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는 스스로 얘기를 한다… 가격보다 중요한 ‘히스토리’ 먼저 알아야

이종우 센터장은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대우증권, 미래에셋, 한화증권, 교보증권 등을 거쳤다. 현재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을 맡고 있다.


“어렵고 복잡하게 가려고 하지 말고 쉽게 쉽게 가세요.
그래야 돈 벌 수 있습니다”라는 그의 말대로 한동안은 각종 증권서적, 증권방송과 담을 쌓고, 그 대신 우량주의 ‘몸짓’에 주목해보는 건 어떨까.

"좋은 주식을 가격이 낮을 때 사서 높을 때 팔면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주식시장에 발을 디딘 지 올해로 22년째인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의 필승 비법은 의외로 간단명료하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걸 누가 몰라?!’라는 생각이 드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일반 투자자들은 주가가 높을 때 우르르 샀다가 낮아지면 우르르 판다. 군중심리에서 헤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금융 위기 때를 생각해보세요. 시장에 공포감이 가득했죠. 코스피지수가 300P까지 갈 것 같으니 당시에 현대건설 4만 원대에 사는 사람보고 제정신이 아니라고 합니다. 하지만 7만 원 정도로 오르고 나니 서로 못 사서 난리법석이었죠”

이 센터장이 개인적인 투자에서 1200%의 수익을 낸 경험을 얘기하면 증권회사 리서치센터장이니 남들이 모르는 정보를 얻어내 움직였기 때문이라고 흔히들 생각한다.
‘좋은 정보’를 갖고 있어야 성공한다고 여기는 이들이 많다는 것. 그러나 “하늘 아래 ‘좋은 정보’ ‘새로운 정보’라는 건 없다”고 그는 잘라 말했다. 

그는 그저 “누구나 알만한 우량주를 아주 싼 가격에 사서 오를 때까지 기다리면 반드시 위너가 된다”는 원칙에 충실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당시(2004년 중반) 그가 산 건 대우증권, 대덕전자, 삼성전자, KB 등 널리 알려진 우량주들이었다. “당시 대우증권이 5200원 정도 할 때였어요. 시간상 문제일 뿐 결국 내가 위너가 된다. 사서 버티기만 하면 된다고 판단했죠.”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서는 10월까지 큰 상승은 없고, 다만 연말부터 천천히 좋아지기는 할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올 연말엔 ‘1650~1850’ 박스권 예상

“11월을 예상해보면 1650P 아래로는 안 내려갈 겁니다. 올라가더라도 1850P 위로는 안 올라갈 거구요. 내년 쯤 돼야 2000P 이상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보통 주식시장은 심각한 위기를 겪더라도 2년 정도가 지나면 위기 이전 수준까지 회복되거나 사상 최고치까지 치고 올라가는 모습을 보여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2년이 지났는데도 이전의 80% 수준 밖에 못 올라 온 상황”이라는 게 이 센터장의 진단이다. 과거 위기의 영향력이 큰 상태로 앞으로도 일정기간 부진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그는 또 낮은 주가수익비율(PER)이 내년도에 당장 반영될지에 대해서도 부정적 시각을 나타냈다. 연말 기준 우리나라 주가수익비율(PER)은 8배 정도로 저평가돼 있다. 이게 꾸준히 조금씩 올라 9배, 10배가 되면 괜찮은데 문제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PER이 한참을 낮은 상태에 머물러 있다가 한 번에 몰아서 반영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과거 사례를 보면 PER이 2002년 9배, 2003년 8배, 2004년 7.6배로 떨어졌죠. 저평가돼 있다고 하면서도 2년간을 그 상태로 머물러 있었던 겁니다.

그러다 한국의 모든 상황이 안정적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순식간에 2005년 11배까지 한 번에 오릅니다.”

