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소비성향이 하락세를 보인 이유로 50대 이상 가구의 지출 여력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특히 과도한 교육비 지출이 노후 대비를 위한 저축 감소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밝혀져 눈길을 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6일 배포한 '연령별 소비성향의 변화와 거시경제적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가구의 연령별 평균 소비성향은 나이에 따라 상승과 하락을 되풀이하는 'W자‘ 형태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의 경우 가구주의 연령별 평균 소비성향은 ▲20대 0.74 ▲30대 0.71 ▲40대 0.77로, 20대는 높았다가 30대에 하락한 뒤 40대에서 다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50대 0.71 ▲60대 0.70 ▲70대 0.76 등에서 알 수 있듯이 50대와 60대에서는 소비성향이 뚝 떨어진 뒤 70대에 다시 상승하는 W형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성향이란 가계의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을 가리킨다.

일반적으로 연령별 소비성향은 소득이 많지 않은 20~30대에 높은 수준을 유지하다가 40~50대에는 저축 증가로 떨어진 후 노년으로 접어들면서 다시 높아지는 U자 형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KDI보고서는 "우리나라의 연령별 평균소비성향이 W자의 특수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중장년층의 과도한 자녀 교육비 지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이와관련, "30~40대의 교육비 지출이 과다한 점과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 중임을 감안하면 향후 이들 세대가 고령층이 되는 시기에는 민간소비가 더욱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며 "정부의 소비활성화 대책은 단기적인 수요 진작의 관점보다는 구조적인 대책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국내 40대 가구의 경우, 교육비 지출 규모가 처분가능소득의 약 14%에 이른 반면 미국 40대가구의 교육비 지출은 약 2.1%에 불과할 정도로 격차가 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최근 10년간 평균소비성향이 전 연령층에서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50대 이상 가구에서 소비성향이 확 꺾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간 실질 GDP의 연평균 증가율이 4.1%를 기록하는 가운데 실질 민간소비 연평균 증가율은 3.2%에 그치고 있는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60대 이후의 평균소비성향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크게 하락하고 있다는 사실은 고령층의 소비 및 저축 행태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시사한다"면서 "장년층의 과도한 교육비 지출은 향후 노후 대비를 위한 저축을 제약하는 매우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