푸 ‘케라시스’, 클렌징 화장품 ‘포인트’, 치약 ‘2080’ 등 이름만 들어도 익숙한 제품들은 모두 이곳, 애경종합기술원에서 연구한 결과물이다.

1983년 대전 유성구에 중앙연구소가 설립됐고, 2년 후 애경중앙연구소로 개칭, 2001년에는 애경종합기술원으로 개원해 현재 약 4958m²(1500평) 규모에 60여 명이 일하고 있다. 최신기술과 신소재를 활용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고객감동 제품 개발을 위해 기술원을 설립한 애경은, IMF 외환위기 당시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타 기업이 연구소를 철수할 때 오히려 연구소 설립으로 하면서 과감히 투자한 곳이기도 하다.

보통 바이어가 거래를 성사하기 전에 국내에 방문하는데, 소박한 본사에 비해 연구소 규모와 투자 비용에 놀라곤 한다. 조인식 애경종합기술원 부사장은 “기술이 경쟁력이고 제품의 품질을 가장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오너의 경영철학으로,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는 데 초점을 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제품 개발 과정에서 소비자 연구를 실시해 어떻게 하면 소비자의 입장을 고려한 차별화 제품을 보여줄 수 있을지 연구하는 데 중점을 둔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먼저 건물 1층은 분석실로 생활용품에 들어가는 성분 등을 분석하는 고가의 장비가 있는 곳이다. 2층에는 주방세제와 세탁을 연구하는 곳이 있는데, 식기세척기도 구비돼 있어 직접 연구원들이 실험을 통해 효과를 테스트한다.

3층에서는 구강, 헤어, 보디 제품과 건강기능식품 등에 대해 연구한다. 특히 향평가실이 있는데, 이곳은 향 관련 세탁용품을 테스트하는 곳으로 건조대와 세탁기까지 있어 마치 세탁방에 온 느낌이 들기도 한다. 특히 여러 개의 연구실은 문을 열고 들어가는 곳곳마다 향기를 풍겼다. 트렌드 분석을 위해 세계에서 판매되고 있는 경쟁사의 생활용품을 한곳에 모아놓은 방도 있다.

모발평가실은 실제 헤어숍과 같은 모습을 갖춰 인상적이다. 이곳에서는 샴푸의 성능을 연구하기 위해 실제 머리를 감고 드라이하는 과정을 시연할 수 있게 해놓았다. 헤어연구소 직원들은 머리를 감고 출근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연구를 위해 하루에도 10회 이상 머리를 감는 게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루에도 몇 번씩 머리를 감는 연구원 중에는 너무 잦은 머리감기로 탈모를 걱정하기도 한다는 게 관계자의 귀띔이다.

생활용품 기업연구소답게 기술원에는 약 20대의 세탁기가 있다. 손에 물 마를 날이 없다는 연구원들은 피부가 예민한 경우 주부습진에 결린다고도 한다. 기술원에서는 잦은 샴푸 테스트 때문에 탈모를 걱정하고, 세탁으로 주부습진에 걸리기도 하는 등 연구원 저마다 애로사항이 있다.

4층은 화장품연구소로 기초와 색조 화장품 등을 연구하는 공간이다. 항온항습실에서는 화장품이 실제 피부에 안전한지 실험을 한다. 천연물연구실도 있는데, 이곳은 헤어제품이나 화장품에 들어가는 물을 한약재 등을 이용해 성분에 맞는 효능을 내기 위해 연구하고 생산하는 곳으로, 이제는 헬스앤 브랜드의 ‘그래놀라 요거밀’, ‘V24 다이어트 프로그램’과 같은 식품에도 쓰인다.

