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코노믹리뷰 이미화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이 빠르면 올 상반기 국내 시장에 진입한다. DIY(손수 제작) 가구를 주력 제품으로 내세운 이케아 역시 오는 11월 광명 1호점에 이어 고양, 서울 고덕동 등에 매장을 연다. 올해 두 개의 거대 공룡이 국내 상륙을 알리면서 유통가는 바짝 긴장한 모양새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 주부 한주민(38세) 씨는 미국 뉴욕에서 살 때 아마존과 이케아를 종종 이용해왔다. 아마존에서는 아이 장난감을 주로 구매했었고, 이케아에서는 이불이나 매트리스 등을 샀다. 제품에 대한 신뢰도 있지만 우선은 저렴한 가격이 가장 매력적이었다는 한 씨. 최근에는 국내 대형 마트 3사인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에서도 세일을 많이 하기 때문에 큰 가격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애기 용품은 깨끗하고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국내 제품은 믿을 수가 없어 이제 아마존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는 환영이다. 이미 해외직접구매나 소셜커머스 등 구입 경로는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넓어졌을 뿐, 크게 기대하나 기다려지는 정도는 아니라는 게 한 씨의 입장이다.

#사업가 김수훈 씨(43세)는 아마존이 국내 시장을 점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기대감도 크다. 아마존의 시스템이 바구니에 넣고 바로 결제하면 배달도 빠르고 시스템이 간소화돼 있어 우리나라의 현 트렌드와 딱 맞는다고 생각한다. 또 소비자로서 다양한 경로로 물건을 알아보고 구입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좋을 수밖에. 그러나 이케아 같은 경우 가구가 주력제품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가구를 많이 사용하지 않고 이케아의 조립식 가구는 1년 이상 못 쓰는 사례가 많아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회사원 배지현 씨(28세)는 한국에 이케아가 진출한다는 소식에 반색했다. 이케아 매장이 들어오면 바로 방문할 예정이라는 배 씨. 그는 미국 이케아 매장에서는 판매하는 가구를 이용해 인테리어를 해놔서 실제로 그 물건을 어떻게 사용할지 참고할 수 있어 좋았다고 한다. 일산에 들어와 있는 이케아 수입매장에 가본 적이 있지만, 그냥 제품이 창고에 쌓여 있는 수준이라 만족하지 못했는데, 그런 점에서 기대가 된다. 특히 국내 브랜드 가구는 가격이 비싼 편이라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1인 가구에게 이케아는 디자인이 예쁘고 비싸지 않아 호응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배달 서비스가 문제다. 한국에서는 배달 시스템에 익숙하기 때문에 이케아가 배송 문제를 개선한다면 더 잘될 것 같다. 우선은 2030세대 고객들에게 인기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아마존이나 이케아를 사용해봤던 경험이 있는 소비자에게 두 업체의 국내 공습은 어떤 의미일까. 위 사례와 같이 연령대, 직업 등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다르다. 그러나 공통적인 것은 ‘소비자로서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환영할 일이라는 것. 특히 해외 체류 경험이 있어 아마존이나 이케아를 잘 아는 소비자들은 업체들의 장단점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충분히 이용할 용의가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경계와 긴장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지만, 한편으로는 두 공룡의 국내 진출이 새로운 산업군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가지고 있다. 먼저 아마존은 전자책과 영화, 음악 콘텐츠에 더해 IT기기·유통까지 망라하는 ‘원클릭’ 서비스로 유명하다. 특히 소비자 구매이력 정보가 담긴 ‘빅데이터’ 마케팅으로 미국과 프랑스는 물론 아시아에서도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쇼핑보다는 서점가 관련 업체들이 바짝 긴장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교보문고는 지난해 매출이 오프라인 서점에서 3.7% 감소해 전체적으로는 2012년에 비해 0.8% 줄었다. 예스24·알라딘 등 온라인 서점 시장점유율 역시 2년 연속 성장세가 꺽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죽어간다고 표현할 수 있었던 출판업계는 다시 관련 시장이 성장세를 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전자책 등 온라인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라며 “업계에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전자책을 준비해왔기 때문에 아마존을 시작으로 관련 업계에 대한 수요도 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싱글족이 늘어남에 따라 저렴한 가격에 트렌디한 디자인을 내세운 가구에 관심을 갖는 젊은 세대층은 이케아에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최근 가구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줄고 있으며, 가구라고 하면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오랫동안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소비자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관련 수요가 얼마나 될지 의구심을 갖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결혼 적령기가 점점 높아지고 1인 가구가 늘어남에 따라 부담 없는 가격으로 간편하게 가구를 구입하려는 수요도 많아지는 추세다. 이케아 국내 진출에 대해 업계 반응도 제각각이다. 낮은 가격과 트렌디한 디자인을 갖춘 이케아의 가구에 비해 국내 완성 가구 업계는 그동안 오히려 이케아의 디자인을 벤치마킹해왔기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진다.

