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연구원은 11일 세월호 사고와 관련, 경제적 고통이 서민형 자영업자에게 집중되면서 내수경기 둔화가 더욱 심화되는 '내수 디플레이션'이 우려된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내수 디플레이션 우려된다’는 제목의 ‘현안과 과제’ 보고서를 발행한 것은 지난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사건으로 국민적 충격이 아직도 가시지 않은 가운데 요식업 등 서민형 자영업자에게 경제적 고통이 집중되고 있음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나름의 처방도 제시했다. 우선 정부가 지난 9일 발표한 긴급민생대책을 차질없이 시행해 당초 목표보다 7조8000억원을 확대 집행하기로 한 것 등을 실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내수 침체에 따른 민생 경제 악화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중소기업 등에 대한 금융지원을 우선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특히 고소득층을 포함한 전 국민이 해외소비를 국내소비로 전환하는 국가 차원의 ‘사회부조운동’을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소득층 가구의 소비여력(가처분소득 - 소비지출)이 월 264만원에 달하며, 그중 10%만 추가 소비되어도 신규일자리는 연간 16만8000명, 국내총생산(GDP)은 7조2000억원 증가한다는 구체적 수치도 제시했다. 고소득층 등 국민들의 해외 소비를 국내로 대체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국내 소비를 통한 사회부조운동’을 실시해야 한다.

주택 매매 활성화를 통해 내수를 진작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을 실었다. 국내에 집을 구입할 여력이 있는 가구는 약 569만 가구로 추정되며, 그중 집 살 여력이 있는 무주택자는 약 144만 가구이라는 것이다. 집 살 여력 있는 무주택자는 저금리 공유형모기지 확대 등 매매수요 전환 대책이, 유주택자에 대해서도 임대, 상속 등을 위한 주택구입 촉진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보고서는 현재의 경제상황을 다각도로 진단했다. 한 예로 레저업의 신용카드 승인액의 경우, 세월호 사건 이전(4.1~4.15일)에는 12.9% 증가하였으나, 사건 이후(4.16~4.30일)에는 -3.6%로 감소세로 전환했다. 요식업은 12.7%에서 7.3%로 증가세가 둔화되었고, 여객선 운송업은 41.8%에서 -29.9%로 급락했다고 밝혔다.

내수경기 둔화가 더욱 심화되는 ‘내수 디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간소비 증가율(전기대비)이 2013년 3/4분기 1.0%를 정점으로 4/4분기 0.6%, 2014년 1/4분기 0.3%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설비투자도 2014년 1/4분기에 -1.3%로 감소세로 전환했다.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둔화되는 가운데 세월호 충격이 겹치면서 올해 2/4분기에 경기회복이 일시적으로 후퇴하는 ‘소프트 패치’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세월호 충격으로 인한 소비심리 및 투자심리 악화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민간소비와 투자의 동반 침체로 경기 회복세가 꺾이는 ‘내수 디플레이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보고서의 핵심인 셈이다.

실질소득 정체, 미래 불안 등으로 민간소비가 위축됐다는 점이다. 고용 증가에도 불구하고 실질소득은 정체했다는 것. 2013년 신규취업자수가 38.6만명, 2014년 1/4분기에 72.9만명에 달하나, 실질소득 증가율은 2013년 1/4~4/4분기에 각각 0.1%, 1.3%, 1.5%, 0.7%에 불과했다. 노후불안, 일자리불안, 주거불안 등으로 소비 대신 저축을 늘리면서 평균소비성향이 2013년 1/4분기 75%에서 4/4분기 73%로 하락했다.

세월호 사건의 충격 여파로 소비심리가 냉각된 점도 두드러진다. 4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6개월 후의 소비지출에 대한 전망은 4월에 110p로 전월대비 1p 하락했다. 본 조사가 4.11~4.18까지 진행된 점을 감안할 때, 4.16일 발생한 세월호 사건으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은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세월호 충격이 3개월간 지속될 경우, 2/4분기에 민간소비는 1.0%p, 경제성장률은 0.5%p 하락할 것으로 우려된다. 소비지출 중에서 세월호 충격과 관련이 깊은 오락문화, 음식숙박 부문의 비중은 약 20%인데, 해당 분야의 지출이 5% 감소한다고 가정할 경우, 2014년 2/4분기에 민간소비 및 GDP 증가율은 각각 1%p, 0.5%p 하락하고, 2014년 연간으로는 각각 0.3%p, 0.1%p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민간소비 전망치(현대경제연구원)는 상반기에 2.7%에서 2.2%로 증가율이 떨어질 전망이다.