연구소 계단에서는 이색적인 풍경도 만나볼 수 있다. 에센스, 스킨 등과 같은 기초화장품부터 립스틱까지 다양한 화장품이 용기에 담겨 놓여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는 햇빛 안전성 테스트를 위한 것으로 개봉하기 전과 후로 나누어 햇빛에 노출돼도 문제가 없는지 살피는 것으로 화장품연구소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미니인터뷰 | 조인식 애경종합기술원 부사장 “연구소요? 고객 감동의 실행체죠”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1983년에 애경연구소에 입사해 올해로 31년째 근무하고 있는 조인식 부사장. 샴푸와 린스를 하나로 간편하게 쓸 수 있게 만든 ‘하나로’부터 ‘2080’ 치약, ‘케라시스’ 샴푸 등이 그가 연구했던 제품이다.

1. 기술원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

당사의 현 사업영역인 생활용품과 화장품에서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줄 수 있는 신제품과 신기술을 개발하고, 기존 제품의 서비스 개선, 공정 연구 등을 수행하고 있다. 아울러 기업의 미래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신사업도 검토한다.

연구소는 고객이 만족하고 감동하는 제품을 만들고, 고객의 불편과 불만사항을 해결하며 더욱 편리하고 질 높은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애경의 연구소는 ‘고객감동의 실행체’라고 말할 수 있다. 애경의 연구원들은 고객이 감동하는 차별적이고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기 위하여 밤낮으로 연구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2. 애경에서 선보인 신기술을 소개해 달라

2010년 출시한 ‘리큐’는 분말세제와 액체세제가 전부였던 시장에 선보여진 최초의 겔타입 세탁세제다. 리큐의 경우 소비자들에게 혁신적이면서 차별화된 좋은 제품을 선보이기 위하여 우선적으로 연구소, 마케팅, 디자인, 생산, 구매, 영업 등 전사의 구성원이 참여하는 TFT를 구성했다. TFT 멤버들은 소비자를 관찰하면서 고객들이 액체세제를 사용할 때 무겁고, 계량할 때 잘 흘러내려 계량이 어렵다는 점, 사용 후 계량컵에 액체가 남아서 용기가 지저분하다는 등의 불만사항을 알게 됐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출된 제품의 콘셉트는 친환경적이면서, 반만 사용해도 세탁이 잘되는 농축 겔 제형의 제품.

먼저 농축 겔 제품의 기본 미션인 2분의 1 사용량으로 동일한 세척력의 구현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백 번의 배합과 수백 번의 성능 평가를 진행했다. ‘과연 개발이 되는 걸까?’ 라는 의구심을 가지고 배합기와 세탁기를 붙들고 몇 달을 보낸 결과, 2분의 1 사용량으로 동일한 세척력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이어 소비자들이 계량할 때 흘러내지 않고 계량하기 쉬운 최적의 겔 제형을 만드는 데도 수개월이 걸렸다. 이렇게 여러 가지 연구를 통해 꼬박 2년 만에 리큐를 개발, 기존 액체세제가 갖고 있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 겔 세제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수 있었다.

3. 올해 새롭게 계획한 사업이 있는지

우선 온라인시장에 대한 대응력을 강화할 것이다. 애경의 사업영역인 생활용품과 화장품도 유통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온라인 고객들의 욕구를 파악하고, 차별화된 신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두 번째는 기존 사업군 외 신사업 진출이다. 지난해부터 요거밀이라는 물에 타 먹는 요구르트 제품을 출시했고, 추가적으로 건강기능식품 시장으로의 진출을 도모하고 있다.

4.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과거 우리나라의 R&D는 선진국의 핵심기술을 빠르게 모방하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전략을 취해왔지만, 이제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선도해나가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전략이 필요한 때다. 애경도 앞으로 퍼스트 무버를 지향, 창의성에 바탕을 둔 지속적인 혁신을 할 것이다. 우선 연구소의 조직문화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넘치는 곳으로 변화시키고, 연구원들의 창의역량을 키워나갈 것이다. 창조경제 시대에는 아이디어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또한 외부와의 오픈이노베이션을 확대할 계획아다. 이제는 외부의 아디이어와 기술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내부의 핵심역량과 결합시켜 새로운 혁신을 이루어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혁신들을 철저히 고객의 관점에서 진행할 것이다. 아무리 좋은 변화도 고객이 공감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는 게 애경의 생각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