DIY가구 업계는 업체마다 온도차이가 있지만, 완성가구 업체에 비해서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조립식 가구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이 좋으면 관련 업계 또한 함께 성장세를 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해외 강자의 진입이 새로운 수요를 만들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의 시각이다.

오픈 마켓 시장 변화 예고 ‘무엇으로 승부해야 하나’

아마존과 이케아의 진입은 국내 시장에 한차례 변화를 예고한다. 그렇다면 국내 유통가는 어떤 전략으로 두 거대 공룡의 공습에 대응할 수 있을까.

브랜드 가치평가 전문기업 브랜드스탁의 조사에 따르면 11번가는 업계 1위 G마켓을 제치고 오픈마켓 브랜드 가치 1위로 선정됐다. 이 같은 비결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11번가가 기존에 없던 서비스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점을 꼽았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이 오픈마켓 4개사(G마켓, 11번가, 옥션, 인터파크)를 대상으로 소비자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11번가가 1위를 차지했다. 11번가는 ‘위조품 110% 보상제’, ‘고객실수보상제’, ‘24시간 콜센터 운영’ 등 다양한 서비스 마케팅을 내세워 오픈마켓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업계 전문가는 “고객을 만족시키는 ‘서비스’가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느냐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우수한 서비스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상위권의 소비자 만족도와 정보력을 갖춘 아마존에 대응하는 국내 업체들이 획기적인 서비스 개선으로 차별화를 실현해야 고객 유출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케아의 경우 전 세계 매장에서 픽업서비스와 배송·조립 서비스까지 별도의 비용으로 제공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도 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추가 비용 없이도 서비스를 받는 데 익숙한 국내 소비자들에게 어떤 서비스로 승부를 걸지 지켜볼 일이다.

미니인터뷰 | 전태유 세종대 유통산업학과 교수 “파급 효과 상당할 것”

1. 아마존·이케아 국내 상륙으로 유통 환경이 어떻게 변화될 것으로 예측하는가

이미 글로벌에서 오픈마켓으로 지명도가 높은 아마존이 낮은 가격을 내세워 국내를 공략한다면 그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최근 소비자들은 해외 체류 경험이 많고 해외직접구매 등에도 익숙해져 있지만, 이들을 포함한 기존 오픈마켓 소비자들에게 아마존이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한다면 해외 브랜드 구입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국내 유통업체에 거대한 경쟁자가 등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이케아의 국내진출 역시 유럽풍의 디자인과 기능을 갖춘 DIY 제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고 있어, 국내 가구업계는 물론 이케아 병행수입 업체들도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2. 아마존이 국내 유통 시장에서 정착하기 위해 요구되는 것은

온라인 서적을 비롯해서 판매하는 상품수의 압도적 우위성과 저렴한 가격을 바탕으로 한 경쟁력이 강점이지만, 운영은 국내의 기존 오픈마켓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국내 소비자의 욕구에 적합한 새로운 콘텐츠의 수립과 물류, 배송, 결제 등 서비스의 강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3. 이케아가 국내 유통 시장에 정착하기 위해 요구되는 것은

이케아는 주로 DIY제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과 차별화된 제품의 다양성이 장점이다. 그러나 국내 소비자들은 이미 완제품에 익숙해져 있고, 가구의 경우 오랫동안 사용해야 한다는 인식도 있어 저렴한 가격에만 매력을 느끼진 않는다. 이에 싸다고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소비자의 인식을 알고, 오래 쓸 수 있는 싸고 좋은 제품으로 승부해야 한다.

4. 유통업계 분위기는 어떤지, 어떤 대응이 필요할까

경기가 좋을 때는 물론 요즘과 같은 불경기에도 소비자는 나름대로의 소비패턴을 유지하면서 소비한다. 이는 소비의 학습효과라고도 할 수 있다. 불황이 지속되는 시기에 온라인의 경우는 상품 이외에 다양한 콘텐츠로 소비자들의 이탈을 막아야 한다. 오프라인에서는 소비자의 구매욕구에 적합한 상품구성 강화와 소비자 변화의 흐름을 미리 파악해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새로운 상품 카테고리의 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일 것으로 보이며, 소비자는 편리함을 찾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이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이에 대한 발 빠른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