설비투자가 예상보다 부진한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건설경기 회복세도 둔화될 전망이다. 설비투자는 예상보다 부진, 향후에도 완만한 증가세에 그칠 전망이다. 설비투자 증가율(전년동기대비)이 2013년 1/4분기 -12.7%에서 4/4분기에 10.9%로 상승했으나, 2014년 1/4분기에 8.1%로 주춤했다. 한편 전기 대비 증가율은 2013년 4/4분기 5.6%에서 2014년 1/4분기 -1.3%로 급락했다.

선행지표인 설비투자조정압력이 2013년 4/4분기 0.1%p에서 2014년 1/4분기에 -0.6%p로 하락 전환되어, 향후 설비투자는 큰 폭의 회복세가 어려울 전망이다. 건설투자와 건설수주 증가 추세가 둔화되면서 향후 건설경기 회복세도 미약할 전망이다.

건설투자 증가율(전년동기대비)은 2013년 2/4분기의 10.0%를 정점으로 하락하여 2014년 1/4분기 현재 4.1%를 기록했다. 선행지표격인 건설수주의 전년동기대비 증가율 역시 2013년 상승세를 보이며 4/4분기에 22.4%까지 상승하였지만 2014년 1/4분기 13.4%로 증가폭 둔화되었다. 공종별로 보면 토목 부문이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고, 발주자별로는 공공부문의 증가율이 미약한 수준이다.

지표경기 회복과 정부의 일자리창출 노력으로 신규 취업자가 급증하고 있으나, 실질소득 증가세 미약으로 고용의 질 악화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새겨들을만 하다. 보고서는 여성과 장년층이 고용 창출을 견인하고 있으나, 청년고용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여성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규 취업자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올해에도 정부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창출 노력으로 증가폭이 커질 전망이다. 장년층(50대 이상)도 신규취업자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정년연장 법제화 및 노후준비 부족 등으로 향후에도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청년은 취업자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2013년에는 고용률이 처음으로 40% 아래로 추락했다.

‘고용률 70% 로드맵’ 등 정부의 일자리창출 노력도 고용여건을 개선하고 있다. 창업 활성화, 혁신형 중소기업 육성 등 창조경제는 물론 양질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고용-복지 연계, 여성·장년·청년을 위한 맞춤형 일자리대책 마련 등 노동시장 개혁을 지속하고 있다. 단, 고용 증가에도 불구하고 실질소득 증가세가 1% 미만으로 미약하여 고용의 질 악화가 우려된다.

2013년 신규취업자 수는 38.6만명, 2014년 1/4분기에는 72.9만명에 달하나, 실질소득 증가율은 2013년 1/4~4/4분기에 각각 0.1%, 1.3%, 1.5%, 0.7%에 불과했다.

부동산 시장은 비수도권 중소형 중심으로 매매시장 회복 속 전세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주택매매시장은 2012년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침체를 지속하고 있다. 2013년에 발표된 4.1대책과 8.28대책, 12.3대책이 이어지면서 주택매매가격지수가 상승했다.

전세시장은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제외하고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는 임대인의 월세선호와 임차인의 전세선호 현상 지속 등 근본적인 수급 불안정에 의한 것으로 향후에도 완만한 상승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가계부채는 부동산 경기 회복으로 증가세가 확대되는 가운데 저소득층 및 자영업자의 채무상환능력이 약화되고 있다. 가계부채(가계신용 기준)는 2002년 465조원에서 2013년 1,021조원으로 연평균 7.4%씩 증가했다. 가처분소득 대비 비중도 113.8%에서 136.3%로 상승했다. 이는 2013년 말에 생애최초주택 취득세 면제, 신규·미분양주택 양도소득세 면제 등 세제혜택 종료를 앞둔 주택담보대출이 급증이 원인이다.

금융대출이 있는 저소득층 채무상환비율(DSR;원리금상환액/가처분소득)이 2012년 42.6%에서 2013년 56.6%로 상승(DSR이 40%를 넘으면 고위험가구)했다. 내수침체와 베이비붐세대의 대규모 자영업 진출 등으로 자영업자(가계부채의 43.6% 차지)의 채무상환비율도 31.5%에서 34.9%로 상승했다. 원리금 상환부담으로 생계부담을 느끼는 응답자가 70% 상회, 실제 소비를 줄이고 있는 가구도 과반을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