이에 PER이 주가가 떨어지는 것을 어느 정도 막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다만 “그러다 내년 중 한 번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내년쯤 2000P대 기대… 사서 버텨봄직

이 센터장은 또 일본 엔화의 움직임을 눈여겨볼 것을 주문했다. 엔화 절상이 많이 되면 우리 기업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 “사상 최저치는 달러당 76엔85전(1995년 8월)였다. 그리고 지금은 84엔 정도 한다. 어쩌면 예전 최저점 한번 정도 경신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종목 선택에 자신 없는 사람이라면 펀드를 드는 것도 좋다”는 조언도 했다. 그러면서 국내 펀드보다는 차이나펀드를 추천했다. 지금 차이나펀드가 2600P인데 2300P 정도까지 내려갔을 때 사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

중국 경제는 지금 성장세가 둔화돼 있는 상태다. 올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12%를 기록해 예상치를 훨씬 웃돌았으나 하반기 성장률은 8%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세계 경제 회복에 따른 수출 확대, 예상을 웃돈 지반정부의 인프라 투자, 주택 가격 상승에 따른 부동산 개발 투자 증가, 2009년에 이은 소비 촉진 정책 지속 등이 중국 경제 호황의 원동력이 됐으나 하반기에는 이러한 상승 요인들이 다소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종우 센터장이 주목하는 ‘주가 히스토리’
이 센터장은 “주가는 자기가 어떤 상태에 있고,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스스로 얘기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걸 무시해 버리죠”라고 말하면서 삼성전자를 사례로 들었다.

올해 5월 코스피는 1750P 고점을 만들었다. 이후 7월 1770P, 8월 1790P까지 올라간다. 그러나 이때 삼성전자 주식은 87만에서 83만 원, 또 78만원까지 떨어진다. 종합주가지수는 올라가는데 왜 삼성전자는 떨어질까? 이익은 2/4분기 5조2000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왜 주가는 오르지 않을까.

이 센터장은 이에 대해 “주가를 볼 때 가격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히스토리를 써왔고 그래서 어떻게 될지 생각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IT산업은 이제껏 4번의 변혁을 거쳤고 그 과정서 주가 폭등을 경험했다. 82~83년도 1차 변혁의 주인공이 ‘PC’였다면 93~97년 2차 변혁은 마이크로소프트사가 개발한 ‘윈도’, 3차는 인터넷과 휴대폰, 4차는 스마트폰이다.

하지만 그 이후 IT산업을 이끌어갈 만한 기술은 아직 나오지 않은 채 동종업체 간의 경쟁만 심화되고 있다는 것. 따라서 주가가 오를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새로운 제품이 나오고 꿈을 갖고 있으면 주가는 상승합니다. 그러나 경쟁이 치열해지고 서로 치고 박고 하다보면 주가는 떨어지죠”라고 그는 강조했다.

비슷한 시각에서 조선주 역시 “별로 좋지 않다”고 분석했다. 업종의 대(大)사이클이 한 번 왔다 가면 새로운 사이클이 쉽게 오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2년 전 조선업은 배를 인간이 만든 이래로 최고의 호황을 누렸습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16만원에서 28만 원까지 끌어올린 상태죠. 향후 많이 오르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저평가 ‘은행·건설주’에 주목하라
반면 현재 저평가 상태인 업종은 은행주와 건설주를 꼽았다. 추천종목으로는 대림산업, 대우건설, 현대건설, 삼성물산, GS건설,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 상위 업체가 주를 이뤘다.

같은 종목군에서 시장이 정리되면 상위 기업은 언젠가는 회복을 하고, 도약을 하기 때문에 저점에서 사서 ‘버티기’만 하면 된다는 논리다. 22년의 경력에도 불구하고 이 센터장이 ‘안다’고 할 수 있는 업체는 200~300개 정도에 불과하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는데 굳이 작은 업체, 잘 모르는 업체들까지 고려할 필요가 없었다고 한다.

“어렵고 복잡하게 가려고 하지 말고 쉽게 쉽게 가세요. 그래야 돈 벌 수 있습니다”라는 그의 말대로 한동안은 각종 증권서적, 증권방송과 담을 쌓고, 그 대신 우량주의 ‘몸짓’에 주목해보는 건 어떨까

이상혁 기자 press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