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포털이 스포츠 중계의 새로운 메카로 거듭나고 있다. TV와 라디오에만 국한됐던 중계방송이 인터넷으로 확대되면서 수많은 스포츠 팬들이 때와 장소에 상관없이 경기를 즐기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인터넷 생중계라고 해서 조잡한 수준의 화질과 음질을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최근의 인터넷 스포츠 중계는 가정용 디지털TV의 화질에 버금갈 정도의 고화질 영상과 음성 중계를 제공하고 있다.

인터넷 생중계 시장의 중심에는 인터넷 포털업계 선두를 다투는 네이버와 다음이 있다. 두 업체는 국내에 가장 많은 팬 층을 확보하고 있는 한국프로야구(이하 KBO)와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이하 EPL)의 중계권을 각각 획득하면서 스포츠 팬들의 인기를 얻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

비록 중계 시간도 다르고, 중계 종목도 다르지만 두 회사는 고화질 생중계 자체의 인기와 품질에 있어 우세를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네이버 “동영상 중계 원조 자존심 지킨다”

인터넷을 통해 스포츠 중계를 지켜볼 수 있는 기회는 예전부터 있었다. 해당 경기를 방영하고 있는 방송사의 인터넷 실시간 중계 화면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방송사 웹 사이트의 서버 불안정 때문에 접속 불량 문제가 잦았고, 화질도 좋지 못하다는 단점이 제기됐다. 하지만 그에 대한 마땅한 대안이 없어 경기장에 가지 못하는 팬들은 TV나 라디오, 혹은 해당 방송사의 인터넷 실시간 중계 화면에 의존해야 했다.

인터넷 포털업체가 프로스포츠 동영상 생중계에 처음으로 나선 것은 지난 2006년 경. 네이버가 KBO 중계방송 대행업체인 ‘에이클라’로부터 중계권을 구입해 시범적으로 중계에 들어갔던 것이 시초다. 2006년 시범 중계를 성공적으로 치른 네이버는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하루 3경기씩(당시는 KBO 중계권을 가진 방송사가 3개에 불과했다) 매일 방영했다.

인터넷 포털 1, 2위 업체간의 동영상 중계 경쟁이 뜨겁다. 사진은 네이버의 KBO 중계와 다음의 EPL 중계.


동영상 생중계는 케이블TV 시청이 불가능한 가정이나 회사에 있는 팬들에게 큰 호평을 받았다. 특히 전날의 경기는 물론 이전에 중계했던 경기에 대해서 무료 다시보기 VOD 서비스를 제공해, 보고 싶었던 경기에 대한 복기가 가능해졌다. 경기를 다 보지 못한 팬들을 위해 자체적으로 하이라이트를 편집해 방영한 것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네이버는 KBO 생중계에 대해 2007년 무제한 무료 중계 시스템을 적용했다. 그러나 서버 증설 등의 비용 문제로 2008년 1경기 당 5만~7만 명으로 동시접속자 인원수를 제한했다. 접속 인원이 묶이자 일부 인기 팀들의 중계나 라이벌 경기의 중계는 시작도 하기 전에 접속이 차단되는 일이 빈번했다.

올해부터는 아예 동시접속자 인원수 제한을 풀었다. 다만 경기 중 공수 교대 시간마다 자체 편성 광고 방영으로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다음 “유럽축구 마니아 총결집 자신” 맞불

네이버의 KBO 동영상 생중계는 올해 후반기 리그부터 중계 화면의 화질을 HD급으로 변경했다. KBO 중계를 맡은 4사(MBC 스포츠, MBC 라이프, KBS N스포츠, SBS 스포츠채널)의 방송신호가 모두 HDTV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방송사의 송출신호를 고화질로 인코딩한 후 방영하기 위해 자체 개발한 ‘엔라이브캐스트’ 기술을 도입해 안정성을 높였다.

특히 매킨토시 사용자들도 별도의 프로그램 설치 없이 시청이 가능하도록 한 점이 눈여겨볼 만한 점이다. 네이버가 KBO 고화질 중계 시대에 돌입하자, 경쟁업체인 다음도 고화질 생중계 서비스를 들고 나섰다. 같은 종목은 아니지만 KBO에 대적할 만한 파괴력을 가진 중계방송으로 맞불 작전을 내놨다.

다음이 선택한 대응 무기는 바로 EPL.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청용(볼턴 원더러스) 등 한국인 스타들 덕분에 우리에게 더 친숙한 EPL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프로축구 리그다. 하지만 EPL은 그간 TV 이외에는 생중계 창구가 없어 쉽게 지켜볼 수 없었다.

특히 KBO 중계처럼 각 스포츠 전문채널이 중계권을 고루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1개 채널(SBS 스포츠채널)이 중계권을 독점하고 있어서 집에 해당 채널이 나오지 않는다면 경기 장면은 볼 수 없다.

이런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다음이 나섰다. 다음은 지난 8월22일 EPL 중계권을 보유하고 있는 SBS플러스 측과 계약을 체결하고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생중계 서비스를 시작했다.

네이버가 브라우저를 통한 고화질 중계였다면, 다음은 자사의 동영상 재생기인 ‘다음 팟플레이어’를 통해 고화질 생중계에 나섰다. 다음의 2010~2011시즌 EPL 중계는 2MB 초고화질 팟플레이어와 700KB 브라우저 동영상 중계를 서비스하는 동시에 VOD 및 주요 장면 하이라이트 동영상 등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중계 중 채팅 기능이나 타임머신 기능 등으로 지나간 장면들을 다시 볼 수 있도록 했다. 네이버의 KBO 중계와 큰 차이가 있다면 바로 모바일이다. 네이버의 KBO 중계는 모바일을 통해 시청할 수 없다. 예전 경기 다시보기 역시도 모바일로는 볼 수 없다. 다음의 생중계는 이런 단점을 해결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을 통해 와이파이 지역 기준 800KB 초고화질의 화면(3G 지역에서는 300KB 화질)으로 EPL 경기를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김영채 다음 스포츠팀장은 “EPL 독점 중계 서비스는 축구를 사랑하는 마니아층에게 큰 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웹과 모바일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축구 경기를 즐길 수 있게 된 만큼, 다음이 축구 팬들의 결집 장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백현 기자 jjeom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